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 증후군

박산 2023. 8. 27. 07:47

'박산' 김명옥 화가

 

도리언 그레이 증후군ㅡ

 

야속한 청춘은 붙든다고 머물지 않는다

오가는 모든 것들은 순리다

김혜수의 입술보다 붉었던 장미도 시르죽다 떨군다 

 

거창 수승대에서



굵은 주름이 얼굴에 파이고

팔뚝에는 검버섯이 여기저기 낙서를 하는 중에도

어깨는 왜 이리 기울고

걸음걸이는 또 왜 이리 비틀대는지

 

그럼에도 모르는 척 부러 자뻑(?)중이다

1970년대 초 관악산 등산 중


꼭 끼는 바지에 파란 셔츠를 입고

여인들을 기웃거리다가

딴에는 너스레를 떤다고

한 여인에 다가가

낮게 깔린 억지 음성으로 던지는 말이

"차 한잔 하실까요?"

잊혀진지 오랜 쌍팔년도 멘트를 날린다

 

세상이 나를 방관 중인 것을 모른다

 

머리를 볶고 눈꺼풀에 메스를 대는 것도 모자라

종국에는 쓸모없어질 비아그라에 목숨을 건다

 

올해에서 내가 태어난 해를 빼라

10 20 30 40 50 60 70...

선생님 내 나이 때

아버지 내 나이 때

2023 여름 인사동 찻집 정원



다락방에 숨겨둔 초상화를 꺼내 보아라!

한때는 청춘이었음을 회상하지만

때론 모진 풍파에 떠밀려

부도덕으로 일그러졌던 얼굴도 기억한다

 

이제는 늙어버린 얼굴을 당당히 마주해야 한다!

선생님 입었던 바지를 입고

아버지처럼 살다 순리로 가는 거다

 

*참고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The portrait of Dorian Gray> 주인공. 그레이는 자신이 사악해지고 부도덕해지면서 자신의 초상화를 집 다락방에 보관한다.

'도리언 그레이 증후군'은 노화 과정에서 성숙 요구 사항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수반하는, 개인의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상형 공포증)을 특징으로 하는 문화적, 사회적 현상을 나타낸다.

「유담(의사 시인)의 <외모를 위한 외모, 예술을 위한 예술ㅡ도리언 그레이와 오스카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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