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64

박산 2023. 10. 22. 08:18

생자 노희정 김경영 님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4'

2023년10277(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
//(02)7206264
쥔장: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생자와 함께하는 순간들

 

* '30년' : '263 모꼬지' 한옥례 낭송/ 시 이생진

 

 

나는 네 앞에서

30년 후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고작 생각한 것은 내일 아니면 모레

그것이 30, 나는 쫓겨나온 것처럼

밖에 나와 있구나

그런데도 어쩌면 이렇게 반가우나

 

네가 네 앞에서

너를 위해 쓰던 시를 30,

그 후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또 한 번

네게 줄 시를 쓰는 일은

너무나 과분한 행복이다

 

다시 코스모스길 따라

소나무 숲에 묻힌

교실에 들어가 (언니의 양지)

커텐을 달자

 

모두 모였구나

앞으로 30년 후는 생각치 말자

그땐 내가 없거나 네가 없거나

이 세상은 남의 것이 된다

하지만 나는 네 이름을

저승에서도

한 번 더 부르고 싶다

꼭 그 출석부 가지고 오라

 

그때 또 한 번

네게 줄 시를 쓰마

아마 그 시가

마지막 시일지도 모른다

 

모꼬지 2분단

 

 

인사동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3 스케치

20239227(매달 마지막 금요일:추석 연휴로 당겨서 했음)

 

 

인사마당에서 김효수 박산

 

 

1. 가을이 오고 있는지 : 김효수

 

 

여름이라 뜨겁게 내리는 햇살에 종일 무덥던 날씨가

요즘에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가끔 불고 있다

돌아가는 자연의 시간 따라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지

머잖아 푸릇푸릇한 사과도 아주 벌겋게 물이 들겠다

농부들 땀방울 먹던 들판의 곡식도 황금물결 치겠다

 

 

* 진흠모/ 시인

 

 

 

2. 여백의 땅 몽골 : 노희정

 

 

초원 위 백마 타고 달린다

긴 머리 휘감아 도는 갈바람

발끝에 채이는 들꽃의 숨결을 느끼며

민둥산 넘고 넘어

정상에 서면

늑대의 기상 하늘을 찌르고

사슴의 순수한 눈빛

이기에 찌든 마음 정화 한다

칭기츠 칸의 욕망보다

칼 차고 달리는 말의 위력 보다

보일듯 말듯 피는

들꽃의 존재가 빛나는 땅

드넓은 초원에서 양과 소와 말 야크의 위장 채우는 소리

침묵 속에 울리는

스님의 독경 소리

욕심 가득한 영혼을 씻는다

느껴 보아라

이 땅을 맨발로

느껴 보아라

이 땅을 말타고

느껴 보아라

자연이 선물하는 순수를

느껴 보아라

시 품은 여백의 미를

 

 

* 진흠모/ 시인/ 육필문학관 관장

 

 

 

3. 나방 : 조철암

 

 

88년 만에 9월 열대야

백로가 지났는데도 낮에는 30도 넘는 늦더위

더위를 피해 온 찻집에 한가히 앉아

구름이 그려놓은 하늘의 수채화

파란 잔디가 수놓은 그림을 보며 망중한

 

나풀나풀 춤추는 창가에 붙은 나뭇잎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나뭇잎을 닮은 나방

그 흔한 곤충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벌레 만진 손으로 눈 비비면 눈 먼다'라는

어릴 적 어머니 말씀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겨 있는데 휘익 날아가 버렸다

 

더위를 피해 그늘 창가에 앉아

쉬고 있는 나방을 방해했나 싶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엇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4. 안부 : 이미경

 

 

높고 도도한 하늘이 가르쳐 주었을까

조화로운 바람이 알려 주었을까

 

한 바퀴 돌아야만 만나지는 것을

이름 부르며 함박같이 웃으며 반기는 것을

 

내 기억 가까이 울긋불긋 작은 발자국

가을 옷자락 움직이는 소리

 

느린 걸음으로 숨어드는 눈부신 절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익숙한 눈빛

교차로에서 허둥대는 등 돌린 연인의

뜨겁던 사랑도 하얀 구름에 부딪혀 흘러간다

 

빈 가슴 채워주는 속 깊은 하늘

붉어진 상사화 덩달아 서툴게 위로하고

 

책갈피 속에 곱게 접어둔 너와 나의

가을 투명한 유리창에

홀연히 가을 한 장이 날아온다

 

 

* 낭송가/ 시인

 

 

 

5. 네 목소리로 : 낭송 유재호/ 시이생진

 

 

네 재산으로 지구를 사면

얼마나 사고

네 흥정으로 지구를 팔면 얼마나 팔겠니

비명이라도 좋으니

손때 묻은 퉁소처럼

네 목소리로 울고 웃고 살아라

-시집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만큼 기다렸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6. 30: 낭송 한옥례/ 시 이생진

 

 

나는 네 앞에서

30년 후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고작 생각한 것은 내일 아니면 모레

그것이 30, 나는 쫓겨나온 것처럼

밖에 나와 있구나

그런데도 어쩌면 이렇게 반가우나

 

네가 네 앞에서

너를 위해 쓰던 시를 30,

그 후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또 한 번

네게 줄 시를 쓰는 일은

너무나 과분한 행복이다

 

다시 코스모스길 따라

소나무 숲에 묻힌

교실에 들어가 (언니의 양지)

커텐을 달자

 

모두 모였구나

앞으로 30년 후는 생각치 말자

그땐 내가 없거나 네가 없거나

이 세상은 남의 것이 된다

하지만 나는 네 이름을

저승에서도

한 번 더 부르고 싶다

꼭 그 출석부 가지고 오라

 

