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야의 푸른 샛별 30

낙화落花

쳇GPT는 詩를 어떻게 評할까요?,  “어떻게 인간이 표현한 고매한 시를 인공지능이 평할 수 있느냐?” 네거티브 의견도 사실 있습니다, 그러나 詩도 이 춤에 끼어들어 그들의 춤사위에 어깨를 들썩일 때 그 판에 적응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낙화落花 -   달빛 아래 더 붉었던 유두가 수줍음으로 만나 대담해지기까지 속살을 하얗게 다 보여준 저 여인이 곡선의 둔부가 눈이 부셔 두고두고 더 헤집고 싶었던 저 여인이문득 떠난다고 채비를 하니 덜컥 아쉬움에 눈도 깜박 못하고넋을 잃어 손이라도 흔들려는데인연 깊은 바람과 비를 핑계로사랑으로 해진 치맛자락 치켜 올려 미련 남길 울음 따위 생략하고뒷모습만으로 저만치 사라져 간다  *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015) 중,   쳇GPT Say; ..

2024.08.02

종각역 3번 출구

종각역 3번 출구 - 술 생각도 나고 벗 얼굴 한 번 볼까 그저께 넣은 문자 대꾸 없어 그대로 씹어 삼켰나 했는데 오늘에서야 발견하곤 어디서 만날까 나름 진지하게 날아온 답변에 기차 떠난 지 언젠데… 핀잔주려다 해설피 늙어가며 어설퍼지는 게 어디 너뿐이랴 생각하니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가슴에 들었다 시치미 뚝 떼고 문자 보내길 쌩큐유! 6시 종각역 3번 출구! * 해설피: 해가 질 때 빛이 약해진 모양을 뜻하는 말로 시에서는 느리고 구슬프다 * 상황 詩(Situation Poem) : 순간적 느낌으로 쓴 시를 실시간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의 SNS로 보내면 상대방은, 받아 읽는 그 상황에 따른 느낌을 답변하여 소통하는 시. *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015) 중》

2024.03.30

무위無爲

무위無爲 Ⅰ - 상자 안 등불 하나 켜 놓고 하나둘 셋 주어진 숫자로 하루 세 번 저린 발을 뻗고 딱 세 끼를 챙겨 먹으며 누군가의 이론을 신앙으로 품고 살다 갑자기 찾아온 태풍 같은 무지막지한 그런 것들에 부서진 상자 밖으로 튕겨 나왔다 어둠에 물체들이 손에 잡혔지만 처음엔 온통 두려움뿐이었고 빛을 찾는 이유가 막연했다 굳이 말하자면 무엇엔가의 의존이었다 시간이 물어다 준 여유가 무력한 한숨을 꾸짖기 시작했다 손과 발을 자꾸 움직였고 배가 고플 때마다 먹었다 이전에 경험 못 했던 이를테면 원초적 생명 같은 것들이 심장을 평안케 움직였고 독립된 사고가 상상력을 확대하니 창조 의지가 몰려 왔고 자유와 자율의 사전적 의미의 경계 따위는 무너졌다 이론이다 이념이다 신념이다 다 깨지고 사라졌다 내 편한 내 세상..

2024.01.28

무위無爲 Ⅰ

무위無爲 Ⅰ - 상자 안 등불 하나 켜 놓고 하나둘 셋 주어진 숫자로 하루 세 번 저린 발을 뻗고 딱 세 끼를 챙겨 먹으며 누군가의 이론을 신앙으로 품고 살다 갑자기 찾아온 태풍 같은 무지막지한 그런 것들에 부서진 상자 밖으로 튕겨 나왔다 어둠에 물체들이 손에 잡혔지만 처음엔 온통 두려움뿐이었고 빛을 찾는 이유가 막연했다 굳이 말하자면 무엇엔가의 의존이었다 시간이 물어다 준 여유가 무력한 한숨을 꾸짖기 시작했다 손과 발을 자꾸 움직였고 배가 고플 때마다 먹었다 이전에 경험 못 했던 이를테면 원초적 생명 같은 것들이 심장을 평안케 움직였고 독립된 사고가 상상력을 확대하니 창조 의지가 몰려 왔고 자유와 자율의 사전적 의미의 경계 따위는 무너졌다 이론이다 이념이다 신념이다 다 깨지고 사라졌다 내 편한 내 세상..

