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53

박산 2015. 7. 4. 10:48

 

 

 

 

 

 

                                              '담론 중이신 이생진 시인' all Photo by 섬여행가 이승희님

 

                                                                   

                                      

111 + 5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0월 31(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 인사동 지나가다

 

  시 읽는 소리 들려 

 

  귀 쫑긋 들여다보니

 

  아! 여기가 바로 인사동 순풍!

 

  어! 저기,,,

 

  진짜 이생진 시인이 계시네

 

  그냥 들어오셔서 가만히 들으시면 됩니다

 

  시인들 별로 없습니다

 

  다 나 같은 독자들입니다

 

                                     

 

1. 꽃무릇 3  -  양숙

 

2. 가을에 김효수

 

3. ,   그리고 시름 - 김문수

 

4. 됐어 - 김도웅

 

5. 인사순풍  - 낭송 김경영/시 박산

 

6. 무덤 가까이 -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7. 단풍과 낙엽 - 허진

 

8. 시월 - 박산

 

9. 시를 훔쳐가는 사람 - 이생진 with 담론

 

 

 

 

 

 

111 + 52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스케치(진흠모)

 

2014 년 9월 26일 매달 금요일  

 

 

1. 숲속 책쾌 - 양숙

 

 

불암산 등산로 입구에 생긴 작은 책쾌

키 큰 나무를 둘러 세운 아늑한 곳에

숲속 문고명패를 달았다

 

산책 즐기는 화가는 세상 좋아졌다며

그 풍경 자신의 붓으로 그리지 않고

그냥 사진으로 내게 슬쩍 날려줬다

왜 그러시지?

자기가 직접 그리면 더 멋지게 보일 건데

물릴 수도 없고 부담 없는 선물이라 여겨

일별(一瞥)하고 닫았는데 마음이 기운다

특별한 풍경이 아닌데도

 

다시 폰 사진 열어

구석구석 확대해 살펴보면서도

마음은 숲 속 커다란 나무 근처

한쪽에서는 동자가 차 끓일 불 피우느라

엎드려 후후 입 바람 불어대고

가느다란 연기 하늘로 오르는

그늘 아래 저 쪽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책 펼쳐 든

노인네를 속사(速寫)하는 순간

그 그림 속 주인공 되어

사진 속으로 들어가

시집 한 권 빼들고

그늘 짙은 곳을 찾아 발걸음 옮긴다

 

 

*책쾌-책을 지고 다니며 파는 사람

또는 須讀五車書 정도는 아니지만 책을 즐겨 읽는 사람

(-엽전 열 냥, 북어 스무 마리)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바람 - 김효수

           

 

말없이 서 하늘 바라보는 나무 한 그루

한 떨기 바람이 온몸 흔들며 가고 있다

외롭거나 슬프거나 앞길이 막막해질 때

사람 가슴 깊은 곳에서 절로 나온 함숨

하나 둘 모여 아주 커다란 바람이 되어

의지할 곳 없이 마냥 세상 떠도는 한숨

저 바람 속에는 내 한숨도 있을 것이다

그 젊은 시절 사랑한 사람 멀리 보내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그냥 죽고만 싶어

먹지도 않고 무의미하게 세월 방황하며

초라해진 얼굴로 밤낮없이 길게도 내쉰

그 시절의 한숨 저 바람에 있을 것이다

 

 

* 진흠모

 

 

                                                                                                                                허진 낭송가

 

 

  

3.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낭송/허진 시/모윤숙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어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시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믈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룸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는 철모가

쒸어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번도, 비겁하지 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 숲을!

 

이 순신같이 나플레옹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협을 막기위해 밤낮으로 앞으로!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 까지

밀어서밀어서 폭풍우 같이 모스크바 크레물린탑 까지

밀어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르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어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

저 하늘의 별들이 밤새 내 외로움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 진흠모/ 시가 흐르는 서울 -진행자/ 낭송가

 

  

4. 참 멀리도 돌아왔다 - 이승희

 

 

독도 거문도 우도 만재도 우이도 실미도 돌아

가난했던 추억이 깃든 내* 아버지 어머니 계신 곳

 

어머니 보고파 찾아간 고파도**

어머니 보고파 눈물이 난다

 

