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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

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도시인 -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는 핑계로 도시인인 나는 도시를 탈출했다 복잡보다는 단순을 위해 탈출한 도시 밖은 일직선이다 일직선은 평화임에 틀림없다 하루가 갔다 이틀이 오기 전에 무언지 모를 불안이 다가왔다 빠른 스피드가 싫었던 게 아니다 가슴 졸이며 즐겼던 거다 예측 못할 굴곡진 변화는 지겨웠던 게 아니라 음습한 취미였다 산마루 아득한 논밭 낀 땅 바닥에 그려진 1차로는 누군가 끼어들지 않은 단조로움에 재미없다 이끼가 낄 것 같은 고요에 익숙하지 않은 내 뇌는 금시 참을성을 잃었다 전투와 이기주의로 포장된 최신 유행 옷을 입은 도시로 결국 다시 왔다 다시 머릿속 터질 것이 분명하다

2023.04.30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58】 2023년 4월 28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고독이 만들어지는 과정 : 이생진 -두미도頭尾島 폐교 작은 포구에서 어선들이 빠져나가고 텅 빈 자리에 고독이 모여든다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같다 하지만 이곳 운동장은 5년 전에 그렇게 빠져나가고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없는 마을 파도 소리가 시들하다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57】 2023년3월31일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1. 꽃샘추위 : 김효수 가을을 정신 혼미하게 ..

2023.04.22

기마이

기마이 ㅡ 울 아부지, 1960년대 그때 그 시절 노량진역 앞 호수다방 아침 한복 입은 마담에 입술 붉은 레지들 방귀 좀 뀌는 아저씨들 북적대는데 "김 마담아! 오늘 찻값 내가 낸다 다 한 잔씩 돌려라!" 나도 계란 띄운 쌍화차를 마시는데 뭣도 모르는 어린 내 어깨도 으쓱해졌다 집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파시스트의 환하게 웃는 모습 27년 간 공짜 밥 먹여주고 재워준 것도 모자라 사업 망한 눔 집 팔아 뒤치다꺼리까지 지구상에서 내가 빚진 유일한 양반! 그때 그 기마이 유전자로 야코 죽지 않고 산다 땡큐 아부지!

2023.04.19

뭉치자 모이자

뭉치자 모이자 ㅡ 각자 사는 방법이 다르듯이 추구하는 방법도 각자 다르다 지문도 생김새도 다 다르다 몇 번 만나 말 나눠 보면 반복된 과거 얘기는 지루하다 방금 무친 겉절이김치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이 상큼하다 걸핏하면 끼리끼리 뭉치자고 모임 만들고 회칙 만든다 날 좋은 날 숲길을 혼자 거닐어 보라 목적 있어 예순 넘어 살았으면 무심코 일흔 넘는 일도 신간이 편하다 비 오시는 날 도심의 골목 어슬렁거리다 파전에 막걸리 혼술은 철학이다 나이 듦의 고독은 필연이다 굳이 피할 생각 없이 즐길 작정이다 뭉치자 모이자들 엔간히 해라 번거로워 싫다는데 굳이,,,

2023.04.11

Red Queen Effect

Red Queen Effect ㅡ 경영학 조직이론에서 '레드 퀸 효과'라는 게 있다. 즉, 경쟁이 된다거나 비교되는 라이벌 간에 한쪽의 발전이 다른 한 쪽의 발전을 촉진해 함께 진화하는 걸 뜻한다. 시ㆍ소설ㆍ수필 등의 글쓰기 전반에 특히 배타적 아류로 읽히기 쉬운 '시 쓰기'는 더욱 그러하다. 가까이 지내는 몇이, 시인까지는 아니더라도 글(시)을 쓰고 싶어 해서 4인(편의상 a,b,c로 호칭, 나 포함) 톡방을 개설해서 참견한 지가 여섯 달이 됐다. a,b,c는 무역회사, 증권사, 공무원 등을 거쳐 예순 언저리를 살고 있다. 올라오는 모든 글은 서로 오픈 품평을 한다, a는 가장 감성적이며 멤버들의 비평에 순응하는 形이다. b는 대학 시절 철학 서적을 많이 읽었다는 걸 은근 과시하며 a와 c에 상대적 우..

