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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마타타! -

박산 2020. 3. 13. 12:41


'滿' (그림:이광무 화백)


하쿠나 마타타! -


말[言]이 말을 불러 말잔치를 할라치면 말

많은 말이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뭔가를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들여오고 내다 팔고 살아온 난

팔 것도 살 것도 없이 한숨만 내쉬는 이즈음

수입면장[I/L import Licence]도 송장[C/I Commercial Invoice]도 필요 없는

스와힐리어[語] ‘하쿠나 마타타’를

배[Ship]나 항공운송[Air Transportation]수단도 무시한 채

가슴으로 ‘수입’했습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케냐 킬리만자로를 끼고 사는

마사이부족 같은 악조건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은

배고파도

병들어도

침략을 받아도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괜찮아!

문제없어!

잘 될 거야!

힘내세요!


돈 들여 수입하지 않았으니 돈 받고 팔지 않습니다

가슴 그득 단단히 품어 가시길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운영하는


철 공장 사업부진으로 죽을 지경인

내 친구 김고X 사장에게

하쿠나 마타타! 


이력서 수백 장 보다도 더 무거운 가슴안고 헤매는

취직 못한 이 땅의 백수들에게도

하쿠나 마타타! 


성질 죽이지 못해 홧김에 앉은 술자리 일지라도

술잔 높이 들어 하쿠나 마타타!

실직한 가장 축 처진 어깨 감싸 안고

하쿠나 마타타!


뭐 하나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내 자신에게도

하쿠나 마타타!


백번 말을 해도 싫지 않은 말 하쿠나 마타타! 

가슴으로 수입한 말 ‘하쿠나 마타타’를

말하는 말이 좋아졌습니다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 박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