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낭송 2023 송년 모꼬지 진흠모 '266'】
* 1시간 당겨 6시 시작합니다.
2023년 12월 29일 6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이춘우 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Dress Code: 정장(Suit)
* 창경궁 주목 새천년 : 양숙/265 발표 詩)
세상에나 이럴 수가!
봄에도 멀쩡하시더니
소복 준비도 못하고 왔는데
가시다니
가셨다니
주검을 목도한 구경꾼들
문상은 생각조차도 안 하고
왜 죽었지?
이렇게 오래 살았었어?
못 버티고 죽었고만
경건하게 머리 조아리며
마음속으로 조사를 올린다
‘격동의 세월 묵묵히 버텨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3년부터 새로운 천년을
잘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사도세자 뒤주 죽음을 지켜봤다던 회화나무
허리가 더 굽어 지지대에 의지한 채
소리 없이 울고 있다
회화나무가 흘리는 눈물 받아주며
겨울 준비를 하고 있는 녹색 코트 이끼와
손을 맞잡고 다짐했다
우리라도 오래도록 강건하여
주목의 새천년을 지켜줍시다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65' 11월24일6시】
1. 창경궁 주목 새천년 : 양숙
세상에나 이럴 수가!
봄에도 멀쩡하시더니
소복 준비도 못하고 왔는데
가시다니
가셨다니
주검을 목도한 구경꾼들
문상은 생각조차도 안 하고
왜 죽었지?
이렇게 오래 살았었어?
못 버티고 죽었고만
경건하게 머리 조아리며
마음속으로 조사를 올린다
‘격동의 세월 묵묵히 버텨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3년부터 새로운 천년을
잘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사도세자 뒤주 죽음을 지켜봤다던 회화나무
허리가 더 굽어 지지대에 의지한 채
소리 없이 울고 있다
회화나무가 흘리는 눈물 받아주며
겨울 준비를 하고 있는 녹색 코트 이끼와
손을 맞잡고 다짐했다
우리라도 오래도록 강건하여
주목의 새천년을 지켜줍시다
* 진흠모 편집인/ 시인/ 인사동TV 운영 위원
* email: 55yasoo@daum.net
2. 바람 : 김효수
전혀 보이지 않는 바람이 감나무에 날아와 머물고 있는지
벌겋게 달린 감들이 술에 잔뜩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
아무런 미련 없이 훌쩍 바람이 떠났는지 감들이 조용하다
바람은 죽는 날까지 욕심이 없어 마음을 비우고 살아간다
바람은 바다든 산이든 몸이 가벼워 언제나 거뜬히 넘는다
사람은 무척 살기가 바빠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느라
사람은 조금이라도 귀중한 것 집에 차곡차곡 많이 쌓느라
걱정도 없이 며칠이라도 여행을 떠난다는 건 정말 힘든데
바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사라지는 날까지 이 세상 떠돈다
* 진흠모/ 시인
3. 도긴개긴 : 김화연
여름이 지나치게 길더니 드디어 탈이 났다
빨갛게 물든 단풍이 아닌
올해는 노란 단풍이 대세거나
단풍이 되기도 전에 서둘러 귀환을 하는
색다른 단풍의 계절
사람도 앞만 보고 달리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여름이 지나치게 길더니 드디어 탈이 났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
노랗게 물든 단풍잎
은행잎이나 단풍잎이나 도긴개긴이다
일 년 사계가 공평하게 흘러야 순탄하거늘
계절의 시곗바늘이 잠시 어긋난 도긴개긴의 가을
살면서 처음 보는 현상에 삶은 신기루이다
단풍은 붉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삭제해야 될까
항상 일어났던 일이 전개되어야 편하지만
삶은 돌발도 있으니
고정관념의 익숙함을 삭제해야
미래의 삶도 우왕좌왕하지 않을 것 같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고정관념을 삭제하러 간다
* 낭송가/ 시인
4. 할머니와 새우젓 : 조철암
단독주택과 빌라가 어우러진
한적한 동네 언덕길을
할머니께서 무거운 짐을
힘겹게 끌고 올라가신다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더니
반색을 하며 고맙다고 하신다
김장철을 앞두고 새우젓이 좋고
값이 싸서 샀다고 하신다
돈은 좀 아낄 수 있지만
혹시 이런 일로 자식 내외가
다투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할머니의 건강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만하시라고 건방진 조언을 했다
할머니 댁까지 모셔다드리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고
오늘 일을 반면교사로 나의 노년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높은 가을 하늘에 구름이
멋진 수채화를 그려놓았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5. 수선화에게 : 낭송 선경님/ 시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 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낭송가
6. 이만 송이 해바라기 : 허진
당신은 이토록 아름다운
마을을 알고 계신가요?
깊은 산림 지대를 꼬불꼬불 돌고 돌아서
십리길
사철 마르지 않는 개울물이 흐르며
고요한 파로호에 하얀 물새가 날 으고
좁다란 산길에는 머루 다래가 익어가는 곳
산양과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노는 산촌(山村)
화전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
당신은
그 아늑한 마을을 알고 계십니까?
산자락 모두가 보물 창고이고
양지 녘 밭떼기가 황금물결로 변모한 곳
피톤치드가 넘치는 밀림의 숲
새 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와
녹색으로 눈을 씻는 마을을
당신은 부디 이곳을 잊지 마셔요.
