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박박

박산 2023. 12. 11. 08:29

조지 버너드 쇼 또는 버너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 1950년)로 불려지는 이 아일래드 극작가의 묘비명에는 이리 쓰여져 있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인터넷 떠도는 번역은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인데, 얼핏 읽으면 인생 후회하는 듯 보이지만 내 번역은 "늘그막에는 제발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는 의미로 읽힌다. (사진 페이스북 발췌)

 

 

개소리 박박 - 

 

빌어먹을 세상 결국 나를 버린다고

소주병 양손 틀어쥐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병나발 흔들어 마셔가며 씨발씨발 외쳐 본적이 있는지요

 

돈 못 벌어들인 제 잘못에 겨워

고분거리는 처자식이 떨어지지 않은 찰거머리인 양

밀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 적이 있으신지요

 

강변 한 구석 소용돌이 심한 곳

휘몰이 치는 바로 그 곳이

내 생의 마지막 퐁당 곳이라

신발 벗으려한 적이 있는지요

 

그러다가도 스스로 오기 있다

채찍질로 배짱 잔뜩 키워

아무도 없는 산골짜기 한 귀퉁이

인적 드문 곳에 홀로 들어

개 같은 세상아 나 좀 한 번만 봐주라!”

소리 질러 애원한 적이 있는지요

 

그리 한 번 봐 준 그 세상에

없던 웃음 짓자니 비웃음이 되고

안 하던 짓 고개 숙이자니

비위가 틀려 내장이 병들어 썩어 문드러지고

슬금슬금 전이된 야비한 타성에

문득문득 겁을 집어 먹은 적이 있는지요

 

욕을 씨부린 적도 누군가를 학대해 본적도

절망 해본 적도 다 내 일이 아니었던 양

그냥 지금의 평안으로 위장한 적도 있는지요

 

아직도 누군가에 남은 미련이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이 되어

어떤 게 좋고 나쁜지가

때론 더운 여름이고 때론 추운 겨울인지요

 

지금도 씨발 찾을 일이 있고

신발 벗고 절망할 일이 있어

세상사 모든 게 껌껌한 밤길이라 생각하는지요 

 

게리 번트(1957~ )

 

 

떨쳐내고 싶은 것은 진즉에 나간 줄도 모르고

아직도 어리빵빵 되지도 않을 잔머릴 굴리면서

엉뚱한 열등감에 손만 꽉 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절망은 결국 희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빛은 망각의 세월을 잉태하는 법이니

남아 있는 기억만 쌍욕 없이 그냥 다

그 거다 인정하시지요

 

 

지금까지

지나가는 소도 웃을

개소리 박박이었는지요?  

 

 

 

* 시집 《노량진 극장(200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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