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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그림

움직이는 그림 - 가뭇없던 그 그림이 다시 나타난 건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노랑, 파랑, 딱 집어 정확히 말하라고 종주먹을 들이대면 더 당황스러워져서 표현하기 어려운 색깔 푸른빛에 잿빛 섞인 바탕이라고나 할까 색 바랜 똥색 테두리의 액자를 뉘어 놓고 쌓인 먼지를 입으로 풀풀 불어 내고는 외눈 박힌 도깨비 손에 든 빗자루로 탁탁 털어냈다 대청마루 섬돌, 마당 한 귀퉁이에 절구통이 놓여있다 녹색 페인트 듬성듬성 벗겨진 대문에 붙어있는 담장 쇠창살을 타고 긴 얼굴을 가장 슬프게 한 삐쩍 마른 수세미 하나가 손대면 바스락 부서질 것 같은 잎사귀 몇 장에 얽히어 걸려있다 전봇대 거미줄 같이 엉킨 전깃줄에서 용케 뻗어 나온 한 줄에 흰 배를 드러낸 제비 한 마리가 앉아있다 아버지 같은 누군가가 보일 것 같은데..

2023.08.08

사고 칠 줄 아는 사람이 사업을 해야 한다

사고 칠 줄 아는 사람이 사업을 해야 한다 ㅡ 썅! 성질도 좀 있고 승부에 집착하며 혼자 걷는 길을 좋아하고 집단의 일원이기보다는 집단을 이끄는 걸 즐기고는 고집=신념을 헷갈리다 큰 손해도 보고 OB 나면 슬쩍 스코아 구걸도 하고 가끔은 분수 넘치는 산해진미를 홀로 만끽하고 어여쁜 여인도 곁눈질하고는 돈에 환장했다! 이런 소리도 듣고 내가 파는 상품에는 내가 최고가 되어 손익분기점 F가 항시 머리에 박혀있고 의사결정에는 냉정함이 우선함에도 종종 사고 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업가 썅! 하다가도 이 악물 줄 아는. 添) 이렇고 저런 興亡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멍가게 몇 군데 장사 훈수 좀 두었더니 한 다리 건너 두 다리 두 다리 건너 세 다리 뭔가를 묻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정답은 아니고 해 보니 그렇단 말..

2023.08.01

고백

고백 - 간절한 바람으로 치성드리는 일에도 주저 거리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용감했던 순간보다 비겁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종鐘의 울림 정도는 그저 일상의 익숙한 음악으로 들렸고 신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신봉한 적도 없습니다 돈에는 치사하리만큼 처절했고 여자에는 유치하리만큼 내숭을 떨었지요 얼굴이 화끈거리게 더 뻔뻔했던 건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무한적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좋은 무엇을 가지고 내게 누군가 올 것이라는 가당찮은 기대감입니다 목적에 이르지 못함이 불러온 불만이 컸지요 겸손이나 겸허 따위의 고상한 언어들을 애써 강에 버리면서 살아온 위선적 세월이 얼마인지 모릅니다만 지금은 순정이나 순수 이런 단순한 단어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내 고향 한강 철교 아래서 발가벗고 물장구..

2023.07.29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1】 2023년 7월 28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시詩, 실컷들 사랑하라(2023, 책과 나무)』 生子를 그리고 생자의 詩를 흠모하는, 평생을 강단에 서셨던 부산 진흠모 이명해 님께서는, 시를 쓰는 손자 박호현 군(중1)을 키우면서, 자라는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생자의 시를 전하려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물로 시집 『詩, 실컷들 사랑하라』를 펴냈습니다. 진흠모와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2023년 6월 30일 260회 생일 모꼬지 스..

