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전관예우

박산 2020. 12. 7. 09:16

                 <고성 옵바위: 유계정 사진>

「전관예우」 ㅡ

국장하고 나온 친구에게 석 국장!
차관하고 나온 친구에게 김 차관!
교장하고 나온 친구에게 정 교장!
대령하고 나온 친구 섭섭할까 윤 장군!
지점장하고....
상무하고....
전무하고....
사장하고....

이리 불려지다 나왔으니
혹여 그게 그리울까
내 딴에는 존중 의미 더해
가급적 이리 불렀다

별을 세 개나 달았었다는 아흔이 다 되 가시는, 수수해 보이는 입성에 거들먹거림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안 보이는 A 장군을 뵙고 여러 좋은 말씀을 들었는데, 단호하고 다부지게 귀에 쏙 드는 그 분의 세상 '觀' 중 하나를 기억한다.

자신이 몸 담았던 군대의 例를 들어, 전역했음에도 상호 호칭이 장군! 사단장! 사령관! 총장!, 특히 동기생 간의 이 거북스런 호칭부터 하지 말아야 쓸 때없는 권위가 사라져서, 늙어가며 진실한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맞다
이 말씀이 맞다
나도 이제부터 그러지 말아야겠다

나이듦에도 지들끼리 뱉어내는 말

과장 하다 그만 둔 사람
상무! 전무! 사장! 하면
듣는 기분 언짢고
주사 하다 은퇴한 사람
서기관! 이사관! 국장! 하면
듣는 기분 엿 같고
선생 하다 정년한 사람
교장! 하면
듣는 기분 꼽고
소령 중령하다 전역한 군인
장군! 사단장! 사령관! 하면
듣는 기분 배알이 꼴린다

왕년에 내가!
폼 잡는 소리 이젠 그만하고
동연배 끼리는 재인아! 철수야! 하고
몇 살 차이나면 이 형! 김 선생! 하면 되고
얼마 있냐
뭐 했었냐
뭐 공부했었냐
물어도 들어도 신물나는 나이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얘기는 이제 그만 하자

사는 이치를 깨닫게 해 주신 A 장군께, 아니 A 선생께 진정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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