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0 ‘생일잔치’ 】
2023년 6월 30일 6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 6시 시작합니다
* Dress Code: Formal Dress(정장)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9 5월 26일 스케치】
1. 며느리ㅇㅇ : 양숙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이름만 들어도
팔을 긁힌 듯하고
너무 불쌍해서
눈물 나려 합니다
지엄하신 시어머님
어머니 당신도 며느리였는데....
자랑스러운 아들과
같이 사는 여자이고
사랑하는 손자를
낳아줄 여자인데
저세상에서 드실
제삿밥을 차려 줄 여자인데....
눈에 넣기도 아깝다는
당신 딸도 뉘 집 며느리인데....
* ‘며느리ㅇㅇ’ 식물들은 억센 가시가 있다
* 진흠모 편집인/ 시인/ 인사동TV 운영 위원
* email: 55yasoo@hanmail.net
2. 불 : 김효수
바짝 가물어 건조한 날씨에 산불이 벌겋게 띠를 이루어 바쁘게 올라간다
몇 날 며칠을 사람들 허둥대고 헬리콥터 날아도 산불은 벌겋게 올라간다
사납게 불어오는 바람 타고 거리낌 없이 산불은 정상을 향하여 올라간다
사람들 간절히 바라던 비가 내린다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밭과 논에도
벌겋게 띠를 이루어 시커멓게 재만 남기고 정상을 오르고 있는 산불에도
드디어 사람들 힘으론 어쩔 수 없었던 산불이 거짓말처럼 꺼지고 말았다
땀과 물로 범벅이 되었던 사람들 피곤한 몸뚱이 이끌고 마을로 사라진다
하늘 바쁘게 날던 수많은 헬리콥터 어디로 숨었는지 하나 보이지 않는다
어스름 내리고 고요히 깊어가는 밤 잠들지 못하고 자꾸 이불을 뒤척인다
잠자리에 누워 오라고 간절하게 잠을 불러도 잠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오지 않고 그리운 사람만 눈가에 연거푸 떠오른다
잠도 잊어버리고 떠오른 얼굴 보는데 사랑의 불씨 하나 가슴에 떨어진다
떨어진 불씨는 금세 번지더니 가슴도 버티지 못하게 활활 타오르고 있다
잠을 불러 깊어가는 밤 편안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가슴이 불덩이가 되어
잠도 들지 못하고 이불을 뒤척이다 몸뚱이 뒹굴며 날이 세기를 기다린다
날이 하얗게 세면 발바닥 보이지 않게 그대에 달려가 다급하게 말하려고
그대 물어보지도 말고 그렇다고 따지지도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하라고
가슴을 벌겋게 태우는 불길에 시커멓게 재만 남기고 당장 죽게 생겼으니
어서 그대의 가슴으로 내 가슴을 덮어 벌겋게 타오르는 불길을 꺼달라고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해도 깜짝 놀라게 외치려고 날이 세기를 기다린다
* 진흠모/ 시인
3. 사과나무 꽃그늘 아래 : 시 이명해, 낭송 이춘우
사과꽃향이 5월의 대기를 타고
가슴을 헤집고 들어온 날
스승은 사과나무처럼 그늘이
되어 주시고
우리는 그 꽃그늘 아래 모여 앉아 시를 읽는다.
사과 빛처럼 수줍게 마음을 붉게 물들이는 시
죽비처럼 정수리를 내려치는 시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시
은하수 가득한 밤하늘 별빛처럼 아득한 시
아....
눈물겹게 고맙고
눈부시게 소중하다
시로 인해 맺은 인연이
* 시가연 쥔장
4. 선택의 몫 : 김중열
실수實數가 있으니
허수虛數도 필히 존재하지요
비록 실수失手를 한다 하여
스스로 속이기를 거듭하련가만,
한껏 용기로 거짓을 토해내며
참을 찾아 미명 속에 채울지라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매여
허수虛收를 간과하여 성장을 멈추련가
자신의 존재만을 믿고
거짓된 삶을 즐기련가
밝은 곳을 바라보며 행할지라
스스로 빛을 발하련만,
눈 가리고 본 둥 만 둥 스스로 속여가면
어두움이 짙어 무엇이 보이겠소
이러하니 삶이란
자신의 선택의 몫이
아닐까 하오이다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화가
5. 아내와 나 사이 : 낭송 이미경/ 시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시예랑 낭송가
6. 유혹은 함정이다 : 낭송 류재호/ 시이생진
ㅡ황진이
시인에겐
꽃도 유혹이요
나비도 유혹이다
하늘도 유혹이요
구름도 유혹이고
바다도 유혹이고
섬도 유혹이다
왜 슬슬 피하는가
진짜 유혹은 여인인데
비록 사대부의 꽁무니를 따라가고 있지만
나는 너의 유혹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함정이다
하지만 유혹 없이 어떻게 시를 쓰나
ㅡ시집 <그 사람 내게로 오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7. 우담바라꽃: 김화연
사랑은 꿈일지도 몰라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꿈이라면 달려갈 텐데
사랑이 아프면 바라보는 사랑은 더 아프다
상흔의 통증을 알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아픔 비껴가기를 바랐건만
혼자 오로시 받아낼 수 있는데....
