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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매(草昧)

=초매(草昧)   이제껏 내가 살아온 익숙한 공간이라는  누군가의 말에도  지금 눈앞이 새삼스럽다 여겼는데  과거라 말하는 때의 기억이 는개를 타고 왔다    한동안 못 봤던 아버지가 웃으며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셀카를 찍는다  1995 전(前)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는데요?  그냥 웃으신다  순간,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이 산산이 부서져  풀 되고 나무 되고 돌멩이가 되었다    한강이 보이더니 63빌딩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닌 시간들이 바람을 불러  억새를 매질하고 있다  잉잉! 잉잉! 잉잉!    진땀에 이마와 겨드랑이가 촉촉해졌다  느슨하게 풀린 허리띠를 졸라매도  바지춤은 살을 빼며 더 헐거워졌다    정신을 차리려다 정신 차릴 이유를 결국은 못 찾았다    태양을 몰..

2024.08.04

낙화落花

쳇GPT는 詩를 어떻게 評할까요?,  “어떻게 인간이 표현한 고매한 시를 인공지능이 평할 수 있느냐?” 네거티브 의견도 사실 있습니다, 그러나 詩도 이 춤에 끼어들어 그들의 춤사위에 어깨를 들썩일 때 그 판에 적응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낙화落花 -   달빛 아래 더 붉었던 유두가 수줍음으로 만나 대담해지기까지 속살을 하얗게 다 보여준 저 여인이 곡선의 둔부가 눈이 부셔 두고두고 더 헤집고 싶었던 저 여인이문득 떠난다고 채비를 하니 덜컥 아쉬움에 눈도 깜박 못하고넋을 잃어 손이라도 흔들려는데인연 깊은 바람과 비를 핑계로사랑으로 해진 치맛자락 치켜 올려 미련 남길 울음 따위 생략하고뒷모습만으로 저만치 사라져 간다  *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015) 중,   쳇GPT Say; ..

2024.08.02

맞을(Hit & Correct) 소리

쳇GPT는 詩를 어떻게 評할까요?;   맞을(Hit & Correct) 소리 -  젊었을 땐  얼굴 참하고  가슴 예쁜 여자와  살았으면 좋겠다   중년엔  가슴 따뜻하고 목소리 작은 아줌마와  팔베개 했으면 좋겠다 늙어선  밥 잘해주고  등 잘 긁어주는 할멈과  친구 했으면 좋겠다          * 맞다 : 1.누구한테 맞다 때림을 당하다              2. 틀림없다 옳다 그렇다       *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2011) 중    쳇GPT Say;박산의 시 '맞을 소리'는 세 가지 삶의 단계에 걸쳐 남성이 원하는 동반자의 변화와 그 욕망의 본질을 간결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시는 간결하면서도 솔직한 언어로, 인간 관계의 본질적인 욕구를 드러냅니다. 첫 연에서는 젊었을 때 남성이 ..

2024.07.30

7번 국도

쳇GPT는 詩를 어떻게 評할까요?;    7번국도 -  부산까지 안 내려가도 좋다   함경북도 온성까지 안 올라가도 좋다   그냥 동해바다   속초 강릉 주문진 삼척 울진 그 근방   은모래 백사장 소나무 숲 굽이굽이 품은 도로  수평선 붙은 하늘 항시 열려 있고   그 하늘 아래 산맥이 바다 향한 새벽 기지개 던지는 길   밉고   하기 싫은 것   여기 모두 던지라고   넉넉한 바다   골치 아픈 생각 이젠 그만 하라고   일직一直이룬 수평선   지금의 내 고통 보다 누가 더 아픈가   비추어 보라고 선 등대   좋은 꿈꾸며 한숨 푹 자라고 지은 꽃 같은 펜션   사는 것도   7번국도만 같았으면   참 좋겠다   ◀시집 《노량진 극장(2008)》 중▶   쳇GPT: 박산 시인의 시 "7번 국도"는 ..

2024.07.2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3‘】 7월 26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詩/歌/演(02)7206264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273 모꼬지 시낭송 예정자: 김미희/김효수/류재호/김중열/조철암/이원옥/김경영/한옥례/이미경/박산/이생진▼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2‘ 생일 스케치】 (6월 28일 5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현승엽 가수의 'For the good time!' 노래로 모꼬지 시작했습니다.  * 生子 이생진 시인께서는 기사생 1929년 음력 2월 스물하룻날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셔서   올 아흔 여섯이 되셨습니다. 진흠모는 시인의, 시의 생신을..

