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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陶情)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황금알 2015》 도정(陶情) - “잘 지내시지?” 보고파 목소리라도 들으려 통화하고 싶지만 사는 게 번거로운 세상 행여 그리움도 사치라 할까 어찌 내 심사心事 같겠는가 넌지시 카톡으로 “?” 보냈더니 두 장의 풍경 사진과 세 장의 인물 사진에 각각의 사연을 꼼꼼히 보태 구구절절 보내온 회신 '당신도 내가 보고팠구나!' 울컥 고마운 마음으로 또 보고 또 읽다가 마치 마주 보고 있는 듯 새록새록 솟는 정을 빚었다 * 陶情: 陶情且小詩 - 정을 빚어 다시금 시를 짓는다 남극관(1689-1714)의 시 雜題 중

2022.07.23

티스토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 글을 작성하고 블로그를 관리해보세요. 티스토리에 오신 걸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글은 비공개로 작성돼 있습니다. '편집'으로 내용을 바꾸시거나, 삭제 후 '새 글을 작성'하셔도 됩니다. 글 뿐만 아니라 블로그의 각종 설정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관리'를 확인해보세요. #2 다양한 스킨이 있어요. 티스토리에 있는 다양한 '스킨'도 살펴 보세요. 블로그나 사이트를 사용하는 목적에 맞게 스킨을 고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실 건가요? 잘 생각해 보시고, 마음에 드는 스킨을 고르세요. '스킨 편집'을 통해 다양한 커스텀, 그리고 홈 꾸미기를 적용하실 수도 있답니다. #3 포럼에서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마지막으로 사용하시다가 티스토리에 대해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포럼'을 확인하세요...

카테고리 없음 2022.07.14

오이지냉국

오이지냉국 ㅡ 여름 더위 찾아온 이맘때 소금에 절인 오이지 먹기 좋게 동글동글 썰어 얼음 동동 띄워 잘게 썬 청양고추 넣고 식초 몇 방울 떨구어 한 수저 떠 입에 넣으면 시큼 상큼 목구멍 타고 넘는 국물 맛에 아삭하게 씹히는 짭조름한 오이지 식감 외국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맛 엄니 손맛을 그대로 이은 일흔여섯 누나가 절인 손맛이 소풍 떠난 엄니를 혀로 불러온다

2022.07.13

한결같은 이가 좋다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황금알 2020》 한결같은 이가 좋다 - 순간의 흥취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소 가득 머문 얼굴로 다가오더니 차츰차츰 알아갈수록 사귀는 시간 무기 삼아 언제 그랬냐는 듯 매사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책임은 살살 피할 생각만 하고 제 주장만으로 핏대 세우다가 걸핏하면 혼자 삐치고 혼자 토라지고 궁지에 몰리면 어설픈 핑계로 얼버무리는 어제와 오늘이 너무 다른 이 난 오고 감이 한결같은 이가 좋다

2022.07.10

해빙기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해빙기 - 검고 붉게 성긴 딱지가 완전히 아물지 않아 피 흘리던 통증의 기억 여전히 어제의 일이지만 새살이 차가운 얼음에서 살아있었다는 사실이 고맙다 찢어지고 터졌던 원인을 지금 다시 분석한다는 건 대차대조표의 차변과 대변 같은 비즈니스적인 것 구름 일고 바람 불고 눈비 내리시는 일에 겨우 티끌 하나 죽도록 미워하고 울다가도 다시 다가온 사랑 한 방울 꽁꽁 얼었던 빙하의 바다 향한 눈물 같은 거 녹아 툭툭 떨어지는 처마 끝의 고드름 같은 거 그럼 됐다

