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8

부적附籍 그리고 공산주의

부적附籍 그리고 공산주의 -  중국 상해  3성급 호텔 아침 식당 잘 먹어야 움직인다는 신념의 여행자는 뚝뚝 찢어놓은 만두에 청경채 돼지고기볶음을 끼어 우롱차 마시며 꾸역꾸역 입에 넣고 있다  옆자리 너덧 명의 노란 색 승복에 머리를 빡빡 밀은 스님들도 아침 공양 중이다 그중 살집 튼실한 둥근달 같은 얼굴에 기름기 좔좔 흐르는 한 명이 염화시중의 미소로 다가와 합장하며 앉더니 슬며시 명함 한 장을 내민다 절집 이름과 이름이 적혀있다  갑자기 미소를 거두더니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엉성하고 알아듣지도 못할 영어로 내게 말을 건네어 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도 하여 더듬거리는 세 살짜리 수준인 내 중국어와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어보니 내 얼굴에 액운厄運이 끼었다는 말이다  아침 댓바람에 너무 황당한 이 말에 슬쩍 ..

여행 이야기 2025.02.16

나 때는… (여행 이야기 포 12)

나 때는…  -업무적이긴 하였지만 비교적 외국을 많이 다니며 살았다.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랜 이즘은 그냥 여행을 꿈꾸는 정도로 만족하며 사는 중이다. 그럼에도 기회가 되면 국내외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국내 여행이야 그렇다손 치고, 해외여행 그중에서도 장소가 먼 유럽 등지는 긴 비행시간뿐 아니라 늘그막 체력 배려 안락한 숙소 등 경비도 만만찮게 들어간다.지난 포루투갈 살이 시, 많지는 않았지만, 간혹 간혹 만나 본 우리 젊은 세대들의 여행 행태를 간접 들여다보면서 새삼 우리가 부자 나라라는 실감을 또 했다.그 행태, 여기서 내가 표현한 형태가 아닌 ‘행태’라 함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마땅 보다는 못마땅함에 이르는 부정적 표현임을 미리 언급한다.자, 그 행태를 말하자면,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살아 온 ..

여행 이야기 2025.02.05

City Tax (포 11)

City Tax ㅡ  호텔비 다 내고주류 포함 식비 역시 부가세 더해 다 내고  낼 세금 이리 다 내고 다니는데  이와는 완전 별개로  하루 체류 도시稅4유로를 꼬박꼬박 징수한다 이럼에도 골목에서는 지린내가 진동한다  설상가상으로  어떤 기차역 화장실은 0.5유로어떤 시외버스터미널은 1유로를 낸다오버투어리즘인 유럽의 유명 도시는 일반적이다   이미 일본의 온천 마을들도 세금을 징수한다 이 모든 게 무료인  인심 후한 우리가 멍청한 건지쫀쫀한 그들이 야박한 건지우리도대동강 물 팔아먹은김선달이라도 당장 불러뭔 수를 써야 할 판 아닌지?조상 잘 둔 그들을 부러워만 할 일인가?   우선, 서울 종로 골목 Alley Tax라도 받으면 어떤지?  단돈 5천 원이라도   (포루투갈, 코임브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여행 이야기 2025.01.16

여행 소망 지수(포 10)

여행 소망 지수 ㅡ 어느 장소를 여행하다 보면 생각나는 벗들이 있다. 가령 겨울 홋카이도 다이세츠山 야외온천 깜깜한 새벽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눈 뭉치를 얼굴로 퍽퍽 맞으면서, 여기 이 신천지 눈 천국에, 탕 속 함께 몸을 푹 담그고는 살아온 얘기보다는 다음에는 어디 갈까, 미래 얘기를 부담 없이 즐길 불알 벗 A가 생각났다. 내 보기엔 그는 여행 소망 지수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진정 폭설 속 며칠을 같이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타이베이 훠궈집에서 양고기 소고기 내장 생선 어패류와 채소를, 뜨거운 육수에 휘휘 저어 골라 먹으며 58도 빼갈을 마시며 나른한 인생의 사는 행복을 느끼다 보면, 풍체 좋고 그럭저럭 먹고살만 하고 지식 욕구 또한 다방면으로 충만함에도, 70년대 삼용이 같이, 오로지 골프와 삼겹살..

