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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1‘

【2024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1‘】(5월 31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하절기 6시 30분 시작합니다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詩/歌/演(02)7206264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그럼에도 불구하고 - 진란    꽃들의 구역에서 가장 생생한 아픔은 너와 내 뿌리가 맞닿은 것을 볼 수 없다는 것 서로 얽히고설켜도 둘의 뿌리를 섞을 수 없다는 것이다 너와 내가 꽃으로 피어 마주 보는 시선이 뜻하지 않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다 너의 향기도 너의 속삭임도 바람에 흩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더 많이 쳐다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침묵하고 더 많이 주고 싶어지는 마음 세상에 함께 하는..

2024.05.26

웃다

웃다 -  한강 다리 중간 즈음노을이 붉게 타는 방향 난간을 잡고 어떤 사내 하나가 큰소리로 웃고 있다지나가는 차들이 힐금거렸다 택시 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 저런 꼴통 같으니 만만한 게 아래 흐르는 강물이니 제 잘난 맛에 저러지 ”  트럭 탄 프로이트가 말했다“ 그래 웃어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다리 위에서 저리 웃겠나 더 크게 웃어라 울지만 말고 ” 버스 탄 칸트가 말했다 “ 뭔가 생각지도 않은 대박이 터졌구만 틀림없어 로또가 터졌어 ”  자가용 탄 베르그송이 말했다“ 못 볼 걸 봤어 저 친구 빚쟁이가 죽었나? ” 노을이 저물어 가는데도 사내는 계속 웃고 있다웃다 그리고 웃다 웃다 그리고 웃다   * 웃음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적 ‘우월감’ 때문이라 했고  프로이트는 긴장을 해소하고 싶..

2024.05.22

밥을 왜 굶어 할머니?

밥을 왜 굶어 할머니? - 아침 엘리베이터 안, 초등생 손자가 등교시키는 할머니에게  - 아빠 어렸을 때 한 달에 치킨 한 마리밖에 안 먹었다는데   거짓말이지 할머니?- 몸에 안 좋은 치킨을 네가 자주 먹으니 그렇지! - 할머니는 어릴 때 몇 치킨 했어?  - 에이 이 녀석아! 그때 요새 같은 치킨이 어딨어?   밥도 굶는 애들이 많았는데…  - 밥을 왜 굶어 할머니?

2024.05.14

이력서

이력서-   어느 학교를 다녀 무엇을 공부했고어느 회사를 다녀 무슨 일을 하고 살았으며업무적 실적이 이거고 저거고  외국회사 포함 크고 작은 직장 너덧 군데에내 이력서가 붙어 다녔다  2000년을 마지막으로 19년 월급쟁이 끝내면서  남은 생에 다시는 이력서를 쓰지 않겠노라 다짐했다오늘까지 지켰었다   고문으로 있는 회사 관련 260년 된 독일 거래처에서  나에 대한 신상을 물어왔다  에이전트 확보 문제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이력서 보다 더 디테일한  실적이 포함된 영문「Personal Profile」을 제출했다   막걸리 자리에서 벗에게 얘기했더니 그런다- 뭔 소리야! 물어오면 고맙지, 그래서 에이전트는?  - 응 다행히 거래하고 있어

2024.05.10

아침 술

아침 술 ㅡ 아침 이른 시간 오사카 구로몬시장활기찬 생선가게들 하릴없이 구경하다가지하철 타려 인근 지하상가를 지나는데갑자기 시끌벅적한 이자카야를 발견해호기심 발동으로 들어갔다  혼술 혹은 두서너 명이 앉고 서 있는남녀 불문 나이 불문 술꾼들로 꽉 찬뿌연 담배 연기에 점령된 해방구다 침묵의 철학자 얼굴로 사케를 마시고 하이볼 한 모금에 담배 연기로 시를 쓰고 귀에 자주 드는 소리, 나마비루 구다사이! 조명 흐린 후미진 구석 자리에는 연애로 엉겨붙고…  '아니 이 시간에 이런 술판이?'  하이볼 군침에 한자리 끼려 서성거리다가 담배 연기에 질식할 것 같아 나왔다  술에 열심이었던 플라톤부터 셰익스피어 내가 좋아하는 조선의 권필 김삿갓에 고흐에 헤밍웨이까지 새삼 거창한 인류의 술꾼들이 떠올랐다 ;  엊저녁 먹..

2024.05.05

오월

오월 - 동 트기 전 108동 새벽 아파트 화단 이슬에 하동하동 머리 푼 향 짙은 수수꽃다리  까만 고양이 어둠 속 흰 점박이 암놈과 접이 붙었다꼭 아기 보채는 소리를 낸다  새벽잠 없는 203호 할머니 뉘 집 아이가 저리 새벽부터 보채나 어미란 건 젖줄 생각 않고 뭐하나걱정으로 투덜거리는 소리 창문으로 새 나오는데 꽃잎 한 무더기 후드득 떨어졌다앙탈 떨던 점박이 암고양이도 떨어졌다 순간 어둠이 물러갔다  수수꽃다리 냄새가 흰 밀가루 쏟듯 흠뻑 아파트를 뒤덮었다 5월이 성큼 다가왔다   * 시집 《 '노량진 극장'(2008) 》 중

2024.05.03

편견Prejudice

편견Prejudice ㅡ 먼저 고백하건데 이종교배에 대한유전자적 현상을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하나에 더한 둘이 다섯이 되고여섯이 되고 열이 되고백이 되는 세상에서지금은 가설假說을 믿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나이 예순 넘은 지 좀 됐습니다 저기 저 사람 말입니다보기 싫은 어떤 얼굴을 닮아볼 것 없다 말도 안 섞고 살다가이 역시 가설을 신뢰하기 시작하면서가만가만 다가가는 중입니다 물기 빠진 단풍은 이미 죽었습니다세상에 향기 없는 생명은 없습니다그렇지만…불사르며 내는 흰 연기는불멸의 내음입니다 둥근 지구에서는그 쪽 사람들은 없습니다 뼛속 고정관념을 무시하고변신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지요이리 다짐하고 있는 중입니다  ㅡ it's never too late to give up our prejudices(H. Davis..

2024.04.2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0' 4월 26일

【2024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0‘】 (4월 26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하절기 6시 30분 시작합니다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바다에 오는 이유: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시집 * 진흠모/가수/낭송가 ◆생자 이생진 시인의 제주 다랑쉬굴 시혼제 및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성산포 시비거리 축제◆ * 관련기사: 김명중 인사동TV pd: 등잔일보 - https://naver.me/F..

2024.04.19

개명改名

개명改名 ㅡ 문화센터 왈츠 교실에서 호롱불처럼 깜빡거리는 일흔 영감의 기억력으로도 소꿉친구를 한눈에 알아봤다 "영자야!" 반갑게 부르려는데 주위 회원들이 "현이 씨! 박현이 씨!"부른다 '어 아닌가?'하다 나중 사연 들으니 서방 복 새끼 복 없이 고생만 하고 살아 늘그막 혹여 편히 살까 개명했단다 대번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잘했다! 영자보다야 현이가 훨씬 낫지, 암만!"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