2022.07.05

수정방

수정방 ㅡ 좋아하는 중국 술 몇 가지가 있는데 최근에는 벗을 잘 두어 그 중 수정방을 마십니다. 酒逢知己千杯少(주봉지기천배소) 好友相逢募言醉(호우상봉모언취) ㅡ술은 나를 좋아하는 벗을 만나면 천 잔이 부족하고 좋은 벗을 만나 술잔 기울이면 말이 필요 없다 ㅡ 조금 유식한 중국인들과 술자리를 하면(한중합자회사를 운영해 본 사람으로서) 유식 떠는 대표적인 말이지만 박산은 이리 말하고 싶습니다, '好酒值得和好朋友好好谈谈 좋은 술에는 좋은 벗과 좋은 대화를 해야 그 가치가 있다'고. 일찌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 했습니다. 그 영혼을 좋은 술로 촉촉히 적시면 금상첨화요 만사형통이겠지요. 좋아하는 술 '水井坊(수이징팡)', 그 비싸고 귀한 술을 마련해 자리 해 주는 좋은 벗들과..

나의 이야기 2022.07.03

生子와 지팡이

生子와 지팡이 ㅡ 걷기 전도사 생자께서 언제부턴가 지팡이를 짚고 다니신다 하루 15000보를 실천하는 아흔넷 어르신께서 인사島 詩/歌/演 진흠모 모꼬지 테이블 의자 밑에 내려놓은 지팡이 혹여 걸려 넘어지실까 맞은 편 벽 한 귀퉁이에 세워 놓았는데 어느새 지팡이 찾아 무대에 오르셨다 아흔넷 연세에 하루 15000보는 무리 아닌가 “선생님, 7000보 만 걸어도 좋답니다!” 둘이 있을 때는 자분자분 말씀 드리지만 생자의 지팡이는 오늘도 7500번 땅을 짚는다 쥔 닮아 가느다란 지팡이는 외양과 다르게 힘차고 붉은 정열 뿜어 15000보의 모터를 가동 중이다 * 生子 이생진(1929~ ): 인사동에 배를 띄우고 등대를 세워 '인사島' 섬을 만든 시인

2022.07.01

고백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고백 - 간절한 바람으로 치성드리는 일에도 주저 거리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용감했던 순간보다 비겁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종鐘의 울림 정도는 그저 일상의 익숙한 음악으로 들렸고 신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신봉한 적도 없습니다 돈에는 치사하리만큼 처절했고 여자에는 유치하리만큼 내숭을 떨었지요 얼굴이 화끈거리게 더 뻔뻔했던 건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무한적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좋은 무엇을 가지고 내게 누군가 올 것이라는 가당찮은 기대감입니다 목적에 이르지 못함이 불러온 불만이 컸지요 겸손이나 겸허 따위의 고상한 언어들을 애써 강에 버리면서 살아온 위선적 세월이 얼마인지 모릅니다만 지금은 순정이나 순수 이런 단순한 단어들을 생각하고 있습니..

2022.06.29

구글이 준 추억 하나 -

구글이 준 추억 하나 - 그러니까 9년 전 초여름 이맘 때 즈음해서는 벗 영호와 하릴 없이 도심을 꽤 자주 걸었다 전역 군인으로서 사진에 열정이었던 그와의 그날의 아련한 추억을 되돌려 보면 아마도 동대문에서 만나 성곽 길 낙산을 오르고 혜화동을 거쳐 성북동 길상사를 갔다 부슬비가 부슬부슬 오시는 날이라 걷기에 안성맞춤인 날이었다 젊은 날 외국 손님 접대로 무시로 드나들었던 요정 대원각으로 내겐 더 익숙한 작은 계곡 언덕길 올라 무소유를 주창했던 법정 스님 거처 진영각 툇마루에 습기로 축축해진 방명록에 꾹꾹 눌러 이리 썼다 ∞∞ 스님! 민방위대 출신 박산이 대령 나온 윤영호와 주룩주룩 비 맞고 왔습니다 박산은 비바람 나무 흔들림을 보고 윤영호는 뜰의 비 맞은 꽃을 찍습니다 바람에 꽃에 비에 푸드득 스님이 ..

202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