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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2‘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2‘◆ 4월 25일 6시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2025년 4월 19일 오전 10시 제주 구좌의 다랑쉬굴에서는 『구좌문학회』와 『진흠모』가 주관한 『다랑쉬굴 시혼제』 가 열렸습니다. 아흔일곱의 생자 이생진 시인께서는 처음으로 불참하셨습니다. 생자께서, 이념을 떠나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11구 시신의 魂을 불러 詩로 위로하기 위한 작은 몸짓을 詩로 실현했던 『다랑쉬굴 시혼제』 덕으로, 올해는 다랑쉬굴 들어가는 길이 잘 닦여 유적지가 된 현실은 좋은 일이나, 2000년부터 많은 시인 낭송가 무용가 ..

2025.04.22

So be it!

So be it!  ㅡ꽃 필 때 남녘 땅 한번 오시라그리 말씀드렸는데칠십 노인이 뭐 그리 바쁘다고이 핑계 저 핑계로 안 내려오시나요오늘 보니 엊저녁 바람에매화는 졌고산수유는 이미 노랑을 잃었는데이 봄 놓치면더 늙은 내 얼굴 볼 참이유?미안 함세여기서도 꽃구경 약속 있어창경궁 옥천교 홍매화는 이미 보았다네자네 늙어가는 얼굴 괜한 걱정은 마시게나내겐 항시 화들짝 핀 매화이니올봄 못 보면그거 뭐 또 어쩌겠는가?So be it!委順으로 살아야지 * So be it! (할 수 없지!)

2025.04.12

무위도無爲島

무위도無爲島 -  긁힌 생채기 자국을 지우기 위해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세월이 데려온 구름은 삼라만상 변화무쌍으로 지우고 만들고 부수고 떠 있다 떨어지길 반복하는데 바닷가 한가운데 있건 깊은 산속 오두막에 있건 서울 한복판 빌딩에 있건 둥둥 떠 있긴 마찬가지다  원래 아버지 땅에 있던 나는 어머니 섬에 놓인 연륙교였다  아문 상처는 바위가 되어가고 거기엔 촉촉이 물이 고일 것이고 물살 헤치고 오롯이 떠오르는 날 뭍의 누군가는 또 연륙교를 놓을 것이다  구름의 행위는 여전하겠지만 …‥ 그러니 아파하지 마시라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중

2025.04.06

여학생과 남학생

여학생과 남학생-  生子 이생진 시인 얘기다 1950년대 후반 고향 충남 서산여고에서 이영자 반장의 담임을 하셨다 1960년대 후반 나는 서울 대방동 성남중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이영자 누님은 나보다 열 살이 훨씬 더 위인데도 시인께서는 영자야! 너! 하신다 내게는, ‘너!’는 둘째고 반말 한 번 하신 적이 없다 ‘자네!’가 비교적 허물없는 말씀이다 선생에게 여학생은 영원히 귀엽고 예쁜 모양이다 여든이 훌쩍 넘으신 영자 누님은 아직도 반장이고 시인은 아직도 서산여고 담임이다 * 생자 이생진 시인은 올해 아흔일곱이시다.

2025.04.01

배웅

배웅 ㅡ  늦밤 詩가 끝난 「인사島」 문지방을 넘어  탑골 樂園 사립문 밖까지 따라나가  아흔일곱 스승 손잡아 간절히 보내드리오니  잘 들어가셔요  미끄러지지 마셔요  엎어지지도 마시고  부디 길 조심 차 조심하시고  다음에 또 꼭 뵈어요  添: 이백여든한 번째 『인사島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에서 일흔 넘은 제자들 노원교 사는 定州가 방학동 사시는 스승을 모시고 왔고 늦밤 정릉 사는 解空이 모시고 가려는데 동암 사는 윤철과 방배동 사는 명옥과 안산 사는 경님과 마포 사는 지현과 목동 사는 경영이 배웅을 했다.  늦은 삼월 이날 밤 유난히 봄바람이 찼다.

2025.03.30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1‘】3월 28일 6시30분 마지막 금요일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詩/歌/演(02)7206264쥔장: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281 낭송 예정자:  김미희 류재호 김중열 윤효순 이원옥 조철암 박하(호남) 김경영 선경님 박산 이생진     「시 낭송 모꼬지-진흠모 280 스케치(2025.02.28.)」 1. 2월: 낭송 선경님/시 오세영 '벌써' 라는 말이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뜰의 매화나무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

2025.03.22

봄바람

봄바람 -  동백이 붉어도 나 보기엔 마냥 수줍게만 보입니다   아직 찬바람은 창연하게 걸린 풍경 소리를 나지막이 부르고 있습니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길섶에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떼가 뭉쳤다 흩어지며 털을 부빕니다   마른 잣나무에 물기 오르니 다람쥐 눈망울은 분주해지고 바람은 또 기웃하며 어정거립니다   비탈 데크 계단을 오르며 햇빛에 비친 그림자를 앞세우다 문득 당신 생각이 납니다   과거에도 있었을 나무에 기대 미래에도 있을 광경을 내려보니 그 모든 것이 하나로 겹쳐집니다   뭉게구름 한 뭉치가 잠시 해를 가리고 있지만 으레 그랬던 일처럼 무심합니다   지금 무얼 하고 계신가요 나는 그대 그리움을 만들고 있는데 바람은 또 귀를 간질입니다   희망이 절망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파도가 일렁이는 절벽 꿈..

2025.03.14

다짐

다짐- 아무리 보아도  싫지 않은 꽃처럼  다시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화처럼자주 마셔도  목 넘김이 좋은 막걸리처럼어디서건 꿈꾸듯 빠져 버리는쇼팽의 피아노곡 녹턴 No.2 처럼한 번만 읽어도 가슴에 박혀  입 설렘 잦은 시 한 구절처럼어제 만나 헤어졌음에도오늘도 보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말입니다,  어쩌다 만나도일그러진 표정의 얼굴로 뱉어내는각진 언어들의 파편이 튀어나까지 피곤해지는  그런 사람은  계절이 아무리 바뀌어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보고픈 사람을 만나고 살겠습니다 (충북 영동 숲속 카페에서)

2025.03.0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0‘】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0‘】2월 28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詩/歌/演(02)7206264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낭송 예정자: 선경님 김효수 유재호 김중열 조철암 신순희                         박하(박호남) 윤효순 김경영 이원옥 박산 이생진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9‘ 스케치】 생자 선생님 세배 모꼬지> 시 낭송 모꼬지-진흠모 (2025.01.31.) 1. 새옷 입고: 낭송 김미희/시 문정희 새해에는 새옷 하나지어 입을까보다하늘에서 목욕 나온 선녀들처럼헌옷은 훌훌 벗어버리고가쁜한 알몸 위에새옷 하나 갈아입을까 보..

2025.02.22

어떤 이

어떤 이 - 어딘가 부실한 장애인이 아닙니다 항시 눈가에 핏발이 서 있습니다 나이 쉰 넘은 지 언제인데 삶의 여유라고는 얼굴 어느 구석에서도 찾기 어렵습니다  객관적 사는 여유가 충분해 보이지만 자신에 습관적으로 부정직하니 짓는 표정이 항시 불규칙합니다 쫓길 일이 없는데 항시 쫓기고 있습니다 친구도 사업도 가족도 운동도 심지어 매일 마시는 술까지도타산적 기만으로부터 나오는 큰소리와 상투적인 수사만 항시 범벅이지요 이러니 보면 볼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어떤 이는 측은합니다  * 시집 《노량진 극장》 중(2008)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