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51

박산 2015. 7. 4. 10:43

 

 

 

 

 

진흠모 111-51|


시가 뭔데
잠자리냐
매미냐
아니면 나비냐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나비가 깨꽃을 입에 물고
죽었더라
맞다 맞다
그게 시다
꽃을 물고 죽은 나비
그게 시다
나도 그랬으면
 

 -이생진 시집 <어머니의 숨비소리>에서

 

 

 

* 봉재 사업가. 진흠모 전속 歌客

 

* 진흠모  동인

 

 

 

 

 

5. - 김기진

 


저 선생님과 정이든 것 같아요
나도 그래

 

정 때문에 시를 쓴다는
이생진 선생님과
정이 들어서

 

나도
시를 씁니다

 

2014.6.27

 

 

 

 

 

* 시인, ‘시가 흐르는 서울대표, 한강문화탐방단 단장

 

* 황금찬문학관건립 발기인

 

*진흠모   동인

 

 

 

 

 

6. 가야 고분  - 김도웅 

 

 

 

지도에서 사라진 통로 속에 들어서다 

 

 

 

귀인의 이력이

 

꺼진 향초의 잿빛처럼

 

음습한 허공 속에 

 

휘말린 그림자처럼  꿈틀거린다

 

 

 

받아 쓸 수 없는 옛 언어가

 

귀에 들어오지 않아

 

냄새로  끄적거리니 목젖이 느글해진다 

 

 

 

판독되지 않는 음각 명문이 

 

뻔뜩였던 핏빛 장검의

 

무게에 깔려

 

못 이룬 욕구의 녹슨 울음을 참고 있다

 

 

 

손금 찍힌 토기 속 곡물이

 

발아하지 못한 저승길의 한을 품고

 

천 년 넘게 소쩍새 소리만 기억하고 있다 

 

 

 

문득,

 

시차에 소스라칠 때

 

석판 틈으로

 

먼 바람이 발소리 죽이며

 

오래 헤어진

 

뼈의 체온을  넘나들고 있다 

 

 

 

* 시인. 진흠모 

 

 

 

 

 

7. 목마와 숙녀 -허진 낭송(박인환 시)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푸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록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 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 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져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푸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장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새은 외롭지도 않고 거져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 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복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수필가, 시낭송가 대도백화점 대표 회장

 

* 시가 흐르는 서울 진행자 / 진흠모 동인

 

 

 

 

 

 

 

ddp영호1.jpg

 

                                                                                       

 

                                                                                                         '脫出'

 

 

 

 

 

8. 신부 - 김경영 낭송(서정주 시)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하여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자나간 뒤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
그래도 잠시 궁금하여
신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 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우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재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 email : rud-dud@hanmail.net
* 전문 낭송가 · 라인댄스 강사 · 시니어 패션모델

 

* 진흠모 동인  

 

 

 

 

 

 

 

9. 바닥 - 박산
 
 
휘휘 둘러 수평을 상향으로
올려만 보고 살다 보니
빳빳했던 고개가 뻣뻣해졌다

 

옆으로 뒤로 살살 돌려 보니
그 동안 보아왔던
파랗고 빨간 컬러들에서 벗어난
회색 빛깔의 흑백영화 속 영상들이
주마등처럼 얼마간을 스치다
갑자기 나타난 꽉 막힌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갑갑증이 일었다
 
물감을 한 움큼 집어 여기저기 벽 칠을 하는데
 
칠한 만큼의 벽이 사라졌다
욕심껏 손에 쥐어 넘친 물감이
뚝뚝 떨어진 바닥에
쫓기듯 초초한 내 발자국이 그려낸 추상화
굵은 칡뿌리가 땅속 엉킨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뻣뻣했던 고개가 풀리더니 갑갑증도 사라졌다
 
앞뒤 보다
바닥이 새삼 중요해졌다

 


* 최근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 블로그  http://blog.chosun.com/scrpark

 

* 진흠모 

 

 

 

 

 

 

비상.jpg

 

                                                                                                                           ' 飛上'

                                                                                            

 

10. 널 만나고부터 - 이생진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부터는
가지고 싶은 것
다 가진 것 같다

 

 

 

 

 

 

 

* 이생진 담론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아트사이드 이동재 대표를 소개합니다. 제가 인사동에서 제일 먼저 시를 읽게 자리를 내 준 인연이 있는 분인데 가까운 분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초대가 있었으나 여러 사람 앞에 낯가림도 있고 해서 인사동 순풍에서 만나자 했습니다. 함께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세월호 사태로 세상이 흉흉한 지금 그래도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나는 교실에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산유화를 써 붙여놓고 아이들에게 시를 외우라고

 

했습니다. 지금 만약 유병언을 만난다면 지팡이를 쥐어주고 그의 별장 이름 숲속의 추억에서 시를 쓰라 하고 싶습니다. 돈이 든 가방을 쟁여놓은 것보다 구름 같은 시를 쓰고 있어 편합니다. 눈을 감아도 내가 뜬구름이 되어 행복합니다.

 

 

 

나는 어제 빗속의 시청앞 광장 젊은 유명 가수가 주최하는 세월호 사태로 희생 된 이보미 학생을 추모하는 콘서트를 꼬박 앉아 참관했습니다. 여기서 시인들의 시낭송도 곁들여졌습니다. 노래나 시가 가지는 순수한 예술성이 혹여 정치에 휩쓸릴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내 경우 서귀포 시낭송회에 어떤 젊은 청년이 찾아와 내게 제주 당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모금을 허락해 달라하여 나는 시를 쓰는 시인이고 낭송회는 문학의 알림이라 내가 좋아하는 서귀포와 이중섭 갤러리에서 낭송할 뿐이니 내 시와 결부시키지 말아달라 한 적이 있습니다.

 

 

 

시는 어떤 주제건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월호에 관한 시를 쓰려고 합니다. 맹골도에서부터 시작하여 한 2년 안에 시집을 내려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픈 걸 하다 죽으면 행복합니다.

 

나는 하고 싶은 시를 쓰고 있어 행복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식구는 아프다는 말을 먼저 하지만 나는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합니다.

 

시를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여러분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바로 하세요.

 

골프도 좋고 테니스도 좋고 다 좋겠지만, 내 생각에는 혼자 하는 걸 하세요.

 

둘이 하는 거 보다는 혼자 하는 게 좋습니다.

 

 

 

 

 

 

 

* 시집 35권 외 다수. 최근작 어머니의 숨비소리
* 블로그 http://islandpoet.com/blog

 

 

 

 

 

@ 비가 오시는 날이고 장마 기간임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 유재호 현승엽 모꼬지 전속 두 분의 공연이 있었습니다.