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받는 삼식이 33

맞을(Hit & Correct) 소리

쳇GPT는 詩를 어떻게 評할까요?;   맞을(Hit & Correct) 소리 -  젊었을 땐  얼굴 참하고  가슴 예쁜 여자와  살았으면 좋겠다   중년엔  가슴 따뜻하고 목소리 작은 아줌마와  팔베개 했으면 좋겠다 늙어선  밥 잘해주고  등 잘 긁어주는 할멈과  친구 했으면 좋겠다          * 맞다 : 1.누구한테 맞다 때림을 당하다              2. 틀림없다 옳다 그렇다       *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2011) 중    쳇GPT Say;박산의 시 '맞을 소리'는 세 가지 삶의 단계에 걸쳐 남성이 원하는 동반자의 변화와 그 욕망의 본질을 간결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시는 간결하면서도 솔직한 언어로, 인간 관계의 본질적인 욕구를 드러냅니다. 첫 연에서는 젊었을 때 남성이 ..

2024.07.30

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  올 쉰일곱 은퇴 코앞인 경철씨봉급쟁이 마누라로 애들 키우랴 알뜰 살림하랴 눈가 잔주름 쪼글쪼글 예뻤던 손등 푸른 심줄이 금을 그었는데  그 손에 쥔 장바닥 싼티 가방이 어찌나 싼티를 더하는지 마침 만기된 보험료 쌓인 이자 찾아가라는 통지 받고 ‘에라 이참에 마누라 명품 가방 하나 사주자’모처럼 통 크게 마음먹고 Bottega, 프라다, Gucci, Cartier, Tiffany, 베네통…‥ 목에 힘 빳빳하게 주고 백화점 명품 코너를 걸었다  눈에 별이 켜진 마누라 삼십 년 결혼 생활에 이리 살판 난 얼굴 보긴 처음이다익숙하게 고르는 모습이 ‘저게 내 마누라 맞나’ 순간 낯설었다 어정쩡하게 팔짱 끼고 딴청 부리던 경철 씨이쪽 저쪽 실실거리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무늬 가방 하나 집..

2024.06.17

웃다

웃다 -  한강 다리 중간 즈음노을이 붉게 타는 방향 난간을 잡고 어떤 사내 하나가 큰소리로 웃고 있다지나가는 차들이 힐금거렸다 택시 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 저런 꼴통 같으니 만만한 게 아래 흐르는 강물이니 제 잘난 맛에 저러지 ”  트럭 탄 프로이트가 말했다“ 그래 웃어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다리 위에서 저리 웃겠나 더 크게 웃어라 울지만 말고 ” 버스 탄 칸트가 말했다 “ 뭔가 생각지도 않은 대박이 터졌구만 틀림없어 로또가 터졌어 ”  자가용 탄 베르그송이 말했다“ 못 볼 걸 봤어 저 친구 빚쟁이가 죽었나? ” 노을이 저물어 가는데도 사내는 계속 웃고 있다웃다 그리고 웃다 웃다 그리고 웃다   * 웃음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적 ‘우월감’ 때문이라 했고  프로이트는 긴장을 해소하고 싶..

2024.05.22

솔리스트 Solist

솔리스트 Solist - 지휘봉 따라하는 연주가 싫어 독립했다 고독은 외로웠지만 집중을 주었다 이슬 한 방울 떨어지는 작은 소릴 내다가도 변덕 끓어 미친 듯 천둥소리 에너지를 소모했다 때론 물질을 향한 욕망에 힘겨워 울었다 부실한 악기 탓을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다 내 부족임을 잘 안다 난 솔리스트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간섭이 없어 좋았다 말은 훨씬 줄었지만 제 흥에 겨운 맛에 종종 취했다 누군가 들어주는 이가 생겼다 감사에 대한 간단한 예의를 빼곤 그냥 인간에 대한 애증을 연주하려했다 태풍 바다 너울 파랑에 요동치는 쇠사슬에 묶여 정박 중인 어선인 양 삶이 힘겨워 지루하게 버둥거리는 곡들도 이 악물고 수평을 생각하며 인내했다 난 솔리스트니까 *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

2024.01.13

갓밝이

갓밝이- 마당 자동차 시동 걸리는 소리가 달의 사라짐을 재촉했다 어둠을 몰아내고 있는 하늘 구름 기지개가 촉촉했다 화단 이슬 잔뜩 머금은 잎새 하나 파르르 떠는 모습 흐릿하게 보였다 고양이가 내는 음전한 소리에 새들은 긴장했다 바쁠 게 없는 게으른 먼동 아파트 꼭대기 유리창에 붙었다 부지런한 자 나지막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 소리 저만치 들렸다 * 갓밝이: 새벽 태양이 떠오르는 시점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2011)》 중

