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
동 트기 전 108동 새벽 아파트 화단
이슬에 하동하동 머리 푼
향 짙은 수수꽃다리
까만 고양이 어둠 속
흰 점박이 암놈과 접이 붙었다
꼭 아기 보채는 소리를 낸다
새벽잠 없는 203호 할머니
뉘 집 아이가 저리 새벽부터 보채나
어미란 건 젖줄 생각 않고 뭐하나
걱정으로 투덜거리는 소리 창문으로 새 나오는데
꽃잎 한 무더기 후드득 떨어졌다
앙탈 떨던 점박이 암고양이도 떨어졌다
순간 어둠이 물러갔다
수수꽃다리 냄새가 흰 밀가루 쏟듯
흠뻑 아파트를 뒤덮었다
5월이 성큼 다가왔다
* 시집 《 '노량진 극장'(2008) 》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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