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박산 2023. 2. 26. 09:45

◎도심의 동트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우리글 2011》

 

 

상실 -

 

해 보지도 않고 하지 말란다

 

가보지도 않고 가지 말란다

 

꺼내어 보일 것이 부실한 자는

속내 검어진 것 또한

나만의 비밀인 양한다

 

한번 해보았다고 할 필요 없단다

 

한번 가보았다고 갈 일 없단다

 

두 번에 낯이 익고

서너 번에 정들거늘

사랑도 위선인 양

첫눈에 반했다 한다

 

그러다 해 보고 또 해 보아도

가보고 또 가보아도

세상사 한 번에 끝낼 일은

주검뿐이었다

 

어차피 상실할 주검이야

그리 서둘 일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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