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6】
2023년 2월 24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아! 그렇구나 : 이원옥
나는 나무다
나는 숲에서 많은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내 옆에는 키가 작고 호리호리한 친구가 살고 있는데
비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세찬 바람이 불면 나는 두 팔을 뻗어 이 친구를 감싸 안는다
힘을 합친 우리는 세차게 바람이 불어도 잘 안 흔들린다
또 내 옆에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크고 힘센 친구가 살고 있는데
심통도 많고 이웃들을 괴롭힌다
이 세상에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문에는 뼈대 있는 집 자손이라고도 하고
품종이 우수한 집안 출신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키 크고 덩치 큰 녀석은
바람이 불면 큰 키를 휘둘러 나와 내 옆의 친구를 괴롭힌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도끼와 톱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키 작고 호리호리한 친구를 지나치고 또 나도 지나치더니
키 크고 덩치 큰 그 친구 앞에 섰다
"음... 이 놈이 제일 쓸 만하겠군"
냅다 당한 도끼질과 톱질에 소리치며 쓰러졌고
마을 사람들은 쓰러진 그 친구를 메고 숲을 떠났다.
뿌리까지 뽑아서....
아! 그렇구나 뼈대 있는 집안이면 무슨 소용이고
품종이 좋으면 무슨 소용인가
힘세고 덩치 커봐야 이웃을 괴롭히면
뿌리까지 뽑히는 것을
우리 사는 세상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심어질 때는 순서가 있어도
뽑혀서 사라지는 것은 순서가 없구나
* 진흠모/ 시인/ 사업가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5 스케치】
2023년 1월 27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1. 네 꿈 내 꿈(조손의 꿈) : 양숙
10년 산 손주에게 물었다
“네 꿈은 뭐니?”
-“직업이요”
‘직업이라니?…….’
“네가 장래 하고 싶은 일이 뭐니?”
-“직업!”
평균 수명 10년 남은 할아버지
“쯔쯧…….”
“직업이라니?‘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를 대답해야지”
(속으로 한심해 죽겠는걸 감추느라
눈꼬리가 가늘어져 아예 눈이 감길 지경)
“다시 생각해서 말해보렴”
-“다시 생각해도 직업!”
-“네 job을 잡을래요”
“내 말은 job이 아니라 work가 뭐냔 말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AI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배워야겠군’
그런 할아버지 꿈은요?
나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는 거!”
* 20년 후쯤인 2040년쯤엔 20%만이 가상의 직업을 갖게 된단다.
* 진흠모 편집인/ 시인/ 인사동TV 운영위원
* email: 55yasoo@hanmail.net
2. 새해 다짐 : 김효수
새해 맞이하여 지난 세월 돌아보니 보이는 건 한숨과 후회뿐이다
찬 바람 불어와도 장대처럼 비가 내려도 눈보라 매섭게 몰아쳐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하늘을 걸어가는 해와 달처럼 살아가고 싶다
신이 아니기에 하루하루 완벽하게 살아갈 수 없어 미련도 많지만
이제부터 남은 세월 험하게 보내더라도 보람 되게 살아가고 싶다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 이사하는 날 한숨과 후회는 조금만 남게
* 진흠모/ 시인
3. 서시 : 낭송 유현숙/ 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 낭송가/ 표현예술가
4. 겨울 아침 : 황덕희
찬바람이 불던 겨울 새벽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눈을 치우신 아버지
치운 자리에 쌓이고 또 쌓여
눈이 발목까지 차올라
털신을 간지럽혀도
아버진 눈 치우는 일에 열심이셨다
이마에 땀이 솟고
내복만 입은 채로
변소 가는 길이며
행길로 나가는 좁은 골목길이며
아버지 발자국으로
겨울 아침이 시작되었던 슬레이트집 마당
찬바람이 불던 겨울 새벽
싸리비 소리에
우린 단잠을 깨곤 했다
* 시인/ 낭송가
5. 호두 한 쌍 : 조철암
짝을 이루었던 호두 두 알
한 쪽은 물이 좋아
호수 속으로 들어갔고
또 다른 한 쪽은 여행이 좋아
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
짝을 잃어 외톨이가 되어
한동안 외로웠던 양쪽의 호두는
새 짝을 만나 서로 보듬어가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6. 별것도 아닌 : 김중열
다가오는 시간들
삼삼오오 짝지어 헤적일 때
크고 작은 덩어리들이
공간에 채워지며 나를 짓누르니
숨이 턱밑에 고여들며 버르집어
답답한 마음 뿐에.....