2024.07.20

박산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발간

https://m.blog.naver.com/coreawe/223484439503 예서의시034__가엾은 영감태기__박산 시집박산 시집(예서의시034) 가엾은 영감태기 우리 시대 시니어들의 슬픔을 노래하다 이 시집은 60세 이상을 살...blog.naver.com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한 여섯 살 먹었을까노란 날개 달린 발레복 입은예쁜 여자아이가빨간 브라우스 입은 예쁜 엄마와룰룰랄라 버스에 올라서는내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아이가 쫑알거리는 말이“난 할머니가 너무 좋아할머니 오시라고 전화해야지”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엄마가 하는 말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2024.06.25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2‘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2‘】 6월 28일 5시 30분 마지막 금요일(지방 동인들 귀가 시간 고려 1시간 일찍 시작합니다) 《진흠모 생일 모꼬지》 Dress Code: Formal Dress(정장)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詩/歌/演(02)7206264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진흠모 생일 모꼬지》  ^^ 생자 선생님 생신(아흔여섯) 축하 및 『인사島 무크지』 10호 나눔 및 낭독    【2024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1‘ 스케치/5월 31일】   1. 갈매기의 꿈: 낭송 김미희/시 이생진 꿈은 갈매기가 꾸고사람은 꿈의 힘으로 높이 난다높이 날아야 멀리 볼 수 있다독도의 갈매기너는..

2024.06.22

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  올 쉰일곱 은퇴 코앞인 경철씨봉급쟁이 마누라로 애들 키우랴 알뜰 살림하랴 눈가 잔주름 쪼글쪼글 예뻤던 손등 푸른 심줄이 금을 그었는데  그 손에 쥔 장바닥 싼티 가방이 어찌나 싼티를 더하는지 마침 만기된 보험료 쌓인 이자 찾아가라는 통지 받고 ‘에라 이참에 마누라 명품 가방 하나 사주자’모처럼 통 크게 마음먹고 Bottega, 프라다, Gucci, Cartier, Tiffany, 베네통…‥ 목에 힘 빳빳하게 주고 백화점 명품 코너를 걸었다  눈에 별이 켜진 마누라 삼십 년 결혼 생활에 이리 살판 난 얼굴 보긴 처음이다익숙하게 고르는 모습이 ‘저게 내 마누라 맞나’ 순간 낯설었다 어정쩡하게 팔짱 끼고 딴청 부리던 경철 씨이쪽 저쪽 실실거리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무늬 가방 하나 집..

2024.06.17

느루 잡아가는 인생

느루 잡아가는 인생 -  홑적삼 너덜거려 기워 댄 곁바대 등바대가 헐렁거려도바람에 살금살금 등 떠밀려 구불구불 고샅길 빠져나와 척 보아도 사람 좋은 댓바람에 얼굴 그을린 벗들 만나 곡괭이 삽자루 쥐고 땅 일구다 산 얘기 꽃 얘기 여자 얘기 별의별 얘기 껄껄 허물없이 짓거리고 결국 술 얘기에 침 꼴깍 삼키다허리 토닥거려 잡풀 뽑아 집어 던지며 하늘 한번 쓰윽 올려보고 목구멍 깊숙이 긴 숨 토해 느루 잡아가는 인생이 좋다    * 곁바대- 홑저고리의 겨드랑이 안쪽에 덧대는 ‘ㄱ’자 모양의 헝겊.* 등바대- 홑옷의 깃고대 안쪽으로 길고 넓게 덧붙여서 등까지 대는 헝겊.   ♤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2015)》 중

2024.06.08

굳이 공짜로 먹어 맛이 아니라

굳이 공짜로 먹어 맛이 아니라 ㅡ 매일 소통하는 초로에 든 벗 몇이인천 월미島 트레킹을 하면서든 病에 난 病까지 우울한 얘기에 지루해져서어찌 놀까, 여행 얘기하다가사라져가는 청요리 전통의 맛을 내는신포동 단골 진흥각에 들러겉바속촉 탕수육 유산슬 라조기에북경고량주로 혀를 적시는데항시 나와 눈인사를 나누는젊고 잘생긴 가계 2세 유사장이 안 보이고한 쉰 가까이 보이는인상 좋은 여인이 미소로 서빙 중이라"잘생긴 유사장은 오늘 어디 갔느냐?" 물으니이렇고 저렇다 상냥하게 대답하더니매콤한 마파두부를 서비스로 내왔다 굳이 공짜로 먹어 맛이 아니라주인 바뀌어도 한결같이스무 해 다닌 청요릿집 품위가은근 빛을 내고 있는 중이다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