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산 간월암에서 「개 폼」 ㅡ 시쳇말로 '가오다시', 뭐 말 한 마디 하려면 어깨에 뻥이 잔뜩 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창 젊은 때는 빈정이 상해 마주하기도 싫었지만 늙어 가면서는 우선 딱하고 보기에도 이 사람 왜 저러지 하고 측은해 보일 뿐입니다. 오래 알고 지내는 A가 그렇습니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재산이 있어 누군가에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사니 어찌보면 늘그막 늘어진 팔자 임에도, 얘기 중에는 습관적으로 대화 상대인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예전 잘 나갔다는 뭐뭐하는 동창 얘기에 친분 있다는 정치인 이름을 자주 들먹입니다. 그저 변방에 쪼그려 앉아 잡문이나 끌쩍이고 있는 내 짐작으로는 문학이야 그에게 어려울 거니 그저 여행이나 막걸리 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헤어지면서 다음 만남을 진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