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the long face?
A는 낯가림이 심해
둘이 주로 만납니다
원래는 안 그랬다는데
사업 접고
골프 끊으니
여기저기 다니는 일도
사람 만나는 일도 싫어졌답니다
"그러다 우울증 오겠다!"는 내 말에
씩 웃으며 여유 부리는 모양이
그럴 걱정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목수 일도 배우러 다녀보고
성악도 해볼까, 단체에도 기웃해 보니
그것도 다 사람 만나는 일이라 접고는
지금은 철 지난 고전 읽기에 몰두 중인데
톨스토이 괴테를 만나는 일도
김삿갓 시 몇 수 읽는 일도
소싯적 읽었던 이문열 소설 읽기도
알고 지냈던 동네 어른 다시 뵙는 듯해서
노안의 피로만 피하면 적성에 맞는답니다
두어 달 만에 서울역 4번 출구에서 만나
그의 단골 남대문시장 냉면집을 갔습니다
빈대떡 한 조각 우걱우걱 씹으며
짜증 섞인 눈초리로
급히 소주잔을 털어 넣습니다
이 모습에 다짜고짜 내가 던진 말이
"Why the long face?"
하나 있는 아들놈이 며느리 손자 모두 몰고 와
사업이 어렵다고 도와달라 비는 통에 집을 내놓아 부아가 난다고
몇 순배 술잔이 돌고 위로랍시고 내가 건넨 말,
"에이 아파트, 그거 죽어 싸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그냥 속 편히 팔고 공기 좋은 수도권으로 와!
살아보니 살 만해!"
* Why the long face?
왜 그렇게 우울해 보여?
왜 그리 우거지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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