진흙 속에 꽃이 필까
핀다면 사랑의 우담바라일 거야
하늘에만 피는 꽃이 가슴에도 필 날이 오면
기적이 찾아온 거야
그거 알지....
우담바라가 피면 행운이 온다는 거
* 작가
8. 오월 꽃 잔치 : 조철암
올봄 꽃시장에서 데려온
겹꽃 페라고늄과
잎이 탐스러운 스파트필름은
발코니에서 활짝 핀 자태를 뽐내고
동네 아파트 울타리에는
강한 생명력으로 남아있는
해묵은 장미의 생존과
방금 꽃봉오리 터진 아기 장미의 탄생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애틋해진다
중랑천에는
노란 꽃 물결의 유채꽃
뒷동산에 오르면
코끝에 스며드는 아까시꽃 향기
온 세상이 꽃 천지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9. 내가 백석이 되어: 낭송 한옥례/ 시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 달라는 횐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 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타 들어 갔다는 말을 못했다
* 진흠모 / 시예랑 대표
10. 지금의 봄날은 한 번뿐 : 이원옥
겨울이 춥다는 것은
봄이 곧 오고 있고
무더운 여름이 대문을 열고 오려 한다는 것
여름이 무덥다는 것은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겨울의 눈보라가 기지개 켜고 있다는 것
지금의 봄날은 한 번뿐
매번 같은 듯 다른 봄이 오고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차례대로 왔다가
차례대로 가는 것
우리는 지금 슬프면
기쁠 때를 생각하고
지금이 기쁘면
슬플 때를 기억해야 한다
바람이 돌고 돌아
바람을 이루고 있다.
* 진흠모/ 시인/ 사업가
11.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낭송 김미희/ 시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 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인사동TV 운영 위원
12. 아! 어머니 : 낭송 김경영/ 시 신달자
어디에도 펼 곳이 없어서
둘둘 말아 가슴 밑바닥에 숨겨둔 그 꿈
어머니 지금은 어느 곳으로 흘러
한자락 구름이라도 되었을까요
구름이 되어 애끓는 비가 되어
맨몸으로 하늘에서 뛰어내려
자식의 문전에서 궂은 바람을 씻겨 가시나요
죽더라도 이거 하나는 죽을 수 없어
이 세상 어디쯤에 샘 하나로 남겨져
흐렁흐렁 낯익은 데서 저린 예감 전해오면
물기 도는 바람 타고 달려가려 하시나요
아! 어머니
아직도 그 눈물 지상에 남아있습니다
마르지 않는 은빛의 약속 촉촉이 축여서
이 자식 저 자식에게 뿌려 주고 계십니다
오직 어머니 꿈 하나는
불멸의 빛으로 살아남아서
자식의 발걸음 앞 아픈 어둠을 당신의 가슴으로 빨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식들은 저마다 어머니의 뜨거운 심장을 들고
시린 어깨를 가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젠 냉정히 돌아서십시오
우리들도 우리들의 심장을 꺼낼 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 나의 어머니여!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2. 밤꽃 : 박산
유월六月산
밤나무 숲길
짝을 찾지 못한 전라도 총각 수천 명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각각
뽑아낼 길 없는 가득 찬 정액精液을
일 년에 딱 한 번
인근 산 숲에 쏟아부어 밤꽃이 되었다
유월 산 숲 밤꽃 길은
서른 젊은 부부에게는 문 걸어 잠군 달콤한 침실이다
마흔 먹은 립스틱 짙게 바른 여인에겐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쉰 살 사내는 이유 없이 아랫도리 힘만 들어갔다
예순 아주머닌 콧속에 밤꽃 가득 부어 눈을 감았다
일흔 잡수신 영감님은 공연히 에헴 하고 헛기침을 했다
여든 드신 할머닌 이게 무신 냄새더라 연신 고갤 흔들었다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운영 위원
13. 실컷들 사랑하라 : 이생진
실컷들 이야기하라 입이 있을 때
죽은 뒤에 네 유해에서
입술이 뛰겠니
실컷들 걸어라 다리가 있을 때
죽은 뒤에 네 발에서
티눈이 생기겠니
실컷들 사랑하라 가슴이 있을 때
죽은 뒤에도
네 사랑 간직할
가슴이 있겠니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1. 진흠모 가수 유재호 님 '모란이 피기까지' 외 시 노래가 있었습니다.
2. 이원옥 님 '안동역' 열창 김중열 님 '다이아나' 열창이 있었습니다.
* 생자 동정
한서대 인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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