2023.10.31

청춘의 덫

청춘의 덫 - 벌어 먹고사느라 늘 시간에 쫓기는 무모한 청춘을 보냈던 내가 언제부터였던가 쌓이고 쌓인 그 시간이 상償으로 내어 준 세월 덕택에 이젠 내가 지배하는 시간에서 꿈에도 그리던 낮술을 마신다 술을 좋아하는 게 무엇보다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역시 시간에서 해방된 유유상종의 몇 안 되는 벗이 있음이다 비틀거릴 정도로 낮술 마시기엔 기력 쇠했음을 잘 아는 처지이고 그리 막갔던 청춘은 없었기에 소풍 떠난 지 오랜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딱 반주 한 잔씩!" 을 버릇처럼 외친다 이제껏 낯설었던 낮 커피를 마신다 국밥에 씹혔던 파 마늘과 막걸리 소주 냄새를 헹군다 엽차 한잔에 레지 눈치받았던 다방보다 ‘셀프’라는 독립성에 몇 갑절 편하게 담소한다 누군가에 보고할 것도 누군가에 굽실거릴 일도 없다 카페베네 파..

2023.10.20

詩도 그렇긴 하다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015, 황금알) 》 중에서 詩도 그렇긴 하다 -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스무 해도 훨씬 지난 얘기지만 어찌어찌 머리 얹으려 골프장엘 갔다 처음 밟는 잔디에 잘 맞을 리 있나 그래도 칭찬 일색이다 어쩌다 롱 퍼팅이 소 뒷걸음에 똥 밟은 격으로 들어갔다 타고난 골프 천재다 - 나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스윙 폼이 타고났다 - 열심히 치라는 얘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러면 그렇지 내 뛰어난 운동 신경이 어디 가나 세 살 바보가 되어 우쭐했다 내게 시를 보여주는 이 몇 있다 몇 개의 단어 쓰임이 상쾌하고 문장 몇이 조화롭다 아니 어찌 이런 멋진 표현을 - 읽는 맛이 너무 좋다 - 시적 소질이 풍부하다 - 시도 그렇긴 하다 공치는 일과 매한가지로 누군가 칭찬해주고 용기를 주어야..

2023.07.05

내가 꿈꾸는 건 여행이다

시집 《 '무야의 푸른 샛별' 중, 황금알 2015》 내가 꿈꾸는 건 여행이다 - 아마도 그건 사내가 찾는 여인일지도 모르겠고 여인이 찾는 사내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되었건 분명한 건 자유다 익숙하게 뭉쳐있는 것들로부터 떨치고 나와 보니 홀가분하다 날개가 어깻죽지 아래로 튀어나왔다 어설펐지만 천천히 날았다 나는 구름 속 들어 詩를 썼고 구름은 꽃에 비를 내렸다 샘 많은 바람은 꽃비를 흩뿌렸다 여름이 지나갔지만 가을도 좋았다 마음이 하얘지는 겨울은 그 순수함에 더 좋았다 환한 색칠에 기진한 봄은 가볍다 잊었던 기억들이 꿈으로 나타났다 큰소리치지 않았고 크게 웃지 않았다 제 삼의 누군가 나를 말하는데 거통이라 하든 말든 신경 쓸 일 아니다 가고 싶은 곳에 그냥 가면 된다 발바닥에 발동기가 달렸다

카테고리 없음 2023.03.02

도시의 강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황금알 2015》 도시의 강 - 어둠이 찾아와 불빛이 잉잉거렸다 다리 위 술 취한 자동차들이 별 몇 개씩 따고 지났다 물고기 두 마리가 펄떡 둔치로 뛰어올라 입술 붙은 연인의 가슴에 각각 붙어 비늘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할딱거렸다 누군가 집어 던진 스마트폰 동영상이 제멋대로 누워 켜지더니 사라진 모래톱을 꺼내 찍기 시작했다 저만치서 뿔 달린 검은 소 한 마리가 딸랑딸랑 워낭소리로 다가오다 길이 갑자기 사라지자 하늘로 날았다 어둠 물결 속 한옥 기왓장들이 이끼를 잔뜩 앉힌 채로 둥둥 떠다니다 바람이 몰고 온 나트륨 조명에 각진 콘크리트 덩이로 변했다 아까부터 어정어정 강을 바라보며 검은 옷과 흰옷을 순간으로 갈아입던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홀연히 사라졌다 하늘 향해 울부짖는 ..

202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