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의 그림자 스무 해 넘겨 무위(無爲)를 지향했더니허무의 그림자 더께가 끼어들어사는 게 지루해졌습니다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자주 안 먹던두툼한 패티가 든 햄버거를 아구아구 씹어도 보고장안에서 소문난 화덕 피자에 맥주를 마셔도생의 혁명을 시도했던 열정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 비웠다 더 이상은 없다 그럼에도 무언가 자꾸 채워지는 낯선 느낌입니다 작은 서재에는 책들이 쌓였습니다책갈피 여기저기에 시(詩)들이 숨어 있고이야기가 길어 읽기 어려워진 소설들도 신음 중이고수필은 기척도 없습니다저만치 괴테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고소월은 낡아 헤질 지경입니다천상병은 여전히 가난합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갑자기 매운 게 당깁니다무교동 낙지볶음을 먹을까청진동 선지해장국에 다진 청양고추를 듬뿍 뿌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