유한과 무한의 틈새가 벌어지며
한없이 추락하는 나는 한점이 되어
아스라히 사라져 간다.
순간 앞이 탁 트인다.
지나가니 별것도 아니련만.....
해설: 0 과 1 이란 유한이란 사이에는 무한한 소숫점이 존재할 게다
그런 망상 속에서 헤어나며....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화가
7. 서설(瑞雪)의 의미
2023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이하며 : 노희정
냉정하게 돌아서 버린 영혼 위에
그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길 위에
너는 그리움 품고 내리고 있구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랑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도
운명으로 정해진 삶의 답이라 여기며
흩날리는 눈처럼 가볍게 생각해야 할 때
돌처럼 무거운 마음도
산처럼 무거운 인생도
한 됫박 덜고 가뿐한 마음으로
순백의 길 위를 우리는 걸어가야 한다
세상 근심 덜고 순수함으로 걸어가며
저마다의 작고 큰 목소리에 두 귀 열고
부모가 자식 키우는 마음 그 지극함 새기고
귀한 목숨 가벼이 여겼던 마음도
눈(瑞雪)의 본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촛불 같은 가슴으로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마음껏 주고받으며
한마음 한뜻으로 살아가는 세상
목화처럼 포근함 품고 지상에 내려와
뭇 생명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힘
그 능력을 믿어 보자
흑백논리에 연연하지 말고
작은 눈 굴려 큰 눈사람 만들듯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하여
마음 푹 내려놓고 살만한 세상
평화라는 작품을 만들어 가자
상서로운 꿈 품고 내리는 참뜻 새기어
그 소망 이루어지는 계묘년(癸卯年)을
우리 함께 맞이하자
* 진흠모/ 시인/ 육필문학관 관장
8. 정동진: 시 정호승 낭송 오경복 한옥례
9. 기뻐서 죽는 일 :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밖에서 살다 보면 모두 도망친 발자국 그 속에 내
발자국도 끼어 있으니 이젠 돌아가 안에서 살자 내
안의 가족과 내 안의 이웃과 이루지 못한 사랑 이루며
이루지 못한 기쁨 이루며 내 안의 나와 내 안의
아내와 내 안의 세상에서 내 노래 부르며 죽는 날까지
아파하지 않는 내 안의 눈물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쁘기만 하다가 죽는 것이 무어 어색하냐
-시집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10. 한강진: 시 김기진 낭송 김윤근
11. 아! 그렇구나 : 이원옥
나는 나무다
나는 숲에서 많은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내 옆에는 키가 작고 호리호리한 친구가 살고 있는데
비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세찬 바람이 불면 나는 두 팔을 뻗어 이 친구를 감싸 안는다
힘을 합친 우리는 세차게 바람이 불어도 잘 안 흔들린다
또 내 옆에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크고 힘센 친구가 살고 있는데
심통도 많고 이웃들을 괴롭힌다
이 세상에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문에는 뼈대 있는 집 자손이라고도 하고
품종이 우수한 집안 출신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키 크고 덩치 큰 녀석은
바람이 불면 큰 키를 휘둘러 나와 내 옆의 친구를 괴롭힌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도끼와 톱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키 작고 호리호리한 친구를 지나치고 또 나도 지나치더니
키 크고 덩치 큰 그 친구 앞에 섰다
"음... 이 놈이 제일 쓸 만하겠군"
냅다 당한 도끼질과 톱질에 소리치며 쓰러졌고
마을 사람들은 쓰러진 그 친구를 메고 숲을 떠났다.
뿌리까지 뽑아서....
