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도시인 -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는 핑계로 도시인인 나는 도시를 탈출했다 복잡보다는 단순을 위해 탈출한 도시 밖은 일직선이다 일직선은 평화임에 틀림없다 하루가 갔다 이틀이 오기 전에 무언지 모를 불안이 다가왔다 빠른 스피드가 싫었던 게 아니다 가슴 졸이며 즐겼던 거다 예측 못할 굴곡진 변화는 지겨웠던 게 아니라 음습한 취미였다 산마루 아득한 논밭 낀 땅 바닥에 그려진 1차로는 누군가 끼어들지 않은 단조로움에 재미없다 이끼가 낄 것 같은 고요에 익숙하지 않은 내 뇌는 금시 참을성을 잃었다 전투와 이기주의로 포장된 최신 유행 옷을 입은 도시로 결국 다시 왔다 다시 머릿속 터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