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노량진 극장(2008 우리글)』 78쪽 「Identity」 작은 다툼에도 마음이 곯아 명치끝이 아립니다 성질 나빠 그러려니 해도 곰곰 따지고 보니 살아온 인생에 정직하지 못 함이 그새 드러나곤 합니다 누가 좀, 그런 나를 혼 내주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각질이 굳어버린 뇌실(腦室)로부터 나온 삶아 뭉그러진 물감자 같은 비굴한 타협은 조건 없는 용서를 계속 합니다 그 용서의 반복은 자비스런 부처님과 자애하신 예수님에게도 따귀 맞을 일입니다 진전이 없는 생활은 권태로움을 더 하고 믿음 없는 자만은 오만을 부르더니 배움이 없는 답보는 결국 위선을 잉태 할 뿐입니다 그 잉태가 만들어내는 다툼은 보기 싫게 찢어지고 빛바랜 붉은 꽃무늬 스커트자락이고 어린 아해 먹다 거리에 떨어뜨린 고추장 묻은 떡볶이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