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장春葬 -
만화방창 이른 아침 공원 작은 정자 검은 등산복 차림 初老의 두 남자는
안주라곤 달랑 새우깡 부스러기 한 움큼 어적거려 씹으며
종이컵 가득 소주를 부어 목마른 사막의 낙타가 오아시스에 머리 박아 빨아드리듯
단숨에 벌컥벌컥 목구멍을 넘기고 있다.
손바닥만 한 박새 몇 마리가 바로 코앞, 노랑 잃어가는 개나리 덤불 속에서 지비배배거리는 줄도 모르고,
해는 이미 중천에 떠 糊口에 바쁜 사람들이 사라진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써 세 병째 병마개가 뒤 틀리고 있지만,
큰 소리도 없이 그냥 소곤거리는 모양이 아무리 봐도 점잖은 세상을 살아온 양반들 같은데, 술 끝이 없어 저러다 혹시…,
누군가 ‘이 아침 뭔 깡술을 그리 드시냐’ 말려야 할 시점에,
한 남자가 벌렁 드러누우며 “봄 참 좋다!”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 쯤에서 죽었으면 큰 복인데…” 하며 같이 누웠다.
흰 두건에 질끈 들메끈 맨 상여꾼들의 구성진 해로가薤露歌에
움직이는 꽃상여 둘이 춘장을 치르고 있었다.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에서)
*해로가(薤露歌): 상여(喪輿)가 나갈 때에 부르는 슬픈 노래.
사람의 목숨이 부추 위에 서린 이슬처럼 덧없이 사라져 없어진다는 뜻의
구슬픈 가사(歌辭)와 곡조(曲調)로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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