아! 그렇구나 뼈대 있는 집안이면 무슨 소용이고
품종이 좋으면 무슨 소용인가
힘세고 덩치 커봐야 이웃을 괴롭히면
뿌리까지 뽑히는 것을
우리 사는 세상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심어질 때는 순서가 있어도
뽑혀서 사라지는 것은 순서가 없구나
* 진흠모/ 시인/ 사업가
12. 선상 스케치 : 낭송 김미희/ 시 이생진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지
눈의 욕심
손의 욕심
마음의 욕심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지
섬 모퉁이
이 작은 등대
낮에도 조심하라 한다
등대는 내가 어딜 가는 줄 알까
그건 몰라도 조심해 가라는 말은
꼭 하고 싶은 말이다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손도 못 흔들고
낮에는 답답하겠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섬
인간은 섬 속에서 사는 거
그래서 섬처럼 외롭다 하는가
갑판에 쭈그리고 앉아서 섬을 그리는
내 모습
무엇인가 그린다는 것은
마음에 그리움이 있다는 거
그것 때문에 나도 그림처럼 외로워진다
갑판에서 꿈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 사람도 섬처럼 조용하다
섬은 눈뜨고 보는 꿈이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인사동TV 운영위원
13. 나의 소망 : 낭송 김경영/ 시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 같이 신뢰하며
욕심없이 사랑 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 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는다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해
이 해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에 지표로 하리라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4. 생각나면 다시 전화할게! : 박산
버스 지하철 타는 BMW족인 나는
또래 영감태기들 목소리 큰 통화에
같은 족속으로서 은근 쪽팔려
스마트폰은 항시 묵음이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지인들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시 노래 가수 벗 현승엽 전화 흔적이 있다
ㅡ 굿모닝! 엊저녁 전화를 못 받았네
뭔 일?
ㅡ 어,,, 그래?
,,, 왜 했지? ,,, 생각이 안 나네
생각나면 다시 전화할게!
ㅡ ,,, 나도 잘 그래, 다시 혀!
ㅡ 알써!
달포가 지난 오늘까지도
그는 그 생각이
아직도 안 나는 모양이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방송주간
15.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 이생진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올 것 같아서 좋아
시는 가난해서 좋아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서 좋아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아
시는 짧아서 좋아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아
시 속에서 만나자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같아서 좋아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시를 읽어도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시를 읽고 있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버려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좋아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아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생자 담론: “모든 믿음은 산 사람의 희망에 있다”
* 계묘 설 세배가 있었습니다.
* 이명해 님과 오경복 한옥례 님의 설 세배 떡 사례 고맙습니다.
* 생자 동정 : 부산 「박신자 갤러리」 참관
「세계작가대회 김중열전」 참관
* 운예 김명중 《인사동tv》 피디는 생자 시집 누락 분 《'섬에 가는 이유', 1999 평단문화사》 시집 발굴
생자 시집 누적 42권으로 기록 정정했습니다.
시집 42권/ 시선집 2권/ 시화집 4권/ 수필집 및 편저 4권/ 서문집 1권 (총 저서 53권)
진흠모 소식: 열혈 진흠모 포크송 가수 보헤미안 천승현 님께서 소풍 떠났습니다.
진흠모 모두는 그의 명복을 빌며, 하늘에서 못다한 노래 실컷 부르시길 빕니다!
보헤미안 천승현 ㅡ 박산
스팽글 롱부츠에 카우보이모자를 눌러 쓰고
말 타고 긴 머리 휘날리며
푸른 초원 언덕 넘고
숲 사이 작은 강 건너
방랑이 고독을 가르쳐 줄 무렵에야
육척의 심신이 노곤해졌다
세월을 삼킨 긴 잠은 디스토피아를 버렸다
악상이 떠오르자 기타를 퉁기고 하모니카를 불었다
가슴속 비집고 나와 긴 호흡으로 부르는 탁성의 절규는
여전히 정착하지 못한 유목의 고독을 호소하는 중이다
규범과 관습을 벗어나 초원을 달렸던 시절
수없이 찢어 없앴던 악보가
요 몇 년 새 봄날 새싹처럼
하나둘 노오란 빛으로 돌아오는 중이지만
여전히 롱부츠에 카우보이모자 눌러 쓴 그는
영원한 보헤미안이다
* 보헤미안 천승현(1957~2023 ):
예명 '보헤미안'으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떠나는 길 돌아오는 길’ ‘눈물이 나서’ '섬 묘지' 등의 시 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