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5'

박산 2023. 11. 19. 10:15

생자의 모꼬지 마지막 엽서(양숙 시인 소장)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5'

 

* 1시간 당겨 6시 시작합니다.

202311월  246(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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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 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방학동 오릿집 여름 어느날 박산 장상희와 함께

 

* 폐자전거 앞에서 : 김태경 (264 모꼬지 발표 시)

 

시는 정말 우연하게 오는 걸까

할 일 없는 이른 아침

빗방울은 존 레논의 노래처럼 내리고 있다

나는 카페에 앉아

낡은 폐자전거를 바라본다

얼마나 달리다가 멈췄을까

꿈을 싣고 다닌 의자는 어디로 가고

삶의 주인공은 어디로 떠났을까

이가 빠진 듯한 바큇살은

나팔꽃에 휘감겨 나른한 표정이다

외로운 풍경이 아름답다고

낡음으로 삭아 이제는 더 달리지 못해도

저 슬픔을 감싸주는 나팔꽃이여

휘저으며 나도 달리다가

폐자전거처럼 멈춰 낯선 의자에 앉으니

이제 빗방울의 화음이 들린다

평온 몇 스푼 넣어 마시는 날

위로의 손수건 같은 자전거가 꽃으로 피고

우연히 온 너는 시가 되고

나도 꽃으로 피어나는 생이 된다

남아 있는 날이 싱그럽다

 

 

* 연당 국어논술학원장/ 시인

 

 

264 단체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4' 스케치 2023/10/27

 

 

1. 세월 강 여름 : 양숙

ㅡ세월의 강을 건넌 열음(여름)

 

 

여보게 친구

자네와 나

우리 모두는

오랫동안 흘러 흘러

세월의 바다에 도착한

실한 열음(여름) 아닌가

 

꼿꼿하다고 으스대는

저 비릿하고 어린 것들이

달게 빚어 붉고 마알간 홍시

유려하고 은근한 멋과 맛을

어찌 알겠는가

 

시간을 익힌 열음들이

속으로 시나브로

잘 익힌 세월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세계 最古의 역사를 가졌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새겨진

자랑스러운 한글

'세월' '' '여름'

서로 무관한 것 같지만

곱씹어 봐야 알 수 있는

숨겨진 깊은 뜻을 알기엔

인스턴트 디지털 01로는

턱도 없이 비릿한 것들

 

사실은 바로 얼마 전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2002년 개관 신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외벽에 세계 120개국 언어 부조 장식

 

 

* 진흠모 편집인/ 시인/ 인사동TV 운영 위원

* email: 55yasoo@daum.net

 

 

 

 

2. 이 가을 : 김효수

 

 

꽃보다 예쁜 당신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

 

텅 빈 가슴 외롭지 않게 하나둘 차곡차곡 쌓더니

 

나무에 벌겋게 물들어 가는 잎 바람결에 툭 지듯

 

어디서 다시 꼭 만나자는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이 가을 당신은 낙엽처럼 내 곁을 떠나고 있군요

 

남은 세월 보내다 그리움 몰려올 때 어찌 살라고

 

 

* 진흠모/ 시인

 

 

윤효순 님

 

3. 두 살짜리 아이와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 : 낭송 윤효순/ 시 이생진

 

 

두 살짜리 아이하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가 동화책을 읽는다

두 살짜리 아이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르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그림을 읽을 줄 모른다

두 살짜리 아이는 그림을 자세히 읽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글자를 듬성듬성 읽는다

곰돌이가 나비를 잡으려다 웅덩이에 빠지는 장면 앞에서

두 살짜리 아이는 금방 웃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무표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두 살짜리 아이는 크면서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를

멀리했다

 

 

* 여울아라 동인

 

 

김태경 님

 

4. 폐자전거 앞에서 : 김태경

 

시는 정말 우연하게 오는 걸까

할 일 없는 이른 아침

빗방울은 존 레논의 노래처럼 내리고 있다

나는 카페에 앉아

낡은 폐자전거를 바라본다

얼마나 달리다가 멈췄을까

꿈을 싣고 다닌 의자는 어디로 가고

삶의 주인공은 어디로 떠났을까

이가 빠진 듯한 바큇살은

나팔꽃에 휘감겨 나른한 표정이다

외로운 풍경이 아름답다고

낡음으로 삭아 이제는 더 달리지 못해도

저 슬픔을 감싸주는 나팔꽃이여

휘저으며 나도 달리다가

폐자전거처럼 멈춰 낯선 의자에 앉으니

이제 빗방울의 화음이 들린다

평온 몇 스푼 넣어 마시는 날

위로의 손수건 같은 자전거가 꽃으로 피고

우연히 온 너는 시가 되고

나도 꽃으로 피어나는 생이 된다

남아 있는 날이 싱그럽다

 

 

* 연당 국어논술학원장/ 시인

 

 

 

 

5. 어안(魚眼) :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이 생 진

무엇을 더 보고 싶어서

뜬 눈으로 새우다가

뜬 눈으로 자고

뜬 눈으로 살다가

뜬 눈으로 가느냐

평생을 뜨지 못하고 죽은 사람은

어떻게 뚫어야만 뚫리는 시력이냐

너는 네 눈으로 네가 보이느냐

너는 눈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느냐

 

ㅡ시집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6. 추석 아침 : 조철암

 

 

딩동, 추석날 아침 현관 벨이 울렸다

딸 가족은 오후에 온다 했는데

누구세요

앞집입니다

 

얼마 전 이사 온

앞집 젊은 부부와 7살 남녀 쌍둥이

가족 4명이 밝은 모습으로

예를 갖춘 명절 인사를 온 것이다

 

