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경님 안동 하회마을 카카오톡 사진 중에서
떠돌이 장돌뱅이였다면 ㅡ
아랫목 따스함이야 잊고 살겠지만
떠돌이 막 살아가는 그 인생도
사철 구릿빛 살갗 태우고
씨팔조팔 입으로야 늘상 투덜거리겠지만
그 또한 살아볼만 하지 않을지
장가들 생각이야 하지 말아야지
새끼 키울 생각이야 접어야지
떠돌다 배 맞춘 맘씨 좋은 여자
얼굴 좀 못생기면 어떤가
젖꽃판 내 혀 녹이면 극락이지
하룻밤 풋사랑 아쉬운 이별일지라도
또 다른 여자 또 한 인연으로 다가오겠지
밥이라야 기껏 내 한 입 채우기
장바닥 널린 게 국밥인데
그거야 뭐 그리 어렵겠나
홀로 살아 늙어져도 사나운 팔자
술 한 잔에 탄식하고
끙끙 짧게 앓다 소풍 끝낼지라도
아등바등 길게 살려고
아랫목 앉아 불로초 찾는 팔자 부러울까
겪은 설움보단 누린 자유가 꿈만 같지만
뼛속 파고드는 어쩔 수 없는 지독한 고독
자위自慰로 감사하고 찬양하다가
껌 씹듯 질겅질겅 들러붙는 집요한 죽음의 그림자
나만 오라는 것 아니니
웃으며 마중 나가야지
내가 말이다
떠돌이 장돌뱅이였다면
(박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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