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4

과연 삶은 소풍인가 아니면 꿈인가?

과연 삶은 소풍인가 아니면 꿈인가? -  천상병 시인은 시 「귀천」에서 인생은 소풍이라 했지만 나는 종종 죽음을 소풍으로 표현한다. ‘가령, 사랑하는 그가 소풍 떠났다.’처럼 귀천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소풍’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야외에 나갔다 오는 일.  1960년대 창경원, 관악산 초등학교 소풍은 야외에서 김밥 사이다 먹을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리고는 이후의 내 삶에… 즐거운 소풍이 있었나? 인생이 진정 소풍인가? 아니면 시인의 시적 유희인가? 알려진 대로 ..

나의 이야기 2025.03.18

급난지붕(急難之朋)

급난지붕(急難之朋) -   일찍이 나이 서른하나에,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가 벌린 쩐빵(사업)에 아부지 집 담보 넣었다가 쫄딱 들어먹었습니다.   당장 아부지 90평짜리 한옥 한 채가 담보로 날아갔지요. 여기저기 둘러쓴 개인 빛도 남았지요. 이럼에도 제 무능력은 인정 못 하고 눈에는 독기만 잔뜩 올라 핏발만 서 있던 그때가 내 인생 가장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내게는 의리 있던 벗 몇 있음에 고맙기 그지없는 인생입니다.   사실 당시에 이들에게 돈 얘기는 입도 뻥끗 안 했었지만….   다섯 살 때부터 아래윗집 살았던, 지금은 고인이 된 M은 마침 물려받은 집을 판 돈이 있다고 일단 급한 불 끄라고 500을 보태주었고 가정 있는 월급쟁이 J는 있는 대로 다 끌어모았다며 800을 이 사태를 옆에서..

나의 이야기 2025.03.11

과자를 위한 냉정한 평가

과자를 위한 냉정한 평가 ㅡ칠팔십 대가 옛날 가난한 시절, 그것도 먹거리 얘기를 젊은 층들 앞에서 꺼내면, 아휴 저 꼰대는!, 아니면 저 영감노친네 또 시작이네! 은근 눈총을 받기 십상입니다.   과자 역시 그랬지요, 롯데제과 해태제과는 그래도 흉내는 내는 맛이었지만 시장에서 됫박으로 파는 과자는 고체 우유가 빠르게 헤엄치고 지나간 밀가루 구운 맛 그 자체였습니다.어쩌다가 미제 껌 미제 비스켓 미제 사탕(당시 외국산은 모두 미제로 퉁쳤다) 하나 입에 넣으면  어린 입에도 확실한 맛의 차별이 지어졌지요.세월이 흘러 호구지책을 넘어 새끼들 먹이고 가르치느라 일에 미친 이 나라 가장들의 희생으로 가난한 나라를 면했습니다.아직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추구하는 나는 여행 중 과자나 빵조차도 현지에서 먹..

나의 이야기 2025.03.02

詩와 술

詩와 술 - 소주 빼갈 위스키 코냑을 거쳐서작금의 막걸리에 이르기까지의 酒史를유식한 척 들먹이며대단한 애주가임을 자처하는 내가시를 스무 해 넘어 쓰며 살아 보니,험한 세파를 헤쳐 나가려는 힘겨운 몸짓으로술 핑계 우선이요, 시 핑계는 차선이 아니었나….이리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술 체력이 달려 고작 막걸리 한 사발 마시는 정도입니다.  일찍이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는아들이 술 마시는 걸 보고는 - 네 아비 늘 취한 것 배우지 마라  한평생 남들이 미치광이라 말한단다 늘 취한 아비인 자신 걱정은 없고, 아들의 술 마심을 걱정했습니다.   또 다른, 진정 좋아하지만조선의 실속 없는 천재 시인 石洲 權韠(권필)은호방하고 매사 얽매이지 않는 성품으로 벼슬길 마다하고낭만이란 호기로 현실 풍자시 몇 ..

나의 이야기 2025.02.28

푸항또우장(阜亢豆奬) 줄 서서 먹기

푸항또우장(阜亢豆奬) 줄 서서 먹기 ㅡ 나는 좀처럼 줄 서는 식당을 안 간다. 궁금한 걸 못 참는 아내와 타이베이 여행 중에 미슐랭 빕 구르망 '푸항또우장' 맛집이 있으니 아침 먹으러 가잔다. 아니 왜? 호텔 아침 식사비 다 포함됐는데 거길 왜 가느냐? 싫다고 하자니 모처럼 나온 여행에 쫀쫀한 영감태기 때문에 할망구 기분 상할까, 속으로만 '아니 중국인들이 우리네 아침밥처럼 먹는 콩국 그깟 또우장이 맛이 있어 봐야 또우장이지' 하면서도 따라나섰다. 시먼딩(西門町) 숙소에서 시내버스 타고 내린 셴따오쓰(善道寺) 정류장 또우장 식당 있는 건물에 도착한 시간이 9시 정도였는데, 아뿔싸! 기다리는 줄이 어림잡아도 150m다. 뭐지 이게? 콩국물 하나 먹겠다고 이렇게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 먹는다는 말인가. 한 ..

