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장돌뱅이였다면

박산 2016. 4. 1. 11:19

 

 

                                                                                                                         허미경님 안동 하회마을 카카오톡 사진 중에서

 

 

 

떠돌이 장돌뱅이였다면

 

아랫목 따스함이야 잊고 살겠지만

떠돌이 막 살아가는 그 인생도

사철 구릿빛 살갗 태우고

씨팔조팔 입으로야 늘상 투덜거리겠지만

그 또한 살아볼만 하지 않을지

 

장가들 생각이야 하지 말아야지

새끼 키울 생각이야 접어야지

 

떠돌다 배 맞춘 맘씨 좋은 여자

얼굴 좀 못생기면 어떤가

젖꽃판 내 혀 녹이면 극락이지

하룻밤 풋사랑 아쉬운 이별일지라도

또 다른 여자 또 한 인연으로 다가오겠지

 

밥이라야 기껏 내 한 입 채우기

장바닥 널린 게 국밥인데

그거야 뭐 그리 어렵겠나

홀로 살아 늙어져도 사나운 팔자

술 한 잔에 탄식하고

끙끙 짧게 앓다 소풍 끝낼지라도

아등바등 길게 살려고

아랫목 앉아 불로초 찾는 팔자 부러울까

 

겪은 설움보단 누린 자유가 꿈만 같지만

뼛속 파고드는 어쩔 수 없는 지독한 고독

자위自慰로 감사하고 찬양하다가

껌 씹듯 질겅질겅 들러붙는 집요한 죽음의 그림자

나만 오라는 것 아니니

웃으며 마중 나가야지

 

내가 말이다

떠돌이 장돌뱅이였다면

 

 

(박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재호  (0) 2016.04.14
구례 화엄사 4월 - 새벽 이야기   (0) 2016.04.08
춘장春葬  (0) 2016.03.28
진흠모 111+70  (0) 2016.03.17
바람의 허업虛業-  (0) 201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