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2011 우리글》
다랑쉬 -
때 묻은 게 있거든
툭툭 털어 예 다 내려놓으시게나
소리 지를 일 있으면
예서 크게 지르시게나
망할 자식 하나 있으면
예서 쌍욕 씨부렁씨부렁 하시게나
속내 깊이 썩고 있는 시름 있으면
예서 실컷 읊조리게나
마누라 몰래 사랑하는 이 있거든
이때다 하고 예서 한 번 슬쩍 불러 보시게나
그러다 허기져 먹고 혹여 남은 게 있거든
나도 먹게 예 조금 내려놓고 가시게나
내려가실 때는 제발
횡 하니 쌀쌀맞게 등만 보이지 말고
예 몇 번 고개 돌려 바라보고 아쉬운 듯 가시게나
그래야 예 다랑쉬 좋은 줄 알 것 아닌가
* 다랑쉬: 월랑봉. 북제주군 구좌읍에 있는 봉우리, 다랑쉬오름
生子 이생진 시인을 따라가는 봄 섬 여행 중에서도, 많은 독자들이 생자 시인을 기억하게 해주는 제주도는 특별하다, 성산포 일출봉 아래 우도가 바라보이는 올레 1길『이생진시비거리』가 있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가 그러하고 『서귀포 칠십리길』을 노래한 『이중섭거리』와 외돌개 소나무 숲이 또한 그렇고, 시로 연주하는 한 편의 굿거리 마당인 구좌의 『다랑쉬굴 詩魂祭』가 그렇다. 2008년으로 기억되는 봄날, 할미꽃 무장다리꽃이 여기저기 피어있고 고사리가 목을 빳빳이 세우고 있는 아끈다랑쉬오름 돌무덤가에 모여 제주와 서울에서 내려 간 문학애호가들이 즉흥 글짓기 대회를 진행했다, 이때 생자와 동행했던 고 박희진 시인(1931~2015)께서 오늘의 장원이라 뽑아준 시가 바로 이 시, 「다랑쉬」였다.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의 능청 (11) | 2023.03.22 |
---|---|
산아! 모든 사물에 더 겸손하자! (9) | 2023.03.17 |
상실 (7) | 2023.02.26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6 (7) | 2023.02.18 |
고백 (10) | 202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