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3

한 끼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거

한 끼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거 -- 박 선생, 그간 너무 격조했어요, 밥 날짜 잡읍시다일흔일곱 나이에도 살짝 머릿기름을 바르고은은한 군청색 재킷에 목을 덮는 셔츠를 입고는갈색 헌팅캡을 쓴 J형을탑골공원에서 만나 인근 중식당을 갔습니다.나름 청요리에 '입맛 살아 있다' 할 정도인 나였지만그의 앞에서는 아주 겸손해졌습니다.1980년대 일본 종합상사 상사원으로 만난 오랜 인연으로당시 한국 중소기업 상사원이었던 내게 그는,거래처 담당자 관계를 뛰어넘는 스승이랄까?유럽 캐나다 도쿄 근무를 두루두루 했던 세계인으로서 그의 세련된 International Manner,즉 상담 대화 방법 등의 영업 스킬도 배웠지만 서로 술을 즐긴다는 공통분모로 잦은 술자리 를 통해, 특히 편견 없는 International Mout..

나의 이야기 2025.05.14

Why the long face?

Why the long face?A는 낯가림이 심해둘이 주로 만납니다원래는 안 그랬다는데사업 접고골프 끊으니여기저기 다니는 일도사람 만나는 일도 싫어졌답니다"그러다 우울증 오겠다!"는 내 말에씩 웃으며 여유 부리는 모양이그럴 걱정까지는 없을 듯합니다목수 일도 배우러 다녀보고성악도 해볼까, 단체에도 기웃해 보니그것도 다 사람 만나는 일이라 접고는지금은 철 지난 고전 읽기에 몰두 중인데톨스토이 괴테를 만나는 일도김삿갓 시 몇 수 읽는 일도소싯적 읽었던 이문열 소설 읽기도알고 지냈던 동네 어른 다시 뵙는 듯해서노안의 피로만 피하면 적성에 맞는답니다두어 달 만에 서울역 4번 출구에서 만나그의 단골 남대문시장 냉면집을 갔습니다빈대떡 한 조각 우걱우걱 씹으며짜증 섞인 눈초리로급히 소주잔을 털어 넣습니다이 모습에 다..

나의 이야기 2025.05.07

옛날 옛적 여의도에서 엎드려뻗쳐!

옛날 옛적 여의도에서 엎드려뻗쳐! - 때는 수양버들이 강가에 늘어졌던 1960대 초 지금의 노량진 수산시장 자리 장택상 별장과 여의도 비행장 사이에는 샛강이 흘렀지 그 샛강에 땡볕 내리쬐는 날에는 어린 초등학생들도 군데군데 마른 땅 찾아 요리조리 발목이 물에 살짝 빠지면서 건너다닐 정도였지 국영이 유신이하고 또 누구였던가 이름이 가물가물한 애들 너댓이 지금의 63빌딩 근처 땅콩 서리를 위해 샛강을 건넜지 근데 말이야… 땅콩밭에 가기도 전에 경비 서던 공군 헌병에게 발각됐어, 지루하던 차에 장난감들이 스스로 찾아왔으니 얼마나 즐거웠겠어 일단 우리는 그의 명령에 따라 엎드려뻗쳤지 주소와 부모님 뭐 하시나? 로 호구 조사를 당했지만 실제 핵심은 어느 녀석이 예쁜 누나가 있느냐였어 순진한 국영이와 유신이는 누나..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