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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고 싶다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춤을 추고 싶다 - 노랗고 붉은 것들이 여명의 태양처럼 춤사위에 뭉게뭉게 묻어나 부드러운 놀림의 어름새로 누군가에겐 베풂으로 누군가에겐 끌림으로 누군가에겐 파트너로 강하지 않아 지치지도 않는 그런 춤을 안단테칸타빌레! 빠른 시간들을 느리게 다독이며 가슴 깊은 상처들 끼리끼리 어우렁더우렁 춤을 추고 싶다 나를 위한 춤을 * 어름새: 구경꾼을 어르는 춤사위

2023.07.15

詩도 그렇긴 하다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015, 황금알) 》 중에서 詩도 그렇긴 하다 -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스무 해도 훨씬 지난 얘기지만 어찌어찌 머리 얹으려 골프장엘 갔다 처음 밟는 잔디에 잘 맞을 리 있나 그래도 칭찬 일색이다 어쩌다 롱 퍼팅이 소 뒷걸음에 똥 밟은 격으로 들어갔다 타고난 골프 천재다 - 나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스윙 폼이 타고났다 - 열심히 치라는 얘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러면 그렇지 내 뛰어난 운동 신경이 어디 가나 세 살 바보가 되어 우쭐했다 내게 시를 보여주는 이 몇 있다 몇 개의 단어 쓰임이 상쾌하고 문장 몇이 조화롭다 아니 어찌 이런 멋진 표현을 - 읽는 맛이 너무 좋다 - 시적 소질이 풍부하다 - 시도 그렇긴 하다 공치는 일과 매한가지로 누군가 칭찬해주고 용기를 주어야..

2023.07.05

詩集살이

詩集살이 ㅡ 그냥 그렇고 그런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남들 다니는 거 다 다닌 인생이었으면 난 시를 안 썼다 으흠 그래... 실패한 인생이라고까지는 말자! 성공하지 못해 그렇다 핑계를 대자 먹고 산 게 파는 일이요 구멍가게 운영해 본 게 다이니 묻는다, 종종 오랜 지인들이 시는 왜 쓰는데? 물론 돈 나오는 일도 아니고 그걸 기대할 정도의 멍청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를 형이라 부르는 J가 자식 혼사에 내 시집을 하객 답례품으로... 감동 먹어 절절히 감사를 표하니 "아이고 형님, 냉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시집이었는데, 사돈 하시는 말씀이, 역시 우리 사돈은 수준이 높다네요" 시집살이도 이만하면 할만하지 않은가! 먹고 산 게 파는 일이었다

2023.07.0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0 ‘생일잔치’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0 ‘생일잔치’ 】 2023년 6월 30일 6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 6시 시작합니다 * Dress Code: Formal Dress(정장)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9 5월 26일 스케치】 1. 며느리ㅇㅇ : 양숙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이름만 들어도 팔을 긁힌 듯하고 너무 불쌍해서 눈물 나려 합니다 지엄하신 시어머님 어머니 당신도 며느리였는데.... 자랑스러운 아들과 같이 사는 여자이고 사랑하는 손자를 낳아줄 여자인데 저세상에서 드실 제삿밥을 차..

2023.06.24

詩의 마케팅學 개론

詩의 마케팅學 개론 - 시집 팔아 돈 벌 생각이면 한쪽을 극렬極熱하면 된다 좌左든 우右든 교회를 다니든 성당을 가든 절집을 찾든 간에 그 집에 열렬 악대樂隊를 시詩로 만드는 거다 트럼본시 호른시 클라리넷시 피콜로시 작은북시 큰북시 등을 조합하여 쾅쾅 울려대며 소리도 크게 지르고 음에 자주 악센트를 자주 집어넣고는 시인도 어릿광대춤을 덩실덩실 추다 보면 호른시 한 구절이 큰북시 한 구절이 패스트푸드의 중독성 강한 맛처럼 우상의 나팔 소리로 빵빵 울려 퍼진다 이게 뭐지? 궁금함을 못 참는 시대의 조급증이 SNS 스피커로 증폭되다가 급기야 힙합의 중얼거림으로 연속극 대사 한 줄로 아이돌스타의 인스타그램 한 줄 낙서로 어떤 시집이지? 시인이 누구지? 시집이 팔리기 시작했다 시의 마케팅이 성공했다 시인의 고뇌 따..

2023.06.11

행복

행복 축 처진 어깨로 술이 고픈 배를 움켜쥐고 까무룩한 도심의 밤을 품었다 별이 한강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파란 소주병들 붉은 와인 병들 불꽃 만발하여 둥둥 떠다녔다 소주 한 병 와인 한 병 건졌다 한 맛은 밥 씹는 기분이고 한 맛은 꽃 같다 갈증을 덜어낸 어깨로 달빛이 기대왔다 빛에 향긋한 여인의 젖내가 어릿어릿 강물 빛 반사된 은결로 살며시 안았다 아직 까무룩 밤은 저만치 있고 꺼내지 않은 술병들은 강물 속 둥둥 빛나고 빛을 꼭 품은 사내는 이제야 행복해졌다

2023.06.05

이게 어디 보통 일인가

이게 어디 보통 일인가 - 일흔 언저리에 벗 다섯이 만난다는 건 기쁨이다 거기에 술을 함께 마신다는 것도 그러한데 그 술이 고급지고 향 깊은 명주란 것도 대단하여 이 술자리를 청한 벗도 고맙고 모두 건강하니 이 또한 제일이다 새삼 생각해 보니 이게 어디 보통 일인가 酒逢知己千杯少 (나를 알아주는 이를 만나면 천 잔이 적고) 話不投机半句多 (말이 안 통하는 이에겐 한 마디도 많다/明賢集) (양재동 '초류향'에서)

2023.06.01

아빠의 바게트

'아빠의 바게트' ㅡ 공부 잘하고 출세하는 것도 좋지만, 비가 오시나 눈이 오시나 새벽 4시부터 반죽을 시작 영양 만점 '바게트'로 소문이 자자한 천왕동 아파트 상가의 작은 빵집 '아빠의 바게트' 부지런한 제 조카 두리 내외가 아이 셋 키우며 운영하는 빵집입니다 한동네 가까이 살아 종종 들려보면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고 찾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뿌듯한지 모르겠습니다 정직 성실로 빚어낸 바게트는 입에 드는 순간이 건강이고 행복입니다 이 큰 아비는 성실히 살아가는 조카 내외가 진정 대견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두리야! 성서방아! Es ist gut!(그것으로 좋다!)

202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