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도無爲島 - 긁힌 생채기 자국을 지우기 위해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세월이 데려온 구름은 삼라만상 변화무쌍으로 지우고 만들고 부수고 떠 있다 떨어지길 반복하는데 바닷가 한가운데 있건 깊은 산속 오두막에 있건 서울 한복판 빌딩에 있건 둥둥 떠 있긴 마찬가지다 원래 아버지 땅에 있던 나는 어머니 섬에 놓인 연륙교였다 아문 상처는 바위가 되어가고 거기엔 촉촉이 물이 고일 것이고 물살 헤치고 오롯이 떠오르는 날 뭍의 누군가는 또 연륙교를 놓을 것이다 구름의 행위는 여전하겠지만 …‥ 그러니 아파하지 마시라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