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버너드 쇼 또는 버너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 1950년)로 불려지는 이 아일래드 극작가의 묘비명에는 이리 쓰여져 있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인터넷 떠도는 번역은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인데, 얼핏 읽으면 인생 후회하는 듯 보이지만 내 번역은 "늘그막에는 제발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는 의미로 읽힌다. (사진 페이스북 발췌)
개소리 박박 -
빌어먹을 세상 결국 나를 버린다고
소주병 양손 틀어쥐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병나발 흔들어 마셔가며 씨발씨발 외쳐 본적이 있는지요
돈 못 벌어들인 제 잘못에 겨워
고분거리는 처자식이 떨어지지 않은 찰거머리인 양
밀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 적이 있으신지요
강변 한 구석 소용돌이 심한 곳
휘몰이 치는 바로 그 곳이
내 생의 마지막 ‘퐁당 곳’ 이라
신발 벗으려한 적이 있는지요
그러다가도 스스로 ‘오기 있다’
채찍질로 배짱 잔뜩 키워
아무도 없는 산골짜기 한 귀퉁이
인적 드문 곳에 홀로 들어
“개 같은 세상아 나 좀 한 번만 봐주라!”
소리 질러 애원한 적이 있는지요
그리 한 번 봐 준 그 세상에
없던 웃음 짓자니 비웃음이 되고
안 하던 짓 고개 숙이자니
비위가 틀려 내장이 병들어 썩어 문드러지고
슬금슬금 전이된 야비한 타성에
문득문득 겁을 집어 먹은 적이 있는지요
욕을 씨부린 적도 누군가를 학대해 본적도
절망 해본 적도 다 내 일이 아니었던 양
그냥 지금의 평안으로 위장한 적도 있는지요
아직도 누군가에 남은 미련이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이 되어
어떤 게 좋고 나쁜지가
때론 더운 여름이고 때론 추운 겨울인지요
지금도 씨발 찾을 일이 있고
신발 벗고 절망할 일이 있어
세상사 모든 게 껌껌한 밤길이라 생각하는지요
떨쳐내고 싶은 것은 진즉에 나간 줄도 모르고
아직도 어리빵빵 되지도 않을 잔머릴 굴리면서
엉뚱한 열등감에 손만 꽉 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절망은 결국 희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빛은 망각의 세월을 잉태하는 법이니
남아 있는 기억만 쌍욕 없이 그냥 다
그 거다 인정하시지요
지금까지
지나가는 소도 웃을
‘개소리 박박’ 이었는지요?
* 시집 《노량진 극장(200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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