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Why the long face?

박산 2025. 5. 7. 10:30

'가족은 혈연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가장 필요할 때 누가 당신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From 페이스북)

 

Why the long face?

A는 낯가림이 심해
둘이 주로 만납니다

원래는 안 그랬다는데
사업 접고
골프 끊으니
여기저기 다니는 일도
사람 만나는 일도 싫어졌답니다

그러다 우울증 오겠다!는 내 말에
씩 웃으며 여유 부리는 모양이
그럴 걱정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목수 일도 배우러 다녀보고
성악도 해볼까, 단체에도 기웃해 보니
그것도 다 사람 만나는 일이라 접고는

지금은 철 지난 고전 읽기에 몰두 중인데
톨스토이 괴테를 만나는 일도
김삿갓 시 몇 수 읽는 일도
소싯적 읽었던 이문열 소설 읽기도
알고 지냈던 동네 어른 다시 뵙는 듯해서
노안의 피로만 피하면 적성에 맞는답니다

두어 달 만에 서울역 4번 출구에서 만나

그의 단골 남대문시장 냉면집을 갔습니다
빈대떡 한 조각 우걱우걱 씹으며
짜증 섞인 눈초리로
급히 소주잔을 털어 넣습니다

이 모습에 다짜고짜 내가 던진 말이

"Why the long face?"

하나 있는 아들놈이 며느리 손자 모두 몰고 와
사업이 어렵다고 도와달라 비는 통에 집을 내놓아 부아가 난다고 
몇 순배 술잔이 돌고 위로랍시고 내가 건넨 말,

에이 아파트, 그거 죽어 싸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그냥 속 편히 팔고 공기 좋은 수도권으로 와!
    살아보니 살 만해!



*  Why the long face?
   왜 그렇게 우울해 보여?
   왜 그리 우거지상이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를 읽는다  (9) 2025.06.01
한 끼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거  (8) 2025.05.14
과연 삶은 소풍인가 아니면 꿈인가?  (5) 2025.03.18
급난지붕(急難之朋)  (7) 2025.03.11
과자를 위한 냉정한 평가  (7)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