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우리글 2011》
상실 -
해 보지도 않고 하지 말란다
가보지도 않고 가지 말란다
꺼내어 보일 것이 부실한 자는
속내 검어진 것 또한
나만의 비밀인 양한다
한번 해보았다고 할 필요 없단다
한번 가보았다고 갈 일 없단다
두 번에 낯이 익고
서너 번에 정들거늘
사랑도 위선인 양
첫눈에 반했다 한다
그러다 해 보고 또 해 보아도
가보고 또 가보아도
세상사 한 번에 끝낼 일은
주검뿐이었다
어차피 상실할 주검이야
그리 서둘 일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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