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박산 2023. 2. 11. 18:02

이광무(1955~ ):  「타협」 제일기획에서 광고 상업미술을 했던 작가는 정형화된 바탕에서 벗어나는 Deviance Amplification을 즐긴다. Urban Skechers를 자처하여 각진 과자 박스나 구겨진 신문지 혹은 뜯겨나간 잡지 표면에 도심에서 고민하고 상처받는 인간의 삶을 두터운 線으로 어찌보면 단순 표현한다.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고백 -

 

 

간절한 바람으로 치성드리는 일에도

주저 거리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용감했던 순간보다 비겁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의 울림 정도는

그저 일상의 익숙한 음악으로 들렸고

신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신봉한 적도 없습니다

 

돈에는 치사하리만큼 처절했고

여자에는 유치하리만큼 내숭을 떨었지요

 

얼굴이 화끈거리게 더 뻔뻔했던 건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무한적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좋은 무엇을 가지고

내게 누군가 올 것이라는

가당찮은 기대감입니다

 

목적에 이르지 못함이 불러온 불만이 컸지요

 

겸손이나 겸허 따위의 고상한 언어들을

애써 강에 버리면서 살아온

위선적 세월이 얼마인지 모릅니다만

지금은 순정이나 순수

이런 단순한 단어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내 고향

한강 철교 아래서 발가벗고 물장구치던

이름도 가물가물한 아이들

국영이 유신이

 

부정직의 유전자들을 변모시키는 증거인

희어지고 가늘어져 가는 육신의 모든 털들

 

이 모든 고백의 상대가

결국 자신이라 느껴지는 사실이

다행이라면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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