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동백이 붉어도 나 보기엔 마냥 수줍게만 보입니다 아직 찬바람은 창연하게 걸린 풍경 소리를 나지막이 부르고 있습니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길섶에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떼가 뭉쳤다 흩어지며 털을 부빕니다 마른 잣나무에 물기 오르니 다람쥐 눈망울은 분주해지고 바람은 또 기웃하며 어정거립니다 비탈 데크 계단을 오르며 햇빛에 비친 그림자를 앞세우다 문득 당신 생각이 납니다 과거에도 있었을 나무에 기대 미래에도 있을 광경을 내려보니 그 모든 것이 하나로 겹쳐집니다 뭉게구름 한 뭉치가 잠시 해를 가리고 있지만 으레 그랬던 일처럼 무심합니다 지금 무얼 하고 계신가요 나는 그대 그리움을 만들고 있는데 바람은 또 귀를 간지립니다 희망이 절망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파도가 일렁이는 절벽 꿈을 꾸었지요 까마득한 얘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