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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바람만

바람만바람만-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나의 당신 보고픔에 대해서 벌써 어제 일이라 잊고 지내실지 모르지요 어쩌면 당연하단 생각이지만요 한 마디 건네지 않았던 침묵과 좋아서 나오는 웃음을 참았던 건 실수였지요 그래도 오늘 그댈 우연히 다시 보았다는 건 행운이지요 그대야 날 느끼지 못하셨겠지만 바람만바람만 그대 뒷모습 잠시 따라가는 순간이 행복이었지요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 바람만바람만: 바라보일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

2023.09.03

도리언 그레이 증후군

도리언 그레이 증후군ㅡ 야속한 청춘은 붙든다고 머물지 않는다 오가는 모든 것들은 순리다 김혜수의 입술보다 붉었던 장미도 시르죽다 떨군다 굵은 주름이 얼굴에 파이고 팔뚝에는 검버섯이 여기저기 낙서를 하는 중에도 어깨는 왜 이리 기울고 걸음걸이는 또 왜 이리 비틀대는지 그럼에도 모르는 척 부러 자뻑(?)중이다 꼭 끼는 바지에 파란 셔츠를 입고 여인들을 기웃거리다가 딴에는 너스레를 떤다고 한 여인에 다가가 낮게 깔린 억지 음성으로 던지는 말이 "차 한잔 하실까요?" 잊혀진지 오랜 쌍팔년도 멘트를 날린다 세상이 나를 방관 중인 것을 모른다 머리를 볶고 눈꺼풀에 메스를 대는 것도 모자라 종국에는 쓸모없어질 비아그라에 목숨을 건다 올해에서 내가 태어난 해를 빼라 10 20 30 40 50 60 70... 선생님 내..

2023.08.2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2】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2】 2023년 8월 25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생자 시인을 따르며 행동하는, 전국에 계신 『진흠모』 님들의 보이지 않는 생자 시인을 향한 흠모의 '情'은 감동적이고 때로는 눈물겹습니다. 큰 울림 없는 세상에 둘도 없는 시 철학자 「생자」를 공유하려는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진행 출판물들을 스무 해 가까이 책임지고, 동영상을 만들어 널리 알리고, 일주일에 한 번 시인 댁을 찾아 동무해 드리고, 수 년 째 멈춤 없이 맛난 음식이나 과일을 보내 주시는 분들에, 시인의 머뭄 장소에 숙..

2023.08.19

遁走·fugue

遁走·fugue ㅡ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 Wanderlust! 아니 그냥 여기만 벗어나면 된다 저 사람 얼굴 보는 게 싫어졌다 말 섞는 것조차 싫다 의무 방어전은 챔피언의 일이다 어디지, 여기가? 권력을 등졌던 광인들의 둔주! 스스로 'Fugue'라는 단어를 썼던 랭보는 경력 10년도 안 된 시 쓰기를 버리고는 잡상인 건달패 날품팔이 선원 등등 안 해본 직업 없이 아프리카를 헤매다가 무릎 종양의 고통으로 37세에 죽었다 죽는 날까지 불쌍했던 불세출 그림 천재 고흐는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프랑스까지 스무 개 넘는 도시를 떠돌면서도 그토록 동경했던 일본을 푸가하지 못하고 그도 37세에 스스로 생을 끝냈다 자학과 아집에 도취된 둔주의 삶! 스물 몇 살 때 둔주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결국 결혼이란 굴레로 위장되..

2023.08.11

움직이는 그림

움직이는 그림 - 가뭇없던 그 그림이 다시 나타난 건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노랑, 파랑, 딱 집어 정확히 말하라고 종주먹을 들이대면 더 당황스러워져서 표현하기 어려운 색깔 푸른빛에 잿빛 섞인 바탕이라고나 할까 색 바랜 똥색 테두리의 액자를 뉘어 놓고 쌓인 먼지를 입으로 풀풀 불어 내고는 외눈 박힌 도깨비 손에 든 빗자루로 탁탁 털어냈다 대청마루 섬돌, 마당 한 귀퉁이에 절구통이 놓여있다 녹색 페인트 듬성듬성 벗겨진 대문에 붙어있는 담장 쇠창살을 타고 긴 얼굴을 가장 슬프게 한 삐쩍 마른 수세미 하나가 손대면 바스락 부서질 것 같은 잎사귀 몇 장에 얽히어 걸려있다 전봇대 거미줄 같이 엉킨 전깃줄에서 용케 뻗어 나온 한 줄에 흰 배를 드러낸 제비 한 마리가 앉아있다 아버지 같은 누군가가 보일 것 같은데..