아파트 생활 수십 년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

그들보다 나이 든 내가 멋쩍기는 했지만

젊은 부부와 아이들에게

덕담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오래전에나 있었던

이웃 간 명절 인사를 나누고 나니

요즘 보기 드물게 예의 바른 가족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풍성한 한가위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선경님 님

 

7. 너에게 : 낭송 선경림/ 시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디찬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 낭송가

 

 

이원옥 님

 

8. 바람이 길을 가다 : 이원옥

 

 

바람이 길을 가다

나무 위에서 잠시 쉬고 있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서해에서 오고 동해에서 오고

북쪽에서도 오고 남쪽에서도 온다

태풍과 함께 와 우리를 무섭게 만들기도 하고

추운 겨울 볼을 얼게 하고 발도 꽁꽁 얼게 한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불어와

땀방울을 식혀주기도 하는 고마운 바람

바람 한점 없는 날은 삭막한 도시 사막에 혼자 서 있는 느낌

그래도 바람은 길을 간다

 

 

* 진흠모/ 시인/ 사업가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 시낭송을 마치고

 

9. 우체국 아가씨 : 낭송 김미희/ 시 이생진

 

 

우체국 가면서 생각했다

꼭 연인네 가는 것 같다고

가다가 개울을 건너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를 꺼내 마시며 생각했다

꼭 연인네 집 앞에 온 것 같다고

우체국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난롯가에 앉았던 아가씨가 일어서서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냐고 묻지도 않고

일부인을 꽝꽝 내리친다

봉투가 으스러져 속살이 멍드는 줄도 모르고

꽉꽉 내리칠 때

내 손가락이 바르르 떨었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인사동TV 운영 위원

 

 

 

 

10. 물레방아 : 김중열

 

 

메말라 덜컹덜컹 굶주려 갈

남겨진 상실이란 파편들로

어데로 쌓여갈까 궁금하련가

 

밀려오는 열정들 껄떡이니

다시금 달래보며 안아볼까

천 개의 바람 몰려 풍상에 시달리어

주름골 걸쳐가는 타령에 서글프기를

 

반쯤 채워진 막걸릿잔에 비어갈 안주에

아쉬운 젓가락질 그 또한 공허 속 장단따라

 

미친듯 되씹기를 딸그락 쉬인소리에

삐거덕 굉음으로 고장난 방앗질에

발정난 남녀들로 쾌락이란 엇박자 발광질에

쉼표도 요란스레라 되돌려 되돌이표에

 

온 동네 여름밤을 잠재울래 강강수월래

부풀어진 둥근달 빙글빙글

이 가을밤에 싫커정 돌려볼까나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화가

 

 

 

 

11. 너를 위하여 : 낭송 김경영/ 시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 한다

 

가만히 눈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2. 키스는 하고들 사시는지 : 박산

 

 

나이가 몇인데 점잖지 못하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나 하냐고요?

에이! 공연히 쓰잘데기없이 시비 걸지 마세요,

굳이 배우지 않아도 잘하는 원초적 의사소통 행위인데,

다들 해보셨잖아요?

키스는 행복의 순간입니다

 

지금부터 모두 눈 감고 그때 그 키스의 순간으로 들어가 보세요

첫사랑 풋내 나는 그것도

침실에서 열정의 그것도

노년의 잿빛 기억 그것들조차도

 

붉고 보드라운 입술은,

발레리나보다 춤을 더 잘 추고

아이스크림보다 더 달콤하고

와인보다 더 몽롱하고

언어보다 더 솔직합니다

 

심보 고약한 학자들은

10초 동안 8000만 마리 세균을 교환한다고

겁을 잔뜩 주었지만

정작 그 심보 고약한 학자들이 실제 경험으로 내린 결론은

'이로운 세균도 많아 건강에 이로울 가능성이 더 많다'였습니다

 

입술 맞추고 사는 인생은 사랑으로 건강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요, 기원전 4~5세기를 산 플라톤도 키스를 어마무시 했었나 합니다. '키스는 영혼이 육체를 떠나가는 순간의 경험'이라 하였으니... 영혼이 떠나가는 순간의 경험이라니... 그거 참나! 당시에는 치약 치솔도 없었을 터인데...

(, ~수가 있었다구요? 아 예, 별걱정을 다 하고 있다구요?)

 

? 키스할 상대가 없다구요?

그거 참 안됐네요!

어쩌겠어요? 그대 마음에 키스를 하세요!

눈을 꼬옥 감고

그대 입술의 기억을 불러오세요

 

달뜬 얼굴로 겨우 눈 뜬 저기 독자 한 분이 수줍게 눈으로 묻네요

선생은요?

저요?

에이 무신...!(손사래 허우적! 허우적!)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운영 위원

 

 

264 2분단

 

13. 별을 보며 걷던 날 밤 : 이생진

 

 

별자리를 이야기하다

오리온자리에 네 얼굴을 그려 넣던 날 밤

그건 시인만이 하는 짓이 아냐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본 것은 달이 지고

네가 떠난 후였어

그 하늘에 거미줄 같은 추억을 치고

내 꿈속으로 파고든 것은

찬바람이 싫어 들어왔다는 갯쑥부쟁이

나는 그것이 오리온자리에서 내려온 여인인 줄 알고

헛손질했지

그후 나는 사막을 걸어가는 고아 같았어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264 생자의 귀갓길 1

 

264 귀갓길 2

 

264 정덕수 시인 이윤철 교수
10월 강화도 열혈 진흠모 노희정 시인(육필문학관장)이 주최하는 '전국 어린이 시낭송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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