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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64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4' 】 2023년10월27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30년' : '263 모꼬지' 한옥례 낭송/ 시 이생진 나는 네 앞에서 30년 후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고작 생각한 것은 내일 아니면 모레 그것이 30년, 나는 쫓겨나온 것처럼 밖에 나와 있구나 그런데도 어쩌면 이렇게 반가우나 네가 네 앞에서 너를 위해 쓰던 시를 30년, 그 후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또 한 번 네게 줄 시를 쓰는 일은 너무나 과분한 행복이다 다시 코스모스길 따라 소나무 숲에 묻힌 교실에 들어가 (언니의 양지)에 커..

2023.10.22

청춘의 덫

청춘의 덫 - 벌어 먹고사느라 늘 시간에 쫓기는 무모한 청춘을 보냈던 내가 언제부터였던가 쌓이고 쌓인 그 시간이 상償으로 내어 준 세월 덕택에 이젠 내가 지배하는 시간에서 꿈에도 그리던 낮술을 마신다 술을 좋아하는 게 무엇보다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역시 시간에서 해방된 유유상종의 몇 안 되는 벗이 있음이다 비틀거릴 정도로 낮술 마시기엔 기력 쇠했음을 잘 아는 처지이고 그리 막갔던 청춘은 없었기에 소풍 떠난 지 오랜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딱 반주 한 잔씩!" 을 버릇처럼 외친다 이제껏 낯설었던 낮 커피를 마신다 국밥에 씹혔던 파 마늘과 막걸리 소주 냄새를 헹군다 엽차 한잔에 레지 눈치받았던 다방보다 ‘셀프’라는 독립성에 몇 갑절 편하게 담소한다 누군가에 보고할 것도 누군가에 굽실거릴 일도 없다 카페베네 파..

2023.10.20

“오라바이!”가 더 쩝....

“오라바이!”가 더 쩝.... - 이즘 어디를 가나 시인님! 선생님! 시인이라 불러주는 이도 고맙고 선생님으로 다가오는 이도 감사하다 솔직한 심정은 이렇다 아저씨, 영감님도 좋다 후자가 더 친근하다 가끔 혼술로 들르는 빨간돼지고기연탄집 안면 튼 지 좀 된 마른 몸매 조선족 금순 아줌니는 영감 비위 맞추는 데는 도사다 붉은 셔츠에 보라색 바지 입은 내게 "아자씨는 어째 영화배우 같음다!" 영감태기 순간 우쭐! 째지는 기분이긴 한데 “오라바이!”했음 더 좋았는데... 쩝...

2023.10.17

'시예랑 이생진 詩 콘서트'

2023년 10월 14일 2시 이음아트홀에서는 이생진 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생진의 독백 - 박산 시 오경복 낭송 저는 스스로 자연産 시인이고 제 시도 자연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상에서 길러진 화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지요.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쳐 그 혹독한 가난에도 문학을 했습니다. 시를 썼습니다. 힘든 거야 말로 다 하겠습니까. 문학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다가 결국 고독을 찾기로 했고 고독의 질(質)이 으뜸인‘섬’을 찾아다니며 실컷 외로워 보자 했었습니다. 저처럼 운명적으로 시와 예술에 빠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황진이 김삿갓(김병연)과 고흐를 불러내 오랜 대화를 하다가 대원각의 자야를 불러내 ‘내가 백석이 되어’ 얘기를 나누었지요. 시는 고독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

2023.10.15

정말 좋은 대답

정말 좋은 대답ㅡ 87세의 노인에게 물었다 ㅡ 연세가 87이신가요? ㅡ 노,노! 오십과 죽음 사이에 있죠 ('무초 무초 아모르 왈테르 메르카도의 전설' 중 푸에르토리코인 왈테르에 나이를 묻는 질문에) 간혹 회사 일로 거래처 담당자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일이 있는데 한 친구는 술잔을 비울 때마다 꼬박꼬박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마셔 '禮'를 표한다, 이즘에도 주법을 제대로 교육받은 이런 젊은이가 있구나 여겨 내심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혹여 내가 이들에게 불편한 자리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해서 젊은 친구들과의 회식 자리에서는 일정 시간이 되면 먼저 일어난다. 언제부턴가 작은 모임들에 가면 본의 아니게 중심에 앉는 경우가 많다. ㅡ 선생님 나이 여쭤보아도 될까요 ㅡ 아 예, 쉰과 죽음 사이에서 놀고 있어요 정말 ..

2023.10.08

공범

공범 ㅡ 1960년대 노량진역 앞 동네 엄마가 한 서른댓 살 정도였던 시절 오거리 골목 셋방 아줌마는 한 마흔 살 정도 미장 일 다니는 주정뱅이 아저씨가 아줌마가 입에 달고 사는 웬수같은 서방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아줌마는 어떤 남자와 있었다 슬쩍 다가와 십원짜리 한 장 손에 쥐어주면서 나 못 봤다 해라! 코티분 냄새가 코에 훅 들었다 요릿집 용궁 배 떠 있는 한강 다리 밑에서도 능수버들 늘어진 여의도 샛강변에서도 나 못 봤다 해라! 코티분 냄새가 코에 훅 들었다 주정뱅이 아저씨가 날 보면 물었다 아줌마 봤냐? 아니요 못 봤는데요 1원에 만화 한두 권 보던 만화가게 단골 시절이다

2023.10.04

한결같은 이가 좋다

한결같은 이가 좋다 - 순간의 흥취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소 가득 머문 얼굴로 다가오더니 차츰차츰 알아갈수록 사귀는 시간 무기 삼아 언제 그랬냐는 듯 매사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책임은 살살 피할 생각만 하고 제 주장만으로 핏대 세우다가 걸핏하면 혼자 삐치고 혼자 토라지고 궁지에 몰리면 어설픈 핑계로 얼버무리는 어제와 오늘이 너무 다른 이 난 오고 감이 한결같은 이가 좋다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2023.09.30

귀향

귀향 - 머릿속 지도에서 사라졌다 있긴 있었는데… 분명 내 고향이 실망으로 내쉰 한숨 접으려는데 어렴풋이 나타났다 강 넘어오는 기차 소리 콩나물국 끓는 냄새 넘치는 부엌 나는 두툼한 솜이불을 덮고 있다 참새 소리 두부 장사 종소리 길거리 사람들이 개미처럼 하나둘 나타났다 표정이 없고 색깔은 온통 회색이다 나는 마당 절구통 옆에서 아령을 들고 있다 우리 집 양철 대문 위를 등나무 줄기가 감고 있다 기와지붕 위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골목에 동민이 누나가 교복을 입고 나왔다 감나무 집 솜틀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헛기침 소리가 익숙하다 아버지, 아버지다 갑자기 배에 힘이 들어갔다 사육신묘지 앞 목욕탕 욕조에서 현인 선생이 신라의 달밤을 노래하는데 노래하곤 담쌓은 아버지도 따라 부른다 강물에 돼지 한 마리가 ..

2023.09.24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3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3】 2023년 9월 22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추석 연휴로 당겨서 함)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 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 400m 밤바다와 그리움 - 생자 이생진 그대가 밤길을 걸으며 하늘을 보는 건 가슴속에 그리움이 많은 때문이다 이 밤에 어쩌자고 저 별은 내 가슴을 찌르는 걸까 그렇지 그도 내게 그리움이 있어 그러겠지 《걸어다니는 물고기 》p.30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2 스케치 2023년 8월 25일 7시】 262 모꼬지는 시선집 『詩, 실컷들 사랑하라』 참석자 모두의 낭독으로 진행했습니다. 양숙, 류재호, 김중열, 조철암,..

202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