나의 이야기 2023.11.24

2016 「방탄소년단」

2016 「방탄소년단」 ㅡ 2016년 유월 친구 내외와 유럽 배낭여행 중 뮌헨을 종일 헤매고 다니다가 그 유명하다는 빅투알리엔 마켓(Viktualienmarkt)에 들렀다. 시장 가운데 넓은 마당 커다란 나무들 사이사이에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벼, 얼마를 자리 나길 기다리다 겨우 앉았다. 종일 걸어 갈증이 있던 차에, 소시지 한 조각 씹으며 벌컥벌컥 마신 그 유명하다는 뮌헨 호프의 목 넘김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캬~ ”하며 숨 고르는 순간 옆자리에 앉았던 귀여운 서양 소녀들이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순간 '어 한국말!', "한국말 할 줄 알아요?"로 대화가 시작됐다. 그들이 할 줄 아는 한국말은 ‘방탄소년단(BTS)’이 부르는 가사가 전부였다. 사실, 당시 나는 「방..

나의 이야기 2023.06.08

Thanks, Google!

Thanks, Google! - 구글에서 오늘 콕 집어 보내온 사진들의 주제는 내가 찍었던 입니다, 하천 트레킹으로 저승골을 지났던 '백화산 숲'도 보이고, 짧은 시간 걸으며 아쉬움만 크게 남겼던 다시 가고픈 알프스 자락 할슈타트 가는 길에 만났던 '고사우제 호수가 숲'도, 아름다운 한려수도 '거제도 숲'도, 자주 걷는 뒷동산 숲도, '홋카이도'의 눈 덮인 숲도, 중세 마을 '로텐부르크'의 운치 있는 숲도, 신비한 '거문오름'의 안개 덮인 숲도, '캐나디언 로키'의 장엄한 숲도, 산벚꽃 싱그러운 제부도의 봄 숲도, 그리고는 숲속 정다운 벗들의 얼굴도... 추억의 사진들 모음에, Thanks, Google!

나의 이야기 2023.05.05

Red Queen Effect

Red Queen Effect ㅡ 경영학 조직이론에서 '레드 퀸 효과'라는 게 있다. 즉, 경쟁이 된다거나 비교되는 라이벌 간에 한쪽의 발전이 다른 한 쪽의 발전을 촉진해 함께 진화하는 걸 뜻한다. 시ㆍ소설ㆍ수필 등의 글쓰기 전반에 특히 배타적 아류로 읽히기 쉬운 '시 쓰기'는 더욱 그러하다. 가까이 지내는 몇이, 시인까지는 아니더라도 글(시)을 쓰고 싶어 해서 4인(편의상 a,b,c로 호칭, 나 포함) 톡방을 개설해서 참견한 지가 여섯 달이 됐다. a,b,c는 무역회사, 증권사, 공무원 등을 거쳐 예순 언저리를 살고 있다. 올라오는 모든 글은 서로 오픈 품평을 한다, a는 가장 감성적이며 멤버들의 비평에 순응하는 形이다. b는 대학 시절 철학 서적을 많이 읽었다는 걸 은근 과시하며 a와 c에 상대적 우..

나의 이야기 2023.04.06

키오스크 소고

키오스크 소고 ㅡ 버거킹 와퍼 하나에 감자튀김을 터치 주문 완료했는데 갑자기 핫초코 하나 더 추가하고 싶었다 이리 터치 저리 터치... 쉽지 않다 뒤에 줄만 안 서 있어도 차분하게 해 보겠건만... 결국 뒷줄 젊은 친구에게 Help Me! 했다 어찌나 빠르고 쉽게 추가하는지 진흠모 모꼬지 마니또 선물 써치로 어제 갔던 다이소에서 페이 QR을 찍는대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어벌벌 했다 지인 몇 분 초대로 간, 맛집으로 소문난 생선구이집에서는 AI가 밥상을 들고 왔다, 돌아가는 터치를 찾느라 일흔 언저리 네 사람이 또 어벌벌 떨다 오래 걸려 AI를 마냥 기다리게 했다 쏘리 AI야! 일찍이 영타를 업무상 상용했고 또래보다 컴퓨터 얼리 어댑터임에도 이 모양새다 나이 탓 말고 즐겁게 자꾸 부닥치자 키오스크에 감사..

나의 이야기 2023.04.04

오륙도ㅡ이기대(부산 갈맷길)

오륙도ㅡ이기대(부산 갈맷길) 시 얘기 모임 후, 파전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는데 나하고 두물머리를 걸으며 담소를 나눈 적이 있는 분이 "이즘도 많이 걸으세요? 좋은데 좀 알려 주세요" 하셔서 말씀 드린 코스, 한 칠팔 년 지났을까, 걷기 20년 지기 벗들과 걸었던 부산 갈맷길 '오륙도ㅡ이기대'를 걸어 보시라 말씀드렸다. 6.5km의 안전하게 조성된 해안절벽 길을 따라 광안대교와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저만치 보며 걷는 환상적인 트레킹 코스, 때론 가파른 절벽 계단을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넘실대는 파도에 아찔한 스릴을 느끼기도 하지만 오르막길 내리막길 내내 절벽 중간 중간에 자리한 쉼터는 농바위 같은 기기묘묘한 해안 절벽의 형상을 감상할 틈을 친절하게 내주고는 낭떠러지 절벽 사이사이에 서식하는 갈매기들 둥지를..

나의 이야기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