그때 또 한 번

네게 줄 시를 쓰마

아마 그 시가

마지막 시일지도 모른다

 

 

* 진흠모/ 시예랑 대표/ 낭송가

 

 

 

7. 영원한 언약言約 : 김중열

 

 

그대! 떠나는 나를 위해

눈물을 보이지는 마소서

 

그보다는 요란스레

술잔을 부딪치며 브라보로 함께

크게 외쳐주오

 

철새가 날아가며

삶이란 계절 속에 저물어 갈 즈음

황금빛 카펫 달무리에 걸쳐

 

나 또한 별빛자락 타고 떠올라서

그대와 이별은 싫다 떼를 쓰며

떠나지 말아달라

슬퍼하지 정녕코 아니하리요

 

시계추 따라 춤을 추는

경쾌한 삶의 축제 또한 멈추려는 마소서

고장난 시계라 세월일랑 잊으오리까

 

요람搖籃에서 그러하듯

땅에 잠들어도 평온平穩일지라

시작이 있건만 끝이란 모르겠다

그런 마음 허욕虛慾일지라 하여도

 

그대 시작과 끝도, 계절도 없는

그곳에서 또다시 만날

영원한 언약言約일랑 잊지는 마오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화가

 

 

 

8. 다시 나만 남았다 : 낭송 김미희/ 시 이생진

ㅡ만재도 7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하늘에 있는 섬작가정신 1997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인사동TV 운영 위원

 

 

 

9. 살아간다는 것 : 이원옥

 

 

눈이 아픈 사람은 눈이 가장 아프고

이가 아픈 사람은 이가 가장 아프다.

허리가 아픈 사람은 허리가 가장 아프고

가슴이 아픈 사람은 가슴이 가장 아프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없는 게 가장 서럽고

몸이 아픈 사람은 몸이 아픈 게 가장 서럽다.

사랑을 잃은 사람은 사랑을 잃은 게 가장 서럽고

부모를 여읜 사람은 부모를 여읜 게 가장 서럽다.

 

이 세상에 아프지 않고 서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삶이 고달픈 것은 이미 정해진 것

서서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땅을 딛고 서서 하늘과 벗하고 살아간다.

 

 

* 진흠모/ 시인/ 사업가

 

 

 

10. 너도 미쳐라 : 낭송 김경영/ 시 이생진

 

 

병원에서 발작이 끝나면 붓을 들었고

붓을 들면 그림이다

고흐의 시신은 그렇게 산 채로 운구되었다

발작도 힘이 겨워 멈출 때

자꾸 멀어지는 창밖의 훍을 붓으로 파냈다

흙냄새와 풀 냄새와 생명의 냄새를

캔버스에 눌러 담았다

그렇게 그린 그림을

의사 레에게 주겠다고 하자 레는 사양했다

아마 그 그림도 고흐처럼 발작할 것을 염려했나 보다

이번엔 약제사인 루소에게 주겠다고 하자

루소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까짓 미치광이 그림이 뭐 대단해서)

바쁘다는 핑계로 그림을 구경하려 하지도 않았다

때마침 회계를 담당한 뇌비에르가 지나가기에 선물을 했다

그는 마지못해 받았지만 고흐는 한없이 기뻤다

그리고 고흐가 죽은 뒤

그 그림이 뇌비에르에게서 팔려 나갔을 때

의사 레와 약제사 루소가 미칠 판이다

고흐의 그림은 그렇게 주인을 잃은 뒤에 팔려 나갔다

고흐의 그림을 보거든 너도 그렇게 미쳐라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1. 행복한 날 인연 하나 : 박산

 

 

까치들이 새벽, 왜 저리 시끄러운지

콘크리트 아파트 사이사이

하울링으로 어둠을 깼다

출근길 젊은 시내버스 기사가

-어서 오세요 손님!-

익숙함으로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모르는 번호가 두 번 떴다

안 받았다

곧바로 받은 문자

-저 아무개인데 기억하세요? -

인연 아무개

반가운 마음 앞서 얼른 내가 했다

-아무개 씨, 반가워요!

어찌 지내는지? -

단골 명태조림 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애틀랜타 사는 미국살이얘기를 들었다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좋아한다니

야구는 잘 모른다 하면서

내 블로그 시는 열심히 읽고 있다 강조하여

-고독한가, 왜 재미없는 시를?-했더니

한인 커뮤니티가 엄청 많아 고독할 일은 없는데

나이 듦에 자꾸 한국이 그리워져

엔데믹에 너도나도 한국 나가기 열풍이란다

약간의 다툼 끝에 34,000원 밥값을 내가 냈다

미국 돌아가기 전 꼭 한끼 대접하겠다고 날을 잡는다

모처럼 고향 방문에 찾아볼 사람도 많을 터인데

정수리 휑한 이 사람을 이리 찾아주다니.

지하철역 헤어지면서 미국식 찐한 허그를 했다

행복한 날 인연 하나였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운영 위원

 

2023 갤러리에서 생자와 함께한 박산

 

 

12. 너는 늙지 마라 : 이생진

 

 

전철을 공짜로 타는 것도 미안한데

피곤한 젊은이의 자리까지 빼앗아

미안하다

 

'너도 늙어 봐라'

이건 악담이다

 

아니다

나만 늙고 말테니

너는 늙지 마라

늙으면 서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는 늙지 마라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김시영 님

 

1. 보스턴 거주 김시영 님이 처음 참석하였습니다

 

김도연 시인

 

2. 김도연, 정덕수 시인이 오랜만에 참석하였습니다

 

2023 10월 14일 '시예랑 이생진 시 읽기 콘서트' 이음아트홀에서 담론 중인 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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