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스토리Omnibus Story - 빌딩 숲에서 목구멍 넘어가는 자판기 커피 맛이새삼스러이 정나미 뚝 떨어지는 순간 여길 빨리 떠나고 싶다 네 명이 둘러앉아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데상추 물기 털어내며 씨팔조팔 어수선한 얘기 뻥 튀기듯 노가리만 푸는데 갑자기 고독하고 싶어 나왔다 어슴푸레한 저녁 높지 않은 산기슭 작은 바위 그 언저리 털썩 주저앉아 내려다보이는 도심 반짝거리는 불꽃들에이유 없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았다 조신했던 여자의 변덕이 죽 끓을 때참고 또 참다가 인내의 한계는 여기다 하고절교를 선언했다 눈 내리는 날 겨우 한두 사람 내려놓고 떠나는 간이역 기차 뒷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 그냥 역으로 갔다 ◎ 시집 《노량진 극장(2008,우리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