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28

과잉친절 ㅡ

과잉친절 ㅡ 확진자 수 감소 추세에 따른 거리 두기 완화 조치로 세 해 만에 열리는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를 앞두고 철 지난 바닷가 풍경 같이 그 많던 인파가 사라진 봄 한낮 보건소에 PCR 검사를 갔다 비닐 방호복 속 꼭 우주인 같은 한 마흔은 넘었을 여성 안내원이 주민등록 번호를 확인하고는 다짜고짜 내 손에 쥔 스마트폰을 뺐더니 PCR용 QR을 다운 받고는 주민번호 찍느라 몇 번을 헤매고 이름을 지우고 수정하느라 또 헤매고 전화번호 기입 역시 한 번에 못하고 헤맨다 솔직히 QR 다운도 스마트폰 타이핑도 내가 훨씬 더 빠른데... 생년월일로 날 너무 저평가 했다

2022.05.0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46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46 - 2022년 4월 29일 7시 (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인사 14길 詩/歌/演 (02) 720 6264 쥔장 : 김영희 010 2820 3090 / 이춘우 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 → 안국동 방향 700m 3호선 안국역 → 종로 방향 400m 1. 계절에 대한 모욕 : 양숙 2. 삶 : 김효수 3. 2022 다랑쉬굴 시혼제 : 조철암 4. 모닥불에 익는 술 : 노희정 5. 유혹 : 이생진 시 / 유재호 낭송 6. 쑥국쑥국 쑥떡쑥떡 : 김미희 7. 풍경소리 : 김중열 8. 길 : 김기림 시 / 김경영 낭송 9. 祝詩( For 성산포 이생진 시비거리 낭송 모꼬지 2022) : 박산 10. 섬 사람들 / 김대중과 김영삼 : 이생진 ..

2022.04.23

그 봄날 밤 사진 한 장

그 봄날 밤 사진 한 장 ㅡ 그 봄날 밤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풍랑이 거셌다 오정개 해안 '이생진 시비거리' 행사 전야제로 성산포문학회 분들과 국밥을 나누고 나서는 길이다 숙소까지는 불과 800m 차로 모시겠다는 주변의 제의를 극구 사양하시고는 아흔넷 잡순 시인은 오조리 깜깜한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 풍랑 피해 정박 중인 포구 고깃배들이 서로의 어깨를 묶고 있다가 센 파도에 출렁거리자 다리 위 시인의 몸이 날아갈 듯 휘청거렸다 제자 1이 팔짱을 끼자 제자 2가 다른 한쪽 팔짱을 꼈고 제자 3이 앞에서 바람을 막자 그제야 시인의 보폭이 안정됐다 숙소에 다다르니 포구에 늦게 도착한 제자 4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포구는 언제 거친 풍랑이 일었냐는 듯 시치미를 뗐다 (2022년 봄 '그리운 바다..

2022.04.21

매일 행복 하나

매일 행복 하나 ㅡ 십 년 넘어 땡전 한푼 못 버는 백수 신세지만 잘 마시고 잘산다고 큰소리 뻥뻥 치는 J 형 코 큰 외모와는 다르게 실제는 내성적이지만 그림만큼은 선 굵게 쓱쓱 그리는 화가 벗 L 행복은 붉은 와인 첫 잔 한 모금이라 단순 주장하는 내 시 애독자 일흔 넘은 할머니 의사 S 선생 무관반열의 길을 오래 걸어 용맹했던 군인이 흰머리에 비례해 활화산 같은 감성을 폭발시키는 벗 K 심심풀이 이모티콘 하트는 진정성이 없어 싫다며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시를 쓰고 싶다는 아우 L 신념이 너무 올곧아 타협하지 못한 세상 향해 수천 권의 도서 출판으로 자위 중인 벗 S 하루 정도는 그냥 걸러도 되련만 주말에도 우린 톡톡 소통한다 이들과 매일 소통은 큰 행복이다

2022.04.08

화엄사 4월, 새벽 이야기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화엄사 4월, 새벽 이야기」 - - 화엄사 기상 호텔방 옆에서 잔 벗은 부처를 만나러 새벽 4시 방문 열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나갔다 이불 속 눈만 감고 있는 나는 시詩를 만나려고 여명黎明을 기다렸다 부처를 만나는 시간이나 시를 만나는 시간이나 다 새벽이고 아침이다 나도 어서 일어나야지 - 새벽 새 소리 새벽어둠 발자국 죽여 조용히 지나는 내 소리가 시끄러운가 반기는 소리가 아니지 저 소리는 숲의 적막을 깨는 내가 미워 그럴 거야 시커먼 내 그림자도 무서워 그럴 거야 그렇다 한들 그리 시끄럽게 울지 마라 알고 보면 난 예순 넘은 너그러운 아저씨란다 - 화엄사 입구 개울가 붉은 벚꽃 붉은 늦벚꽃 몇 잎이 새벽 개울 흐르는 소리에 슬피 떨어진다 개울 깊은 탓..

2022.04.03

비즈니스 한국

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비즈니스 한국 - 신동파가 볼 던져 날리던 시절 흑백 TV에서 본 필리핀은 잘 살았다 식탁에서 밥 먹고 냉장고에서 콜라 맥주를 꺼내 마셨다 서울 시내 전차가 다니던 시절 땡땡거리며 다니던 전차는 느림보 거북이다 엉성하게 얇고 조잡한 2원 오십전짜리 전차표도 푸르죽죽 인쇄된 컬러가 가난했다 이회택이 볼 차 날리던 시절 방콕 축구장 조명등은 왜 그리 밝은지 우리 보다 까만 태국사람들은 어찌 그리 웃고 사는지 삶에 고달픈 우리 아저씨 아주머닌 얼굴 찡그려 인상만 썼다 지금은 마닐라 보다 서울이 더 살기 좋고 방콕 보다 서울이 더 살기 낫고 가서 보니 마닐라 보다 우리가 더 좋은 냉장고를 쓰고 가서 보니 방콕 시민들보다도 더 즐기고 산다 없던 석유가 땅을 뚫고 갑자기 ..

20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