2023.08.08

사고 칠 줄 아는 사람이 사업을 해야 한다

사고 칠 줄 아는 사람이 사업을 해야 한다 ㅡ 썅! 성질도 좀 있고 승부에 집착하며 혼자 걷는 길을 좋아하고 집단의 일원이기보다는 집단을 이끄는 걸 즐기고는 고집=신념을 헷갈리다 큰 손해도 보고 OB 나면 슬쩍 스코아 구걸도 하고 가끔은 분수 넘치는 산해진미를 홀로 만끽하고 어여쁜 여인도 곁눈질하고는 돈에 환장했다! 이런 소리도 듣고 내가 파는 상품에는 내가 최고가 되어 손익분기점 F가 항시 머리에 박혀있고 의사결정에는 냉정함이 우선함에도 종종 사고 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업가 썅! 하다가도 이 악물 줄 아는. 添) 이렇고 저런 興亡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멍가게 몇 군데 장사 훈수 좀 두었더니 한 다리 건너 두 다리 두 다리 건너 세 다리 뭔가를 묻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정답은 아니고 해 보니 그렇단 말..

2023.08.01

고백

고백 - 간절한 바람으로 치성드리는 일에도 주저 거리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용감했던 순간보다 비겁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종鐘의 울림 정도는 그저 일상의 익숙한 음악으로 들렸고 신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신봉한 적도 없습니다 돈에는 치사하리만큼 처절했고 여자에는 유치하리만큼 내숭을 떨었지요 얼굴이 화끈거리게 더 뻔뻔했던 건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무한적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좋은 무엇을 가지고 내게 누군가 올 것이라는 가당찮은 기대감입니다 목적에 이르지 못함이 불러온 불만이 컸지요 겸손이나 겸허 따위의 고상한 언어들을 애써 강에 버리면서 살아온 위선적 세월이 얼마인지 모릅니다만 지금은 순정이나 순수 이런 단순한 단어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내 고향 한강 철교 아래서 발가벗고 물장구..

2023.07.29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1】 2023년 7월 28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시詩, 실컷들 사랑하라(2023, 책과 나무)』 生子를 그리고 생자의 詩를 흠모하는, 평생을 강단에 서셨던 부산 진흠모 이명해 님께서는, 시를 쓰는 손자 박호현 군(중1)을 키우면서, 자라는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생자의 시를 전하려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물로 시집 『詩, 실컷들 사랑하라』를 펴냈습니다. 진흠모와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2023년 6월 30일 260회 생일 모꼬지 스..

2023.07.22

탈출기

탈출기 ㅡ 아무리 열린 마음으로 산다 해도 순간순간 못마땅한 것에 맞닥뜨리고 때론 버럭 소리도 지릅니다 좀 산 양반들은 세상살이 다 그렇다고 짐짓 도사 흉내를 냅니다만 하찮은 騷人인지라 몇 번 이런 게 반복되면 아무리 친한 것들도 모든 게 싫어집니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습니다 도심 밤길 가다가 떠오르는 이들 있어 고개 들어 본 하늘은 뿌옇게 흩뿌린 모양입니다 거기에는 희미하지만 알만한 얼굴들이 누군 찡그리고 누군 무표정하고 누군 옅은 미소를 띠고 그러고들 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센 빛에 눌려 별빛이 가려지니 헛것 아닌 헛것 들과 이리 조우합니다 이 도시를 잠시라도 떠나야지 합니다만 촘촘하게 엮여 사는 빡빡한 현실은 '몇 박 며칠' 비움이 쉽지 않습니다 출근도 해야지요 잡아 놓은 약속..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