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능청

박산 2023. 3. 22. 08:36

Spring Flower Road (김명옥 화가)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시의 능청 -

 

시 읽으러 가는 인사동

종각역 귀퉁이 여기저기

종이박스로 관을 만들어

하잘 것 없는 보따리 풀어놓고

때 묻고 낡은 신발짝 깔고 앉아

나뒹구는 소주병 벗 삼아

풀린 눈으로 행인들 바라보며

죽는 연습이 한창이다

YMCA 앞 가로수에 핀 매화

꽃상여로 제격이다

시도 죽는 게 두려운지

알고도 모르는 체

짐짓 막걸리만 마신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나리꽃 한 줌  (6) 2023.04.0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7  (10) 2023.03.26
산아! 모든 사물에 더 겸손하자!  (9) 2023.03.17
다랑쉬  (8) 2023.03.07
상실  (7) 202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