여행 이야기 2024.12.27

여행에서 느끼는 영어 상용화 ㅡ (포9)

여행에서 느끼는 영어 상용화 ㅡ  코임브라에서, 포루투갈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내륙 마을 '비제우Viseu'로 가기 위해, 구글링 캡처 10시 40분 a.m 버스, 9시 이른 시간 버스터미널에서 티켓팅을 하는데, 창구 판매원이 12시 행 버스밖에 없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맵을 보여주었음에도, 뭐라 답하는데, 영어는 아예 안 통하고, 그나마 50% 포루투갈어와 비슷하다는 스페니시 능력자 아우가 나서도 소통이 어렵다  구글맵 상에는 여전히 10시 40분 버스가 운행한다고 나온다. 비제우 여행을 포기하려다가, 12시 버스라도 타고 가자는 의견으로 결정했지만, 이제껏 여행 경험상 구글맵 알림이 잘못될 리는 없다는 생각에, 플랫폼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익스큐즈 ..

여행 이야기 2024.12.14

아줄레주 (포7)

아줄레주 ㅡ  작지만 세계를 누볐던 나라 포루투갈을 걸으며  성당, 골목 담장, 집, 공회당, 공원, 지하철역, 왕궁 등 어디에서나 마주하는, 이슬람 문명과 스페인, 이태리, 청나라 도자기 문양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석 유약을 사용해 그리는 도자기 타일 공예품이다.  포루투 상벤투역에는 승객보다 아줄레주 벽화를 보러온 여행자가 더 많았다.  전통ㆍ현대 의상, 스카프에는 물론 특산품인 코르크 제품의 그림에도 온통 아줄레주 문양이 천지다, 심지어는 스테이크 집 접시에도 식탁보에도.  우리네 도자기 한 병 굽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타일에 그림을 그려 하나하나 구워 붙여 그림을 완성하다니!그 타일 하나하나가 집합되어 표현하는 총체적 작품의 신비로운 조화가 한결같이 아름답다. 우리나라 패션 잡지 TV 광고의 ..

여행 이야기 2024.11.29

코임부라 대학 (포5)

코임부라 대학 ㅡ  포루투갈 코임부라 대학이 있는 동네 이름은 코임브라 市다. 이틀에 걸쳐 이 도시를 걸으며 든 생각은, 몬테구江이 보이는 언덕배기 맨 꼭대기에 있는 이 대학은,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도심 골목 곳곳이 학생들의 버스킹 파두 공연 등 시민 생활권에도 깊숙이 대학의 문화가 스며든 듯 느껴졌다, 12만 명의 인구 중 재학생이 2만 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1290년 설립). 지금은,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이 대학 학생들의 검은 망또로 더 유명해졌다. 이 영화 덕을 더했는지, 돈 받는 조아니나 도서관, 상 미켈  소성당 등과 함께 관광객 필수코스로 많은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중이다. 내가 방문한 날도 단체와 개별 탐방객들로 붐볐다. 대학 캠퍼스라기보다는 여느 관광지 같았다. 탐방..

여행 이야기 2024.11.14

이 불친절한 여자야!

「이 불친절한 여자야!」 한국에서 유레일(유럽 기차) 티켓을 예매했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라이프치히 경유해서 드레스덴에 도착하는 2016년 당시 4인 약 30만 원 정도 금액이었는데, 아뿔싸 티켓을 깜빡하고 집에 놓고 왔음을 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여행자로서는 계속 이어지는 스케줄에 지장을 받을까의 당황스러움이 앞서지만 액수 또한 작지 않았으니 쉽게 포기하기 어려워, 그 큰 베를린중앙역 3층 클레임 담당 오피스를 물어물어 찾아가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컴퓨터 상에 해외 예매 리스트가 남아 있을 터이니 다소의 페널티를 물 각오를 하고는, 당연 한국 같이 상냥하고 친절한 역무원이 컴퓨터를 두드려 확인하며 여차저차 친절한 안내 설명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건 천만에 만만에 나만의 착각이었다. 몸통 살..

여행 이야기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