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바람만

박산 2023. 9. 3. 10:13

'산책' 게리 번트(1957~ )

 

바람만바람만-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나의 당신 보고픔에 대해서

벌써 어제 일이라

잊고 지내실지 모르지요

어쩌면 당연하단 생각이지만요

한 마디 건네지 않았던 침묵과

좋아서 나오는 웃음을 참았던 건

실수였지요

그래도 오늘 그댈

우연히 다시 보았다는 건

행운이지요

그대야 날 느끼지 못하셨겠지만

바람만바람만 그대 뒷모습

잠시 따라가는 순간이 행복이었지요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 바람만바람만: 바라보일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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