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5

여행에서 느끼는 영어 상용화 ㅡ (포9)

여행에서 느끼는 영어 상용화 ㅡ  코임브라에서, 포루투갈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내륙 마을 '비제우Viseu'로 가기 위해, 구글링 캡처 10시 40분 a.m 버스, 9시 이른 시간 버스터미널에서 티켓팅을 하는데, 창구 판매원이 12시 행 버스밖에 없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맵을 보여주었음에도, 뭐라 답하는데, 영어는 아예 안 통하고, 그나마 50% 포루투갈어와 비슷하다는 스페니시 능력자 아우가 나서도 소통이 어렵다  구글맵 상에는 여전히 10시 40분 버스가 운행한다고 나온다. 비제우 여행을 포기하려다가, 12시 버스라도 타고 가자는 의견으로 결정했지만, 이제껏 여행 경험상 구글맵 알림이 잘못될 리는 없다는 생각에, 플랫폼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익스큐즈 ..

여행 이야기 2024.12.14

서울 사는 범부凡夫

서울 사는 범부凡夫 - 하는 일은 별 볼일 없어도그럭저럭 돈이 있으니 갈 곳이 있다골프장 그리고 룸살롱이다지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들에 지치면 지루하다 고독을 모르니 더 지루하다 돈이 없어야 진한 고독을 알 수 있다 청산靑山이 부르는 소리가 들릴 때 즈음이면풍족하여 술에 망가진 몸뚱이가 말을 안 듣는다 이 때 서울 사는 범부 유목遊牧의 경계를 넘어 은둔하려한다  나오는 한숨에 이제야 진한 고독을 마시고 싶다 청산에 가고 싶다 홀로 있어 보려나 꽃 이름 몇 개라도 알려나   *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우리글 2011)》 중

2024.12.10

파두 (포 8)

파두 ㅡ 구슬프다   언어가 다른 이방인의 귀에도  가락이 그렇고 노래가 그렇다  판소리 서편제 동편제 있듯이  코임부라와 리스본 파두가 다르다  다 슬프고 다 애절하다  남성 가수는 사랑에 처절하고 여성 가수는 비련의 주인공이다   나의 '포루투갈 살이' 이유 중 하나도  파두였다   판소리가 우리의 한풀이라면 파두 역시 포루투갈의 그것이다  목구멍이 찢어질 듯  열 번 스무 번을 꺽이고 꺽여  恨을 토해내는 우리 판소리  그 소리에  파두는 못 미치게 들린다  적어도 내 귀로는 물론 정복자가 되어보지 못한 恨이 정복자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암튼 다시 국가 문화론에 입각해  우리도 외국인 관객들로  꽉꽉 들어차는 판소리 공연장이  종로 뒷골목에 있었으면 좋겠다 Kㅡ판소리 세계화는 어려운가?  ..

2024.12.07

옴니버스 스토리Omnibus Story

옴니버스 스토리Omnibus Story -  빌딩 숲에서 목구멍 넘어가는 자판기 커피 맛이새삼스러이 정나미 뚝 떨어지는 순간 여길 빨리 떠나고 싶다 네 명이 둘러앉아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데상추 물기 털어내며 씨팔조팔 어수선한 얘기 뻥 튀기듯 노가리만 푸는데 갑자기 고독하고 싶어 나왔다  어슴푸레한 저녁 높지 않은 산기슭 작은 바위 그 언저리 털썩 주저앉아 내려다보이는 도심 반짝거리는 불꽃들에이유 없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았다  조신했던 여자의 변덕이 죽 끓을 때참고 또 참다가 인내의 한계는 여기다 하고절교를 선언했다  눈 내리는 날 겨우 한두 사람 내려놓고 떠나는 간이역 기차 뒷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 그냥 역으로 갔다     ◎ 시집 《노량진 극장(2008,우리글)》 중에서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