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6

갓밝이

갓밝이- 마당 자동차 시동 걸리는 소리가 달의 사라짐을 재촉했다 어둠을 몰아내고 있는 하늘 구름 기지개가 촉촉했다 화단 이슬 잔뜩 머금은 잎새 하나 파르르 떠는 모습 흐릿하게 보였다 고양이가 내는 음전한 소리에 새들은 긴장했다 바쁠 게 없는 게으른 먼동 아파트 꼭대기 유리창에 붙었다 부지런한 자 나지막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 소리 저만치 들렸다 * 갓밝이: 새벽 태양이 떠오르는 시점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2011)》 중

2023.12.31

'시예랑 이생진 詩 콘서트'

2023년 10월 14일 2시 이음아트홀에서는 이생진 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생진의 독백 - 박산 시 오경복 낭송 저는 스스로 자연産 시인이고 제 시도 자연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상에서 길러진 화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지요.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쳐 그 혹독한 가난에도 문학을 했습니다. 시를 썼습니다. 힘든 거야 말로 다 하겠습니까. 문학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다가 결국 고독을 찾기로 했고 고독의 질(質)이 으뜸인‘섬’을 찾아다니며 실컷 외로워 보자 했었습니다. 저처럼 운명적으로 시와 예술에 빠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황진이 김삿갓(김병연)과 고흐를 불러내 오랜 대화를 하다가 대원각의 자야를 불러내 ‘내가 백석이 되어’ 얘기를 나누었지요. 시는 고독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

2023.10.15

갓밝이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2011 우리글》 갓밝이- 마당 자동차 시동 걸리는 소리가 달의 사라짐을 재촉했다 어둠을 몰아내고 있는 하늘 구름 기지개가 촉촉했다 화단 이슬 잔뜩 머금은 잎새 하나 파르르 떠는 모습 흐릿하게 보였다 고양이가 내는 음전한 소리에 새들은 긴장했다 바쁠 게 없는 게으른 먼동 아파트 꼭대기 유리창에 붙었다 부지런한 자 나지막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 소리 저만치 들렸다 * 갓밝이: 새벽 태양이 떠오르는 시점

2022.08.16

그 봄날 밤 사진 한 장

그 봄날 밤 사진 한 장 ㅡ 그 봄날 밤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풍랑이 거셌다 오정개 해안 '이생진 시비거리' 행사 전야제로 성산포문학회 분들과 국밥을 나누고 나서는 길이다 숙소까지는 불과 800m 차로 모시겠다는 주변의 제의를 극구 사양하시고는 아흔넷 잡순 시인은 오조리 깜깜한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 풍랑 피해 정박 중인 포구 고깃배들이 서로의 어깨를 묶고 있다가 센 파도에 출렁거리자 다리 위 시인의 몸이 날아갈 듯 휘청거렸다 제자 1이 팔짱을 끼자 제자 2가 다른 한쪽 팔짱을 꼈고 제자 3이 앞에서 바람을 막자 그제야 시인의 보폭이 안정됐다 숙소에 다다르니 포구에 늦게 도착한 제자 4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포구는 언제 거친 풍랑이 일었냐는 듯 시치미를 뗐다 (2022년 봄 '그리운 바다..

202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