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허업虛業-

박산 2016. 3. 11. 10:50

 

바람의 허업虛業-

 

바람이 몰고 다니던 재물을

촘촘한 그물망 덫 놓아 빼앗았다

 

집 한 채 장만하니 밥술이나 먹나 싶어

술잔 채워 웃는 척 마셨는데

몇 잔이나 마셨을까

태평세월을 시기한 바람이

큼직한 갈고리 몇 개로

집도 술도 콕콕 찍어 날려 보냈다

바람의 복수!

 

놀라거나 호들갑 떨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봤자 본전치기라 생각한 나는

나이 듦을 핑계로 더 이상 덫 놓는 일을 포기했다

팔랑거리는 날개를 세 개나 달고

바람 타고 날아가는 가오리연이 되었다

 

바람이 연줄을 끊어주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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