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루 잡아가는 인생

박산 2024. 6. 8. 07:42

'고귀한 기쁨은 이해의 즐거움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다'(페이스북 발췌)

 

 

느루 잡아가는 인생 -

 

 

홑적삼 너덜거려 기워 댄

곁바대 등바대가 헐렁거려도

바람에 살금살금 등 떠밀려

구불구불 고샅길 빠져나와

척 보아도 사람 좋은

댓바람에 얼굴 그을린 벗들 만나

곡괭이 삽자루 쥐고 땅 일구다

산 얘기 꽃 얘기 여자 얘기

별의별 얘기 껄껄 허물없이 짓거리고

결국 술 얘기에 침 꼴깍 삼키다

허리 토닥거려 잡풀 뽑아 집어 던지며

하늘 한번 쓰윽 올려보고

목구멍 깊숙이 긴 숨 토해

느루 잡아가는 인생이 좋다

 

 

* 곁바대- 홑저고리의 겨드랑이 안쪽에 덧대는 자 모양의 헝겊.

* 등바대- 홑옷의 깃고대 안쪽으로 길고 넓게 덧붙여서 등까지 대는 헝겊

 

 

♤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2015)》 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2‘  (27) 2024.06.22
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7) 2024.06.17
굳이 공짜로 먹어 맛이 아니라  (16) 2024.06.01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1‘  (7) 2024.05.26
웃다  (7)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