바지락 캐는 갯가의 아낙

일곱 식구 챙기시던 어머니 모습

너무나 보고파 눈물이 난다

 

참 멀리도 돌아왔다

 

* 이생진 시인

** 서산 가로림만 안의 작은 섬

 

*진흠모/ 섬여행가

 

 

 

                                                                                                                                      유재호 낭송가

 

 

 5. 가출기家出記 -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배낭 하나 메고 나왔다는 거

그리고 낯선 타향이라는 거

여관방에 머물며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궁색을 떨지만

그래도 그것이 내겐 값비싼 자유라는 거

피 흘려 얻은 것은 아니지만

자유는 소중하다

아껴 써야지

자유도 소모품이니까

밤늦게 창문을 열어

바다의 비밀을 볼 수 있고

나간다는 말없이 나갈 수 있고

라면을 끓이든 누룽지를 끓이든 상관없고

어디로 가든 간섭이 없는 자유

세수를 하든 면도를 하든

세수를 않든 면도를 않든

거지 같이 싸매고 다녀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

그런 값진 자유를 배낭 하나로 얻었다는 거

노숙 직전이지만

그것도 쟁취다

                   -시집 <서귀포 칠십리길>에서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6. 낙과 - 김도웅 

 

 

머리칼은 만갈래 구름으로

내릴 데 없는 비가 되었고

중력이 모자란 강물은

턱 밑에서 별들의 궤적을  계산 하지 못했다 

 

손가락에 토실하니 익어가던 음표

질끈 눈감은 혜성의 굉음에

투둑 투둑 떨어졌다

 

난청된 귀는 얼룩무늬가 되었으며

야윈 얼굴을 비추어 보면서

흩어진 음원의 가루를

어떻게 쓸어 담을까 궁리 하였다

 

루빈슈타인의 피아노 소나타 1*에서

메트로넘의 혀가  마른다

 

테라민 연주로 돌아설까

 

얼룩말에 박차를 가하는 태몽

덜컥, 입덧이 왔다

 

초음파 모니터에

혜성의 꼭지가  떨어져 나갔다 

 

 

* 천사의 꿈

 

* 1920년대 러시아의 음향 물리학자 Leon Theramin이 발명,

 

   두개 안테나 주위 전자파를 이용하여 손놀림만으로 연주  하는 특수 전자공명 악기.

 

* 진흠모

 

 

7. 흰 그늘 - 김기진

 

 

어느 별에서 살다가

우리별로 왔을까

 

목화 같이 맑은

그늘도 하얀

 

모자라게 벌어서

넉넉하게 쓰며

마주 웃으며 산다

 

 

* 진흠모/ 시가 흐르는 서울 대표/ 황금찬문학회 발기인

 

 

 

                                                                                                                                 김경영 낭송가

 

 

8. 석류 - 낭송 김경영/ 시 이가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 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 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 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 주소서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9. 인도 눔이 - 박산

 

 

일찍이 인도 장사하다

별의별 인간들 다 만나  

떼인 돈이 꽤나 됩니다

 

라자스탄와 장사할 때도 

구자라트와 장사할 때도

그 나물에 그 밥

아들도 사기 치고 

며느리도 사기 치는

온 가족 똘똘 뭉쳐 사기 치는

그런 눔들에 그런 회사였지요

 

몇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쫀쫀한 이 장사꾼은

떼인 돈만 생각하면 아직도 약이 오르는데

 

며칠 전 일입니다

북창동 거래처 미팅을 마치고 나오다

한화 빌딩 앞 벤치에 앉아 통화 중인데

딱 봐도 인도 사람인줄 알고도 남을

한 삼십은 넘어 먹었을 유들유들하게 생긴 녀석이

정중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앉더니

인도식 특유의 또르르 구르는 영어로

내 얼굴에 좋은 기운이 보인다더니

내 눈과 코 사이를 가리키며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감탄사를 연신 내뱉습니다

올 가기 전 11 12월 중에

엄청난 행운이 내게 온답니다  

얼마간의 장황설 끝에

영어가 된다는 확신이 섰는지

내 손을 슬쩍 쥐며 쫙 펴보랍니다

손금을 요리조리 훑어보고는

줄 하나하나 돈줄 생명줄 다 좋답니다

 

습자지 같은 작은 종이의 쪽지를

꼬깃꼬깃 접어 내 손에 꼭 쥐어주더니

 

