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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6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7'】 * 1시간 당겨 6시 시작합니다. 2024년1월 26일 6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김명중 피디’ 『진흠모』 정년퇴임식 『인사동tv』 열혈 피디로서 『진흠모』와 ‘생자 시인’을 기록하는 ‘김명중 피디’가 36년의 민중의 지팡이 경찰 봉직을 마침으로서 『진흠모』 모두는 그의 퇴임식을 詩로 마련했습니다. 김미희 노희정 한옥례 님이 시로 격려하고 조철암 님이 마련한 케익으로 그의 Second Life를 축하했습니다; 1. 환복(換服) : 낭독 김미희 / 시 김명중 여름 근무복을 벗고..

2024.01.20

바람만바람만

바람만바람만-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나의 당신 보고픔에 대해서 벌써 어제 일이라 잊고 지내실지 모르지요 어쩌면 당연하단 생각이지만요 한 마디 건네지 않았던 침묵과 좋아서 나오는 웃음을 참았던 건 실수였지요 그래도 오늘 그댈 우연히 다시 보았다는 건 행운이지요 그대야 날 느끼지 못하셨겠지만 바람만바람만 그대 뒷모습 잠시 따라가는 순간이 행복이었지요 그댄 어떨지 모르겠어요 * 바람만바람만: 바라보일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

2024.01.17

솔리스트 Solist

솔리스트 Solist - 지휘봉 따라하는 연주가 싫어 독립했다 고독은 외로웠지만 집중을 주었다 이슬 한 방울 떨어지는 작은 소릴 내다가도 변덕 끓어 미친 듯 천둥소리 에너지를 소모했다 때론 물질을 향한 욕망에 힘겨워 울었다 부실한 악기 탓을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다 내 부족임을 잘 안다 난 솔리스트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간섭이 없어 좋았다 말은 훨씬 줄었지만 제 흥에 겨운 맛에 종종 취했다 누군가 들어주는 이가 생겼다 감사에 대한 간단한 예의를 빼곤 그냥 인간에 대한 애증을 연주하려했다 태풍 바다 너울 파랑에 요동치는 쇠사슬에 묶여 정박 중인 어선인 양 삶이 힘겨워 지루하게 버둥거리는 곡들도 이 악물고 수평을 생각하며 인내했다 난 솔리스트니까 *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2011)》 중

2024.01.13

당신도

당신도 - 새벽 눈 떠 보고 싶은 이 있다면 당신도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꽃잎 질 때 눈물이 흐른다면 당신도 꽃 같은 사람입니다 비 맞는게 싫지 않다면 당신도 비 같은 사람입니다 푸른 하늘이 항시 내 것인 양 한다면 당신도 푸른 하늘 같은 사람입니다 붉은 노을이 주는 빛에 취한다면 당신도 붉은 노을 같은 사람입니다 달 속에 들어 꿈을 꾼다면 당신도 달 같은 사람입니다 * 시집 《노량진 극장(2008)》 중에 添: 아침 시 낭송가 L 문자를 받았습니다. 여고 동창들과 남해 여행 중 저녁 시간에 '당신도'를 낭송했는데 다들 너무 좋다 해서 단톡에 공유했습니다(중략). 오전 벗 해공과 안부 통화 중에 "거...왜... 지난 번 모임에서 K 낭송가가 낭송했던 '당신도'가 어느 시집에 실린 거지?" 드물게도 발표..

2024.01.10

겨울 숲

겨울 숲 - 바람은 어둠 따윈 개의치 않는다 볼때기 시리게 쌩쌩 때리는데 숲이 “잘 있었냐?” 묻는다 그 길고 추운 고독 알 것도 같고 그냥 휙 지나치기 미안해 그래 너는 어때 하고는 이 얘기 저 얘기 주고받는데 황색 점퍼 입은 노인이 지팡이 짚고 낙엽 부스러기를 발끝에 질질 끌고 지나간다 햇빛은 어두운 숲을 포기하지 않고 하늘 향해 벌거벗은 나무 꼭대기에서 소리 없이 웃으며 서성인다 빨간 바지 파란 파커가 어울리는 여인이 검은 선글라스로 어둠을 더하면서 내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스쳐 지나간다 숲은 저 여인하고도 말하고 싶어 나무 몇 그루를 흔든다 숲을 빠져나왔지만 노인은 아직 멀리 가지 못했다 돌아본 숲이 표정 없이 잘 가라 손짓이다 바람은 여전히 차다 Postscript: 빨간 바지에 파란 파카가 어..

