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받는 삼식이 33

솔리스트 Solist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78쪽 솔리스트 Solist 지휘봉 따라하는 연주가 싫어 독립했다 고독은 외로웠지만 집중을 주었다 이슬 한 방울 떨어지는 작은 소릴 내다가도 변덕 끓어 미친 듯 천둥소리 에너지를 소모했다 때론 물질을 향한 욕망에 힘겨워 울었다 부실한 악기 탓을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다 내 부족임을 잘 안다 난 솔리스트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간섭이 없어 좋았다 말은 훨씬 줄었지만 제 흥에 겨운 맛에 종종 취했다 누군가 들어주는 이가 생겼다 감사에 대한 간단한 예의를 빼곤 그냥 인간에 대한 애증을 연주하려했다 태풍 바다 너울 파랑에 요동치는 쇠사슬에 묶여 정박 중인 어선인 양 삶이 힘겨워 지루하게 버둥거리는 곡들도 이 악물고 수평을 생각하며 인내했다 난 솔리스트니까

202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