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 6

탈출기

탈출기 ㅡ 아무리 열린 마음으로 산다 해도 순간순간 못마땅한 것에 맞닥뜨리고 때론 버럭 소리도 지릅니다 좀 산 양반들은 세상살이 다 그렇다고 짐짓 도사 흉내를 냅니다만 하찮은 騷人인지라 몇 번 이런 게 반복되면 아무리 친한 것들도 모든 게 싫어집니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습니다 도심 밤길 가다가 떠오르는 이들 있어 고개 들어 본 하늘은 뿌옇게 흩뿌린 모양입니다 거기에는 희미하지만 알만한 얼굴들이 누군 찡그리고 누군 무표정하고 누군 옅은 미소를 띠고 그러고들 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센 빛에 눌려 별빛이 가려지니 헛것 아닌 헛것 들과 이리 조우합니다 이 도시를 잠시라도 떠나야지 합니다만 촘촘하게 엮여 사는 빡빡한 현실은 '몇 박 며칠' 비움이 쉽지 않습니다 출근도 해야지요 잡아 놓은 약속..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