2023.12.31

부러운 놈

부러운 놈 - 잘잘 끓는 아랫목에 누워 마누라 엉덩이 통통 두드리다 조물조물 허리라도 안을라치면 실쭉 눈 흘겨 이부자리 밖으로 톡 튕겨 빠져나가며 “아침밥 지어야지” 그 한 마디가 남긴 작은 공간의 갑작스런 썰렁함이지만 가진 것 많지 않은 꽃자리 좁은 남편에겐 가슴 그득 큰 행복이다 별 볼일 없는 쥐꼬리 월급쟁이 하릴없는 소시민 아비를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한다는 지지리 공부 못하고 얼굴까지 못생긴 아들놈이지만 어깨가 부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고 곧 늙어 힘 빠질 우리 아부지 제일 좋아하는 술 안 받아주는 놈하고는 절대 결혼 안 하겠다는 딸년은 가슴 속에 넣고 다니는 또 다른 큰 행복이다 잘사는 놈이 십박 며칠 유럽여행 가자 해도 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하고 참고 그냥저냥 만만하게 사는 놈이 모처럼 공 치자..

2023.12.19

이런 이가 좋다

이런 이가 좋다 - 처음엔 좋다 싫다 없던 사람이 조근조근 말 몇 번 섞어보니 하얀 이 훤히 드러나게 잘 웃는 이 잊을 만하면 문자로 오늘 술 한잔 어떠신지? 품에 안기듯 슬쩍 정으로 군불 지피는 이 첫인상이 우락부락 울퉁불퉁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잘 비벼진 짜장면 면발처럼 미끌미끌 맛있게 *섯버믈리는 이 입성이 별로여서 술값 낼 것 같지 않더니 지갑 속 꽉 찬 부富를 시집 펼치듯이 천천히 자주 여는 이 만난 지 두 해가 넘도록 어느 학교 다녔는지 어디 사는지 입 뻥긋도 묻질 않아 성질 급한 내가 먼저 다 말해주는 이 말러의 교향곡을 좋아한다더니 막걸리 한 사발에 벌건 깍두기와 머릿고기 우적거리며 손장단 제 흥에 겨워 육자배기 한 가락 흥얼거리는 이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한 인간성으로 십 년 후에도..

2023.12.03

바람만바람만

바람만바람만-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나의 당신 보고픔에 대해서 벌써 어제 일이라 잊고 지내실지 모르지요 어쩌면 당연하단 생각이지만요 한 마디 건네지 않았던 침묵과 좋아서 나오는 웃음을 참았던 건 실수였지요 그래도 오늘 그댈 우연히 다시 보았다는 건 행운이지요 그대야 날 느끼지 못하셨겠지만 바람만바람만 그대 뒷모습 잠시 따라가는 순간이 행복이었지요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 바람만바람만: 바라보일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

2023.09.03

상실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우리글 2011》 상실 - 해 보지도 않고 하지 말란다 가보지도 않고 가지 말란다 꺼내어 보일 것이 부실한 자는 속내 검어진 것 또한 나만의 비밀인 양한다 한번 해보았다고 할 필요 없단다 한번 가보았다고 갈 일 없단다 두 번에 낯이 익고 서너 번에 정들거늘 사랑도 위선인 양 첫눈에 반했다 한다 그러다 해 보고 또 해 보아도 가보고 또 가보아도 세상사 한 번에 끝낼 일은 주검뿐이었다 어차피 상실할 주검이야 그리 서둘 일이 아니지 않은가

2023.02.26

미남열전美男列傳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2011 우리글》 미남열전美男列傳 - 어린아이 취미치곤 고상한 극장가는 걸 좋아했던 솜털 보송보송했던 시절 예쁜 여자보다는 잘생긴 남자가 멋졌다 대머리 노들이발관 이발사 들창코 만화가게 주인 실눈이 로마양복점 재단사 배불뚝이 역전사진관 사진쟁이 합죽이 솜틀집 아저씨 코흘리개 국영이 얼굴 버짐 하얗게 뜬 재선이 까만 피부라서 별명이 ‘깜상’인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형 등등 노량진역 앞 노량진극장 끼고 들어와 쭉 가면 만년고개 넘고 오른쪽 틀면 서낭당고개 넘는 우리 동네는 못난이들 집합소였다 근엄한 대통령 얼굴도 솔직히 무 꼭지 같았다 그래도 영화 속 총 차고 말 타고 삐딱하게 시가Cigar 씹는 존 웨인이 잘 생겼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그랬지만 뾰족뾰족한 제임스 딘은 별로였..

202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