몇 살이냐

좋아하는 꽃이 무어냐

하고 싶은 일이 무어냐

건강 돈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냐 등등을 묻더니

깨알 같이 종이에 적습니다

 

그러더니 내가 쥐고 있는 손에

콧김 입김을 불어 넣으라 하더니 쪽지를 펴보라 합니다 

 

놀랍게도 내가 손에 쥐고 말했던 사항이

그대로 다 적혀 있었습니다

얼떨결에 이와 유사한 행위를 되풀이 하다가

TV 마술로 많이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녀석이 무슨 수작일까 슬슬 의심이 들어

 

너 원하는 게 뭐냐

단도직입적으로 두세 번을 묻자

그제야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이 들고 있던 작은 지갑을 펼치니

거기엔 자신의 영적 스승이라는 구루의 사진이

오만 원짜리 지폐와 함께 자리하고 있었는데

나의 행운과 그의 영적 가피력을 위하여

도네이션을 해야 한답니다

 

짐작이야 했었지만

이눔이 여기까지 와서 사기를 치나

순간 어처구니도 없었지만

만약 내가 인도의 델리나 뭄바이 한 복판에서

이런 꼴을 당했다면

아마도 그눔들 뻔뻔한 위협 속에서 꼼짝 없이

몇 푼 뺏기고 말았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냉랭해지고

내 나라에서까지 이런 눔에게...

쌀쌀맞게 꼬나보며 눈도 좀 찌푸리고 

입가 미소도 싹 지워버리고는 

 

내가 왜 네눔의 구루에게 도네이션을 해야 하는데

너 여기서 자꾸 이런 사기 치면 경찰서 데리고 간다

 

시종일관 느물느물하던 이눔

꽁지 빠지게 지하철역 계단으로 사라졌습니다

  

* 진흠모/ 진행자

 

 

10. 돈 매클린의 빈센트아메리칸 파이’ - 이생진

 

 

내가 빈센트를 좋아하듯

돈 매클린도 빈센트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빈센트를 좋아한는

돈 매클린까지 좋아하고 말았다

 

그가 열세 살이던 어느 날 새벽(195923)

신문을 돌리고 있을 때

선망의 대상이던 버디 홀리*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듣고 엉엉 울었다

어린 가슴에 못이 박힌 것이다

그 후 12년이 지나 터져 나온 슬픔이

A long long time ago로 시작하는 아메리칸 파이

이것이 그를 세계적인 가수로 만들었다

그는 분명 살아서 성공한 가수다

사람들은 살아서 성공하길 바라는데

왜 고흐는 죽어서 성공하는가

고흐의 슬픔이 거기에 있다

 

아메리칸 파이는 먹는 파이가 아니라

눈물로 되씹는 파이다

돈 매클린은 사람의 슬픔을 슬퍼할 줄 아는 가수다

그는 음악으로 버디 홀리를 울기도 하고

빈센트 반 고흐를 울기도 한다

고흐의 그림은 그렇게 울고 싶은 사람과 함께 우는 그림이다

 

 

*버디 홀리(1936-1959):미국의 작곡가로 로큰롤의 개척자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

 

반 고흐의 그림에는 웃는 그림이 없습니다

역시 돈 메크린의 가사나 노래에도 웃음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고흐를 좋아하는 돈 메크린을 좋아합니다

 

그가 어린 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버디 홀리의 생애를 알아보았고

그가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12년 후 그가 불렀던

a long long time ago로 시작되는 아메리칸 파이의 가사를 음미해 봅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나는 기억할 수 있어요 음악이 얼마나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지...

 

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 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

(이하생략)

 

빈센트 반 고흐와 돈 메크린과 버디 홀리에 그림과 음악과 그리고 시를 얘기해 봤습니다.

 

다음을 리서치 해 보니 공교롭게도 돈 메크린 story’ 다음 항에 제가 쓴 반 고흐

너도 미쳐라시집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51음식 승희.jpg

 

 

* 항시 그래왔듯이 유재호의 노래와 현승엽의 공연 뒤풀이로 흥겨운 모임을

  

  마감했습니다.

 

* 허상 지종학 최명주 황순남님 등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고기리에서 이채은 정재란 강기쁨 님등이 오랜만에 참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