2023.07.22

탈출기

탈출기 ㅡ 아무리 열린 마음으로 산다 해도 순간순간 못마땅한 것에 맞닥뜨리고 때론 버럭 소리도 지릅니다 좀 산 양반들은 세상살이 다 그렇다고 짐짓 도사 흉내를 냅니다만 하찮은 騷人인지라 몇 번 이런 게 반복되면 아무리 친한 것들도 모든 게 싫어집니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습니다 도심 밤길 가다가 떠오르는 이들 있어 고개 들어 본 하늘은 뿌옇게 흩뿌린 모양입니다 거기에는 희미하지만 알만한 얼굴들이 누군 찡그리고 누군 무표정하고 누군 옅은 미소를 띠고 그러고들 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센 빛에 눌려 별빛이 가려지니 헛것 아닌 헛것 들과 이리 조우합니다 이 도시를 잠시라도 떠나야지 합니다만 촘촘하게 엮여 사는 빡빡한 현실은 '몇 박 며칠' 비움이 쉽지 않습니다 출근도 해야지요 잡아 놓은 약속..

2023.07.19

춤을 추고 싶다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춤을 추고 싶다 - 노랗고 붉은 것들이 여명의 태양처럼 춤사위에 뭉게뭉게 묻어나 부드러운 놀림의 어름새로 누군가에겐 베풂으로 누군가에겐 끌림으로 누군가에겐 파트너로 강하지 않아 지치지도 않는 그런 춤을 안단테칸타빌레! 빠른 시간들을 느리게 다독이며 가슴 깊은 상처들 끼리끼리 어우렁더우렁 춤을 추고 싶다 나를 위한 춤을 * 어름새: 구경꾼을 어르는 춤사위

2023.07.15

詩도 그렇긴 하다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015, 황금알) 》 중에서 詩도 그렇긴 하다 -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스무 해도 훨씬 지난 얘기지만 어찌어찌 머리 얹으려 골프장엘 갔다 처음 밟는 잔디에 잘 맞을 리 있나 그래도 칭찬 일색이다 어쩌다 롱 퍼팅이 소 뒷걸음에 똥 밟은 격으로 들어갔다 타고난 골프 천재다 - 나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스윙 폼이 타고났다 - 열심히 치라는 얘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러면 그렇지 내 뛰어난 운동 신경이 어디 가나 세 살 바보가 되어 우쭐했다 내게 시를 보여주는 이 몇 있다 몇 개의 단어 쓰임이 상쾌하고 문장 몇이 조화롭다 아니 어찌 이런 멋진 표현을 - 읽는 맛이 너무 좋다 - 시적 소질이 풍부하다 - 시도 그렇긴 하다 공치는 일과 매한가지로 누군가 칭찬해주고 용기를 주어야..

2023.07.05

詩集살이

詩集살이 ㅡ 그냥 그렇고 그런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남들 다니는 거 다 다닌 인생이었으면 난 시를 안 썼다 으흠 그래... 실패한 인생이라고까지는 말자! 성공하지 못해 그렇다 핑계를 대자 먹고 산 게 파는 일이요 구멍가게 운영해 본 게 다이니 묻는다, 종종 오랜 지인들이 시는 왜 쓰는데? 물론 돈 나오는 일도 아니고 그걸 기대할 정도의 멍청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를 형이라 부르는 J가 자식 혼사에 내 시집을 하객 답례품으로... 감동 먹어 절절히 감사를 표하니 "아이고 형님, 냉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시집이었는데, 사돈 하시는 말씀이, 역시 우리 사돈은 수준이 높다네요" 시집살이도 이만하면 할만하지 않은가! 먹고 산 게 파는 일이었다

2023.07.0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0 ‘생일잔치’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0 ‘생일잔치’ 】 2023년 6월 30일 6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 6시 시작합니다 * Dress Code: Formal Dress(정장)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9 5월 26일 스케치】 1. 며느리ㅇㅇ : 양숙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이름만 들어도 팔을 긁힌 듯하고 너무 불쌍해서 눈물 나려 합니다 지엄하신 시어머님 어머니 당신도 며느리였는데.... 자랑스러운 아들과 같이 사는 여자이고 사랑하는 손자를 낳아줄 여자인데 저세상에서 드실 제삿밥을 차..

202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