2024.01.07

벗 신성대

벗 신성대 ㅡ 학교 다닐 때는 그냥 데면데면했다 머리가 희어 지고 사지육신 힘 빠질 때가 되어서야 친해졌다 '느림의 미학' 사조를 주도하는 한국 최고 인문학 전문 출판사 '동문선'의 대표다 1980년대부터 지성을 1,000여 권의 책으로 펴내며 종이책이 사라지고 있는 작금에도 용케도 잘 버티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전통 무예 전통 의술에 해박하고 ‘International Etiquette’에도 정통하여 책으로 강의로 논설로 주창 중이다 지금도 나는 동문선의 『중국방내비적』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 삼류시인이 일류 벗 자랑 한번 해봤다!

2024.01.04

갓밝이

갓밝이- 마당 자동차 시동 걸리는 소리가 달의 사라짐을 재촉했다 어둠을 몰아내고 있는 하늘 구름 기지개가 촉촉했다 화단 이슬 잔뜩 머금은 잎새 하나 파르르 떠는 모습 흐릿하게 보였다 고양이가 내는 음전한 소리에 새들은 긴장했다 바쁠 게 없는 게으른 먼동 아파트 꼭대기 유리창에 붙었다 부지런한 자 나지막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 소리 저만치 들렸다 * 갓밝이: 새벽 태양이 떠오르는 시점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2011)》 중

2023.12.31

인사동시낭송 2023 송년 모꼬지 진흠모'266'

【인사동시낭송 2023 송년 모꼬지 진흠모 '266'】 * 1시간 당겨 6시 시작합니다. 2023년 12월 29일 6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이춘우 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Dress Code: 정장(Suit) * 창경궁 주목 새천년 : 양숙/265 발표 詩) 세상에나 이럴 수가! 봄에도 멀쩡하시더니 소복 준비도 못하고 왔는데 가시다니 가셨다니 주검을 목도한 구경꾼들 문상은 생각조차도 안 하고 왜 죽었지? 이렇게 오래 살았었어? 못 버티고 죽었고만 경건하게 머리 조아리며 마음속으로 조사를 올린다 ‘격동의 세월 묵묵히 버텨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20..

2023.12.23

부러운 놈

부러운 놈 - 잘잘 끓는 아랫목에 누워 마누라 엉덩이 통통 두드리다 조물조물 허리라도 안을라치면 실쭉 눈 흘겨 이부자리 밖으로 톡 튕겨 빠져나가며 “아침밥 지어야지” 그 한 마디가 남긴 작은 공간의 갑작스런 썰렁함이지만 가진 것 많지 않은 꽃자리 좁은 남편에겐 가슴 그득 큰 행복이다 별 볼일 없는 쥐꼬리 월급쟁이 하릴없는 소시민 아비를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한다는 지지리 공부 못하고 얼굴까지 못생긴 아들놈이지만 어깨가 부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고 곧 늙어 힘 빠질 우리 아부지 제일 좋아하는 술 안 받아주는 놈하고는 절대 결혼 안 하겠다는 딸년은 가슴 속에 넣고 다니는 또 다른 큰 행복이다 잘사는 놈이 십박 며칠 유럽여행 가자 해도 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하고 참고 그냥저냥 만만하게 사는 놈이 모처럼 공 치자..

2023.12.19

장수막걸리

장수막걸리ㅡ 널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꼭지를 잡고 살살 뒤집어 흔들다 꽉 쥐었다 폭폭 살살 주무르고는 살째기 꼬시면서 뚜껑을 열면 익숙한 내음이 코로 안길 즈음 콸콸 한 사발 찰랑찰랑 채워 공손히 입술에 대고 고수레! 경배하고는 벌컥벌컥 목구멍 타고 넘는 순간부터 아득히 먼 피안의 세계를 찰나로 통과해서 감았던 눈을 뜨고 돌아온 현실에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입에 가득 들었다 콜라도 주스도 사이다도 아니고 이건 단맛도 쓴맛도 아니다 잔이 비우면 채워지고 그냥 슴슴해도 목 넘김이 찰지다 녹두 빈대떡에 동그랑땡도 좋지만 구운 소시지에 김치도 찰떡궁합이다 또 비우면 채워지고 또 비우면 채우고 카! 으음! 아! 이건 섹스요 오르가슴이다! 長~壽? 솔직히 그것까진 장담 못 하겠다!

202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