찌든 허파를 치유하는 깊은 산골
이만 송이 해바라기가 춤추는 마을을!!
여기에 오신
모든 분들은 해바라기가 뿜어내는
행운을 가득 담아 가세요
잠시 머물다 가셔도
아름다운 운수골일랑 잊지 마셔요
* 시가 머무는 마을 이끎이/ 낭송가/ 시인
7. 청춘별곡 : 김중열
청산을 청춘이라 불러보아
떠도는 구름 품고 야망을 그리련만
푸릇한 계곡에는 꿈으로 희망 또한
바위 틈 사이사이 구비구비
깨금발로 휘감겨 올라라
때론,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며
계곡이 급살 맞고 외마디 질러대니
떠돌던 구름이 혼절하여
탁한 점액으로 툭! 투욱!
마냥 떨구어진다
골 사이로 요란 떠는 샛바람이
비가 천둥이 번개가 버르지버할 즈음
산골 처녀 치마폭 찢어지는 소리로
그리고 외마디 비명, 흐느낄 적막감에
변한다는 강산
꿈도 희망도 실타래로 풀며 되감기를
퇴색이 남루하여 쌓여갈 신음 소리로
겹겹이 쌓아 올린 지난날에
산골 어미와 어린 딸 외진 골짜기
메아리 떠나간 틈새로 살라지니
바보로 오늘 속에 살고 있기를
지아비가 애비가 누구인들 어찌할까
강산도 비틀러져 혼절하는 오계절에
멈추어진 골짜기 깊은 어느 곳에
그 딸 또한 혼절 속 청춘을 빼앗기어
겁간된 청산이라 이리도 처연할까?
강간당해도 여직에 채 못 느끼는
어린 민중 하아 그리 그리 많으련가?
오호 애재라!
거듭나 깃발 들고 앞서나가
청춘을 되살리자 그 뉘가 외쳐볼손!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화가
8. 님의 침묵 : 낭송 김미희/ 시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인사동TV 운영 위원
9. 말할 줄 모른다 :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내 말은 내가 아니다
아직도 내 말은
<나>를 말할 줄 모른다
-시집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10. 낙엽 : 낭송 한옥례/ 시 레미 드 구르몽
-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진흠모/ 시예랑 대표/ 낭송가
11. 가버린 청춘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이원옥
뜨거웠던 태양이 떠나버린 바닷가
겨울 바닷가는 쓸쓸함에 젖어있다.
열광하고 환호하던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텅빈 모래밭에는 쓸쓸함만 내려 앉아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지면
쓸쓸함만 가득한데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과 만났다 헤어지면
그 쓸쓸함이야....
붉은 단풍 되어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
푸르게 빛나던 시절 그리웁고
나이 먹어 쓸쓸함이 찾아오면
돌아갈 수 없는 시절
그리워하며 울고 있네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제 울지 않겠다고
정말 이제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건만
태양은 하늘만 붉게 물들이고
저 수평선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
* 진흠모/ 시인/ 사업가
12. 아! 어머니 : 낭송 김경영/ 시 신달자
어디에도 펼 곳이 없어서
둘둘 말아 가슴 밑바닥에 숨겨둔 그 꿈
어머니 지금은 어느 곳으로 흘러
한 자락 구름이라도 되었을까요?
구름이 되어 애끓는 비가 되어
맨몸으로 하늘에서 뛰어내려
자식의 문전에서 궂은 바람 씻겨 가시나요
죽더라도 이거 하나는 죽을 수 없어
이 세상 어디쯤에 샘 하나로 남겨져
흐렁흐렁 낯익은 데서
물기 도는 바람 타고 달려가려 하시나요
아! 어머니
아직도 그 눈물 지상에 남아 있습니다
마르지 않는 은빛의 약속 촉촉이 축여서
이 자식 저 자식에게 뿌려주고 계십니다
오직 어머니 꿈 하나는
불멸의 빛으로 살아남아서
자식의 발걸음 앞 아픈 어둠을
당신의 가슴의 빨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식들은 저마다 어머니 뜨거운 심장을 들고
시린 어깨를 가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젠 냉정히 돌아서십시오
우리들도 우리들의 심장을 꺼낼 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 나의 어머니여!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3. 묵묵히 공감 : 박산
서울의 알만한 남자 고등학교
흰머리가 더 많은 동창생들이
졸업 50주년 겸 칠순 기념
버스 대절로 1박 2일
남도 여행을 떠났었다
큰 사고 없이 잘 마시고 잘 놀고 온 일이
보람차고 으쓱했던 집행부가
이번 단체여행에서 뭐가 제일 좋았느냐 물으니
한결같은 공감은 이랬다;
ㅡ버스 운행 중 한두 시간마다
휴게소 들러 다니는 게 제일 좋았어!
7학년 여고 동창생들도 마찬가지겠지, 아마도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운영 위원
14. 어디 갔을까-빈대 : 이생진
정말 지긋지긋하더니
어디 갔을까
삼간초옥 남겨 두고 어디 갔을까
낮에는 가난에 시달리고
밤에는 빈대에 시달리고
백의민족은 밤낮으로 시달렸는데
어디 갔을까
방돌에 눌려 납작코가 돼도 살아남던 것이
가난을 찾아다니며 함께 셋방살이 하던 것이
가난을 남겨 두고 어디 갔을까
퇴화된 날개를 달고 하늘 한 번 날고 싶다더니
어디 갔을까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