나의 이야기 2023.04.06

키오스크 소고

키오스크 소고 ㅡ 버거킹 와퍼 하나에 감자튀김을 터치 주문 완료했는데 갑자기 핫초코 하나 더 추가하고 싶었다 이리 터치 저리 터치... 쉽지 않다 뒤에 줄만 안 서 있어도 차분하게 해 보겠건만... 결국 뒷줄 젊은 친구에게 Help Me! 했다 어찌나 빠르고 쉽게 추가하는지 진흠모 모꼬지 마니또 선물 써치로 어제 갔던 다이소에서 페이 QR을 찍는대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어벌벌 했다 지인 몇 분 초대로 간, 맛집으로 소문난 생선구이집에서는 AI가 밥상을 들고 왔다, 돌아가는 터치를 찾느라 일흔 언저리 네 사람이 또 어벌벌 떨다 오래 걸려 AI를 마냥 기다리게 했다 쏘리 AI야! 일찍이 영타를 업무상 상용했고 또래보다 컴퓨터 얼리 어댑터임에도 이 모양새다 나이 탓 말고 즐겁게 자꾸 부닥치자 키오스크에 감사..

나의 이야기 2023.04.04

개나리꽃 한 줌

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개나리꽃 한 줌 - 운동 삼아 걸어 출근하는 날 아파트 뒷길 언덕배기 초등학교는 야트막한 야산 기슭에 봄이 되어 앉아있다 봄날 소인국에 봄 같은 아이들이 꿈틀댄다 짧은 다리에 끌고 메는 가방이 앙증맞다 웃고 재잘거리는 하얗고 뽀얀 얼굴이 봄빛이다 교문에 서서 인사 나누는 어린 여선생도 봄꽃이다 학교까지 따라 온 젊은 엄마도 봄나물이다 문득 나도 봄풀인가 하다 그 뻔뻔함에 멋쩍어 씩 웃어본다 한 꼬마 봄이 병아리 같은 걸음으로 날 앞질러 쫑쫑 간다 가늘고 여린 예쁘고 귀여운 개나리꽃 한 줌 같다 그러다 문득 ‘네가 내 나이면 나는 없겠지’ 하니 봄이 사라졌다

2023.04.0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7】 2023년 3월 31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4월은 「다랑쉬굴 詩祭」가 있는 달이어서 '256 발표 시' 중 김명중 님의 시를 타이틀로 올립니다》 불춤 : 김명중 다랑쉬 마을을 통째로 태운 불은 서서히 식어 가는데 숯등걸 하나둘 모여 다랑쉬오름에 작은 섬 하나 만들었다. 바다는 섬을 가두며 파도 소리를 재우고 열하나의 불등걸은 섬으로 숨어들다 한 줌의 재가 됐다. 사십사 년 만에 잿불이 피어올랐다 젖무덤을 친친 감았던 어머니의 질긴 무명천이 긴 불 끝이 되어 ..

2023.03.26

시의 능청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시의 능청 - 시 읽으러 가는 인사동 종각역 귀퉁이 여기저기 종이박스로 관棺을 만들어 하잘 것 없는 보따리 풀어놓고 때 묻고 낡은 신발짝 깔고 앉아 나뒹구는 소주병 벗 삼아 풀린 눈으로 행인들 바라보며 죽는 연습이 한창이다 YMCA 앞 가로수에 핀 매화 꽃상여로 제격이다 시도 죽는 게 두려운지 알고도 모르는 체 짐짓 막걸리만 마신다

2023.03.22

산아! 모든 사물에 더 겸손하자!

산아! 모든 사물에 더 겸손하자!ㅡ 분명히 종합소득세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 말일 스케줄표에 안 낸 걸로 뜬다, 부가세를 내는 25일 이미 냈다는 고정관념에 박힌 결과이고 하잘것없는 규모의 퍼스널 경영 능력에 대한 과신이다. 모임을 함께하고 어딘가를 함께 가며 그간 도타운 정과 신뢰로 유지했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익숙하고 친해졌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사라져서 제 하고 싶은 대로 언행을 다 한다, 나잇살을 거꾸로 먹는 행위이고 조심스런 언급이긴 하지만 혹여 초기치매에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감퇴하는 기억력을 위해 한 번 더 적어놓고 자기만의 기억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창조해야 한다. 오후 6시 이즘 익숙하지 않은 호텔 행사 참석 예정이라, 엊저녁 내일 ..

2023.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