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가 좋다

박산 2023. 12. 3. 09:08

홋가이도 1

 

이런 이가 좋다 -

 

처음엔

좋다 싫다 없던 사람이

조근조근 말 몇 번 섞어보니

하얀 이 훤히 드러나게 잘 웃는 이

 

잊을 만하면 문자로

오늘 술 한잔 어떠신지?

품에 안기듯 슬쩍

정으로 군불 지피는 이

 

첫인상이

우락부락 울퉁불퉁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잘 비벼진 짜장면 면발처럼

미끌미끌 맛있게 *섯버믈리는 이 

 

홋가이도 2

 

입성이 별로여서

술값 낼 것 같지 않더니

지갑 속 꽉 찬 부

시집 펼치듯이 천천히 자주 여는 이

 

만난 지 두 해가 넘도록

어느 학교 다녔는지

어디 사는지

입 뻥긋도 묻질 않아

성질 급한 내가

먼저 다 말해주는 이

 

말러의 교향곡을 좋아한다더니

막걸리 한 사발에

벌건 깍두기와 머릿고기 우적거리며

손장단 제 흥에 겨워

육자배기 한 가락 흥얼거리는 이 

 

홋가이도 3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한 인간성으로

십 년 후에도

변치 않음을 내가 보증하는 이

 

이런 이가 좋다 

 

 

*섯버믈다: 섞어 버무리다

 

시집 《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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